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발 약 1000m 대관령 고산지대에 오르니 광활한 목초지가 펼쳐졌어요. 자욱한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목장 ‘삼양라운드힐’이었죠. 삼양라운드힐에서 지구사랑탐사대 대원 31명은 양의 똥을 파헤치는 등 색다른 경험을 했답니다.
반추동물의 독특한 소화 전략
“다음 동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9월 13일,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목장 삼양라운드힐에서 지구사랑탐사대 가을 캠프가 개최됐습니다. ‘삼양라운드힐에는 누가 서식할까?’라는 주제로 캠프가 진행됐어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의 질문에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은 빠르게 화면을 훑었어요. 화면에는 양과 바이슨, 쥐사슴, 기린, 순록, 사향노루, 가지뿔영양 등 일곱 마리의 동물이 띄워져 있었어요.
“초식동물이요!”
여기저기서 대원들은 손을 들며 답변했습니다. 장이권 교수는 대원들의 답을 듣더니 “정답은 모두 반추동물이라는 것”이라고 답했어요. 반추동물은 한 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입에서 되새김질하는 포유류입니다. 대표적으로 소나 양, 사슴, 기린 등이 반추동물에 속해요. 또 위가 네 개라는 특징이 있지요.
반추동물은 네 개의 위를 이용해 먹이를 소화해요. 또, 위에 살고 있는 미생물과 공생하며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을 소화합니다. 장이권 교수는 “반추동물은 혼자서 풀의 섬유질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미생물의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어요. 먼저, 반추동물의 제1위와 제2위에서 미생물이 먹이 안의 섬유질을 분해해요. 그 후 반추동물이 되새김질로 먹이를 잘게 부수면, 제3위에서 먹이의 수분이 제거됩니다. 마지막으로 제4위에서 수분이 빠진 유기물 덩어리가 소화되면 반추동물은 단백질 등의 영양소를 얻을 수 있어요.

➊ 삼양라운드힐 김세하 대표가 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➋ 동물 퀴즈를 내는 장이권 교수.
삼양라운드힐은?
해발 850~1470m의 고산지대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목장이에요. 600만 평의 초원에서 자유롭게 노는 동물들과 자연 바람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원 풍력발전기 등을 볼 수 있어요.


해발 1000m에서 만난 똥풍뎅이와 투구꽃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은 강연장에서 나와 해발 1000m 정도 높이의 고산지대 목초지로 이동했어요. 넓게 펼쳐진 초록빛 목초지는 마치 제초기로 깎은 듯 짧고 일정하게 잘려 있었어요. 양들이 일정하게 풀을 씹었기 때문이에요. 목초지에는 드문드문 검은색의 양 똥들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똥 속에 누가 살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장이권 교수의 말과 함께 대원들은 목초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젓가락으로 새까만 똥 덩어리를 파헤쳤어요. 이 똥 덩어리는 몇 시간 전 양이 풀을 먹고 싼 똥이었습니다. 마치 자갈과 비슷한 모습도 있었고, 크게 덩어리진 형태도 있었어요. 양은 건초나 풀을 주로 먹기 때문에 똥에 수분 함량이 낮아 쉽게 부서지지 않는 상태로 배출됩니다.
대원들이 젓가락으로 똥을 파헤치는 그때, 똥 속에서 깨처럼 박힌 작은 곤충이 나타났어요. 바로 똥풍뎅이였습니다. 장이권 교수는 “똥풍뎅이는 딱정벌레과 곤충으로 초식동물의 똥을 먹고 산다”며 “쇠똥구리와 달리 똥 밑에 구멍을 파고 먹이를 조금씩 떼어먹는다”고 설명했어요.
대원들은 똥을 운반하는 보랏빛 광택의 보라금풍뎅이 등도 만났어요. 보라금풍뎅이는 동물의 똥을 먹이로 삼고, 똥을 뭉쳐 그 안에 알을 낳으면 애벌레가 자라나는 대표적인 똥벌레입니다. 준선 팀 황이준 대원은 “더럽다고 생각한 똥이 곤충에게 먹이도 되고, 안락한 집도 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어요.
이후 대원들은 우거진 숲 산책길을 걸었어요. 그때 자그마한 보랏빛의 꽃이 눈길을 끌었어요. 성신여자대학교 생물학과 정민경 연구원은 “이 꽃은 로마 병사의 투구를 닮아 이름 붙여진 투구꽃”이라고 말했어요. 투구꽃은 독화살에 사용될 만큼 독성이 강해요. 다른 꽃으로 오인해 채취하거나 섭취하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대원들은 참당귀, 수리취, 고려엉겅퀴, 다래를 발견했어요. 함께한 성신여자대학교 생물학과 서정우 연구원은 “수리취는 국화과 풀로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며 “특히 이러한 산지 탐방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양한 식물들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산책로를 걸으니 꽃, 풀, 나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솔방울 팀 김민솔 대원은 “여러 식물의 생김새를 보고, 냄새를 맡고, 촉감을 느껴보는 재미난 시간이었다”며 “투구꽃처럼 생긴 식물을 관찰해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양들이 풀을 먹은 영역(왼쪽)과 먹지 않은 영역.

➊ 곤드레로 불리는 고려엉겅퀴.
➋ 잎에서 특이한 향이 나고 뿌리가 한약재로 쓰이는 참당귀.
➌ 투구와 비슷하게 생긴 투구꽃.
➍ 다래. 반을 가르면 키위와 비슷한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