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아주 작은 에너지 단위예요. 원자와 전자, 빛 알갱이인 광자 등 입자들은 모두 양자 현상을 따르죠.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아주 작은 단위로만 확인되던 양자 현상이 전자 회로처럼 우리 눈에 보이는 큰 물체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했어요.
양자 터널링의 원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양자 터널링
양자역학은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보기 힘든, 입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입자의 파동●과 한 입자의 여러 가지 성질 등을 분석하는 데 필요하죠. 양자의 가장 큰 특징은 띄엄띄엄 끊어진 채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중 한 현상이 바로 양자 터널링이에요.
20세기 이전 물리학에서는 원자나 전자처럼 작은 입자들은 자기가 가진 에너지보다 높이가 높은 ‘에너지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봤어요. 그러나 1920년대 이후 물리학자들은 양자 현상에 따라 입자가 에너지 장벽을 통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한 군데에 점처럼 딱 박힌 게 아니라, 파동처럼 퍼져 있기 때문에 그 파동의 일부가 장벽 너머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봐요. 이렇게 입자가 에너지 장벽을 통과하는 듯한 현상을 양자 터널링이라고 합니다.
입자 단위의 양자 터널링은 1958년 일본의 물리학자 에사키 레오나가 최초로 증명했어요. 에사키박사는 10nm(나노미터)● 크기의 얇은 반도체에서 전자가 에너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지 관찰했습니다. 반도체는 낮은 온도에선 전기가 잘 안 통하지만 높은 온도에서는 잘 통하는, 금속과 고무 중간의 성질을 가진 물질이에요. 실험 결과, 전자가 반도체 내부의 에너지 장벽을 통과하면서 전류가 변하는 현상이 관찰됐어요. 양자 터널링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한 거죠. 이 업적으로 에사키 박사는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이후 1984년 미국의 물리학자 존 클라크, 존 마티니스, 프랑스의 물리학자 미셸 드보레가 눈으로도 볼 수 있는 규모의 양자 터널링 실험을 해 보기로 했어요. 그전까지 과학자들은 물체가 눈에 보일 정도로 클 경우, 입자의 양도 그만큼 많아서 양자 현상을 관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죠.
세 교수는 먼저 1cm 크기의 초전도체 전선을 가늘게 잘랐어요. 초전도체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어서 전기를 손실 없이 매우 빠르게 전달하는 물체예요. 자른 전선 사이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얇은 막을 끼우고 약한 전류를 흘리자, 처음에는 전자들이 막을 통과하지 못했어요. 막이 전류가 흐르지 못하게 하는 에너지 장벽의 역할을 한 거죠. 그런데 잠시 뒤 막의 반대편에 전압이 생겼어요. 전압은 전류를 흐르게 하는 힘이에요. 전압이 생겼다는 건 전류가 흐르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초전도체 전선 속 전자들이 에너지 장벽을 통과했다는 뜻이었죠. 이론으로만 예측했던 전선 속의 양자 터널링이 최초로 관측된 거예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김요셉 교수는 “수상자들은 1cm 크기의 물체에서 양자 터널링을 보기 위해 다양한 실험 도구와 방법을 개발했다”며 “덕분에 많은 사람이 전자 회로에서 양자 현상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어요.
초전도체 속 양자 터널링의 원리



물리학상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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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나노미터): 눈으로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길이 단위. 1nm는 10억 분의 1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