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을 바로 알아볼 수 있지. 그런데 바닷속에 사는 벨루가도 자기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 나, 과학 마녀 일리가 벨루가를 만나고 왔어.

박동현
자기소개를 해줘.
나는 25년 전 미국 뉴욕 야생동물보호협회 수족관에 살았던 암컷 벨루가 나타샤야.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헌터칼리지 심리학과 연구팀은 2001년 나를 비롯한 벨루가 4마리를 대상으로 거울 실험을 진행했어. 그중에서도 거울에 많은 관심을 보인 나와 내 딸 마리스가 주요 실험 대상이었지. 연구팀은 실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5월 20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했어.
거울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어?
연구팀은 수족관 창문 하나에 양방향 거울과 거울보다 덜 반사되는 투명한 판을 번갈아 붙였어. 거울은 27시간, 판은 23시간 붙어 있었지. 연구팀은 우리가 거울과 판 앞에서 얼마나 머물고 뭘 하는지 관찰했어. 나와 마리스는 각각 55분, 87분 동안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냈어. 투명한 판 앞에서 보낸 시간은 각각 14분, 3분밖에 되지 않았지. 거울을 보면서 몸을 굴리거나, 입을 벌려 거품을 만들고 물면서 놀기도 했어. 연구팀은 우리가 스스로를 알아보는 도구로 거울을 사용했다고 해석했어.
정말 자기 자신을 알아본 거야?
연구팀은 우리가 정말 자신을 알아보는지 확인하기 위해 표식 실험도 했어. 머리 옆이나 꼬리 끝처럼 직접 볼 수 없는 몸 부위에 검은색 표식을 그린 뒤 행동을 관찰했지. 오른쪽 귀 뒤에 표식이 생겼을 때 나는 거울 앞을 여러 번 지나가며 표식이 있는 쪽을 거울로 향했어. 거울을 보면서 14번 중 12번이나 몸의 방향을 바꿨지. 하지만 표식이 그려져 있지 않을 때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어. 연구팀은 내가 거울 속 모습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하고 표식을 확인하려 했다고 판단했어.
이번 연구로 무엇을 알 수 있었어?
거울 속의 자신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건 동물의 인지 능력이 높다는 뜻이야. 지금까지는 침팬지, 오랑우탄, 코끼리 등 일부 동물만 이런 능력을 갖췄다고 알려졌어.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나는 벨루가도 자기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 줬어. 연구팀은 “벨루가의 인지 능력을 잘 이해하려면 다양한 나이와 성별의 벨루가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