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바다에서 처음 만나 위엄에 놀란 생물이 있어요. 바로 꼬치고기입니다. 꼬치고기의 강렬한 생존 본능을 파악해 봐요.
무리를 지어 다니는 꼬치고기
꼬치고기는 꼬치고기과 꼬치고기속 생물이에요. 큰꼬치고기와 꼬치고기 등이 꼬치고기류에 속하지요. 옆면에 18~22개의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에요. 뱀과 닮았고, 날카로운 송곳니처럼 생긴 이빨이 있습니다. 큰꼬치고기는 최대 2.4m 길이까지 자라고 꼬치고기는 최대 1.4m 길이까지 자랍니다.
꼬치고기는 성체가 되기 전까지 주로 집단생활을 합니다. 바다와 섞여 드는 호수인 석호나 바다 쪽 암초에서 많이 살아요. 저는 꼬치고기를 2011년 10월 필리핀 보홀에서 처음 만났어요. 꼿꼿하게 헤엄치던 꼬치고기의 강렬한 인상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이후 2018년 6월, 인도네시아 데라완에서도 끝없이 펼쳐진 꼬치고기 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입안에 가위가 있다
꼬치고기는 야행성 동물이에요. 낮까지는 주로 산호초 근처의 바닷가에 모여 휴식을 취하다가 해가 질 녘에 바다 깊은 곳으로 출발하고 흩어져요. 사냥을 떠나는 거지요. 특정 구역에 한번 자리를 잡으면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같은 장소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꼬치고기는 잭피쉬와 도미, 참치, 숭어, 청어, 멸치, 그루퍼를 먹고 살아요. 주로 플라크톤을 먹는 어류를 먹이로 삼지요. 2010년 이란 이슬람아자드대학교 연구팀이 톱니꼬치고기(Sphyraena putnamae)라는 종의 식단을 분석한 결과, 섭취한 내용물의 98%가 플랑크톤을 먹는 어류 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사냥할 때 꼬치고기는 시력과 움직이는 속도, 그리고 기술에 많이 의존해요. 색깔과 움직임을 보고 먹이를 알아차린 뒤 먹이가 도망가기 전에 빠르게 접근합니다. 먹이를 잡는 순간 1초에 12m만큼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지요. 무리를 지어 헤엄쳐 다닐 때는 먹이 떼를 좁은 지역으로 몰거나 얕은 물로 유도해 먹이를 더 쉽게 잡습니다.
먹이로 돌진한 꼬치고기는 강한 턱의 힘을 이용해 먹이를 반으로 잘라요. 이러한 행동을 ‘돌격 물기’라고 해요. 턱과 머리의 근육을 가위처럼 움직여 돌격 물기를 할 수 있지요. 지렛대를 이용하면 작은 힘으로도 더 큰 힘을 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예요.
2008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연구와 2009년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비교해 보면 꼬치고기의 돌격 물기 강도는 58~258N●였어요. 성인 남성이 무는 힘인 300~700N과 비슷한 강도이지요. 꼬치고기가 이처럼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건 돌격 물기의 지렛대 효과도 있지만 강한 턱 근육과 튼튼하고 날카로운 이빨 덕분이랍니다. 몸집이 큰 개체일수록 이 힘은 더 강해집니다.



심수환(해양생물학자, 해양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