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인류는 먼 우주에서 온 신호인 중력파를 처음 관측했어요.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5월 26일 지금까지 탐지된 중력파 390건을 모두 정리한 사건 목록이 공개됐습니다. 중력파 사건 목록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 있을까요?
1915년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질량을 가진 물체는 중력파를 만들어내고 중력파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고 예측했어요. 중력파가 무엇이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중력파가 만들어지는 과정

블랙홀 두 개가 서로의 주변을 돌고 있어요.
➋ 블랙홀이 서로 충돌해요.
블랙홀 쌍은 점점 빠르게 회전하며 가까워지다가 충돌해요.
➌ 블랙홀끼리 합쳐질 때 중력파가 나와요.
두 개의 블랙홀이 하나의 큰 블랙홀로 합쳐져요. 이때 강한 중력파가 만들어집니다.
➍ 중력파로 인해 시공간이 변해요.
중력파가 지나간 곳의 시공간은 늘어나거나 줄어들어요. 다만 그 변화가 아주 미미해서 우리는 알아챌 수 없지요.
태양, 지구 등 질량이 있는 천체로 인해 시공간의 그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휘어요.
물체가 움직이면 시공간이 휘어진다.
2015년 9월 14일 오전 5시 51분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워싱턴주에 있는 두 연구소의 컴퓨터 화면에 낯선 신호가 떴어요. 두 신호가 잡힌 시각 차이는 0.007초! 거의 동시에 신호가 울린 셈이었죠.
우리나라와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과학자 1000여 명은 약 5개월 동안 이 신호의 정체를 파헤치는 데 매달렸어요. 그 결과 신호는 태양 질량의 36배, 29배인 블랙홀●끼리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파동으로 밝혀졌어요. 무려 13억 광년●의 거리를 날아 지구까지 온 파동이었죠.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우주와 소통하는 새로운 창구가 열렸다고 표현했어요.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중력파가 실제로 확인된 거예요.
중력파를 이해하려면 우선 중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보통 중력이라고 하면 질량을 가진 물체끼리 끌어당기는 힘을 떠올려요. 하지만 1915년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시공간의 휘어짐’이라고 봤습니다.
트램펄린 위에 공을 얹으면 공이 놓인 부분이 아래로 푹 꺼져요. 우주 전체를 거대한 시공간의 그물망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물망 위에 태양이나 지구처럼 질량을 가진 천체가 놓이면 그 부분의 시공간이 휘어요.
트램펄린 위의 공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거나 빙글빙글 회전하면 트램펄린이 출렁여요. 시공간의 그물도 마찬가지예요. 질량을 가진 천체가 점점 빠르게 움직이거나 회전하면 시공간의 그물이 출렁이고 출렁임은 마치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가요. 이것이 바로 ‘중력파’입니다.
중력파가 지나가면 시공간이 아주 미세하게 변해요. 한쪽의 시공간이 늘어나면 다른 한쪽은 줄어드는 셈이죠. 질량을 가진 물체는 점점 빠르게 혹은 방향을 바꾸며 움직일 때 중력파를 만들어 내요.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이경하 교수는 “사람이 움직일 때도 주변의 시공간이 아주 조금 휘어진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다만 사람이 만드는 중력파는 너무 약해서 우리는 그 변화를 느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과학자들은 특히 우주에서 지구로 오는 중력파에 주목해요. 중력파를 관측하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주로 빛을 통해 우주를 연구했어요. 하지만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기에 블랙홀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요.
중력파는 질량이 있는 물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블랙홀이 충돌하거나 공전할 때도 중력파가 나와요. 덕분에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분석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블랙홀의 비밀을 조금씩 밝혀내고 있어요. 더 나아가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현상과 우주가 처음 탄생했을 때의 모습까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중력파는 우주에서 들려오는 파동으로 우주를 관측하게 하니 ‘우주를 바라보는 귀’인 셈”이라고 설명했어요.
용어 설명
●광년: 빛이 진공에서 1년 동안 이동한 거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