눈에 보이지도 소리로 들리지도 않는 중력파!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대체 어떻게 검출할까요? 중력파 검출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기기와 중력파를 검출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겪은 좌충우돌 뒷이야기까지 함께 알아봐요!
레이저를 쏘아 중력파를 읽어낸다
아인슈타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떠올린 뒤 중력파를 검출하기까지 100년이 걸렸어요. 중력파는 매우 먼 거리에서 잡음과 섞여 지구로 오기 때문에 세기가 아주 약해요. 중력파를 검출하려면 매우 정교한 기계가 필요합니다.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기계는 전 세계에 네 대 있어요. 미국의 라이고 2기와 이탈리아의 비르고, 일본의 카그라예요. 네 검출기는 모두 3~4km의 거대한 팔 두 개를 알파벳 ‘L’처럼 배치한 모양이에요. 두 팔이 맞닿은 곳에서 양쪽 팔 끝을 향해 같은 강도의 레이저를 쏴요. 레이저는 팔 끝에 달린 거울에 반사돼 다시 돌아와요.
평소에는 두 팔을 되돌아오는 레이저의 길이가 같지만 중력파가 검출기를 지나가면 길이가 달라져요. 시공간이 휘어지면서 한쪽 팔의 레이저는 길어지고 반대쪽은 짧아지죠. 과학자들은 레이저 길이 차이로 중력파를 분석해요. 차이는 약 10-18m로 매우 짧고 중력파가 스치는 순간은 0.015초 정도에 불과해요. 미세한 길이 변화까지 잡아내는 검출기를 두고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김정리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자”라고 비유했어요.
➋ 중력파 검출기의 거울. 약 40kg으로 무거워요.
진짜 신호에 웃고 가짜 신호에 울고 중력파 검출 뒷이야기
연구가 사라지기 직전, 첫 중력파가 검출됐어요!
이경하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2010년부터 라이고에서 연구했어요. 라이고는 1999년부터 작동했지만 2015년 8월까지 단 한 건의 중력파도 검출하지 못했어요. 16년 동안 성과가 없다 보니 연구비 지원이 끊길 위기에 놓였지요. ‘중력파는 인간이 검출할 수 없는 신호인데 불가능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2015년 9월 14일, 중력파가 검출됐다는 메시지가 떴어요. 정말 중력파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4~5개월 동안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검증했습니다. 분석이 끝나고 중력파가 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자 울컥했어요. 그때 느꼈던 기쁨과 벅찬 감정은 아마 평생 다시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아요.
AI 생성 이미지(ChatGPT)
6개월 동안 매달려 분석했는데 거짓 신호였어요.
김정리(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2010년 9월 16일 라이고에서 중력파로 의심되는 신호가 잡혔어요. 당시 저는 라이고와 협력하며 중력파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에 참여했지요. 드디어 첫 중력파를 발견했다는 기대감에 연구원들과 6개월 동안 밤낮없이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그런데 2011년 3월 해당 신호는 사실 중력파 검출 능력을 시험하려고 만든 가짜 신호 ‘빅 독(Big Dog)’이라는 게 밝혀졌어요. 이 사건을 빅 독이라고 불러요. 당시에는 정말 실망스럽고 화도 났어요.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중력파를 분석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했고 2015년 실제 중력파가 포착됐을 때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중력파 연구자에게 꼭 필요한 뜻밖의 능력
이경하 교수
대인관계 능력이에요. 중력파 연구는 천문학, 재료공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해야만 성공할 수 있어요. 전 세계에서 모인 연구자들이 성별과 국적, 종교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선언문도 외우죠. 중력파 연구자라고 하면 혼자 연구에만 몰입하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지만 여러 사람과 대화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기질도 필요해요.
김정리 교수
운전할 줄 알아야 해요. 중력파 검출기는 아주 작은 잡음에도 영향받기 때문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외딴곳에 설치돼 있어요. 이런 연구소는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 많아서 운전을 못 하면 연구소에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중력파 검출기 연구소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른이 됐을 때 운전면허 시험부터 치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