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할 때, 딱 한 판만 더 하면 귀한 아이템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한 판으로 끝나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요.

게임 속 확률이 만들어 내는 환상
스마트폰 게임에는 뽑기 같은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돼 있어요. 확률형 아이템은 정해진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얻는 시스템이에요. 가챠 혹은 랜덤 박스라고도 하지요.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는 확률형 아이템을 만든 게임 회사는 이용자들에게 확률을 명확하게 표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확률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0.1%라면, 1000번 뽑았을 때 딱 한 번 아이템이 나온다는 것이에요. 그러나 게임할 때는 확률을 계산하기보다는 ‘나는 운이 좋으니까, 한 번만 더 뽑으면 아이템이 나올 거야’ 같은 희망적인 생각에 빠져요. 확률이 만들어 낸 환상에 빠져들게 되는 거예요.
이런 환상으로 인해 피해 사례가 발생한 적도 있어요.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게임 회사 넥슨코리아가 게임 ‘메이플스토리’ 속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가 나올 확률을 이용자들에게 속였다고 밝혔어요.
심지어 특정 큐브는 아예 나오지 않도록 설정했지요. 이 사실을 몰랐던 이용자들은 현금 수백만 원을 냈지만, 원하는 큐브를 얻지 못했어요.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코리아에 116억 원의 벌금을 내라고 했습니다.
확률을 조작하지 않았을 때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정확한 확률이 공개됐더라도, 사람들은 ‘나는 뽑을 수 있다’라는 생각에 빠지게 돼요. 2018년 한국게임학회 연구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게임을 자주 하는 청소년일수록 게임에 더 깊이 빠지고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있는 걸로 드러났어요. 즉 게임이 주는 즐거움은 줄고, 불안과 욕심은 커질 수 있습니다.
게임의 진짜 즐거움을 찾아서
게임은 개인의 실력을 키운 뒤, 협동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즐기는 취미 활동이에요.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그 반대예요. 아무리 실력을 키워도 뽑기 결과는 운에 달렸고, 노력보다는 결제 금액과 뽑기 횟수가 승패를 결정해요. 확률형 아이템에 빠지면 과정의 재미는 사라지고 불안한 감정만 남게 되지요. 이런 구조는 사실 게임보다 도박에 더 가까워요.
뇌는 확률이 주는 자극에 쉽게 속아요. 확률형 아이템은 뽑을 때마다 나오는 아이템이 달라요. 우리 뇌는 이런 요소에 강하게 끌리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뽑기 위해 쓴 돈이 아깝다고 느끼거나 친구가 특정 아이템을 뽑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뽑기를 멈추기 어려워요. 이런 사고의 흐름은 도박이 사람들을 이끄는 원리와 비슷해요. 그래서 확률형 아이템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도박의 감정을 미리 배우는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24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이 처음 도박을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12.9세였어요. 도박 중독 청소년들은 처음부터 도박에 손을 댄 건 아니었어요. 대부분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에서 운이 주는 자극을 경험한 뒤, 도박으로 넘어가 돈을 걸게 된 것으로 조사됐어요. 또한 매우 낮은 확률을 뚫고 아이템을 뽑아 짜릿한 감정을 느낄수록 도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게임의 원래 목적은 성취인데, 확률형 아이템이 그 의미를 빼앗아 간 것이지요.
확률형 아이템의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확률의 본질을 알아야 해요. 0.1% 확률은 언젠가 한 번쯤 될 가능성보단,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라 생각해야 해요.
대신 개인의 실력과 협동이 우선인 게임을 하면 좋아요. 어떤 게임에서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하나의 건물을 짓거나, 뽑기가 아닌 게임 속 활동으로 아이템을 얻어 집안을 꾸며요. 이를 통해 운이 아닌 노력으로 성취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 게임할 때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뽑기인지, 게임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게임을 하는 중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불안하고 괴로운 감정이 드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한 번만 더’라는 생각이 들면, 잠시 게임을 끄고 산책하거나 게임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해 보세요. 확률형 아이템을 끊기 힘들다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청소년 도박문제 상담전화에서 상담받는 것도 좋아요. 진짜 게임의 즐거움은 도전과 성장에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필자 소개
미디어는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고 믿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디지털 미디어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표현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도록 안내하는 길잡이를 꿈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