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헬기가 의식 없는 남자를 싣고 사라졌다. 명 탐정과 이 프로, 나는 절벽 위로 올라가 상황을 살폈다. 끊어진 밧줄이 나무에 묶여 있었고, 역시나 칼로 자른 것처럼 매끈했다. 남자가 절벽 밑에 흘린 지갑 속에서 신분증을 보니 그는 인근 산장의 주인이었다. 우리는 즉시 산장으로 향했다.
산장에 도착해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명 탐정이 동작을 멈췄다.
“잠깐!”
명 탐정이 현관의 신발들을 살피고 나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어제 저녁 7시 30분부터 비가 왔는데, 신발 한 켤레에만 진흙이 묻어 있군.”
이 프로가 배낭에서 자를 꺼내 신발의 크기를 쟀다. 내가 크게 짖자 산장에서 잠에서 깬 듯한 4명의 남자 투숙객들이 나왔다.
“혹시 어제 저녁에 밖을 나간 사람이 있나요?”
명 탐정은 네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 산장에 투숙한 이후 밖에 나간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아니요.”
모두 나간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명 탐정은 네 사람의 키와 발 크기, 투숙한 시간을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명 탐정이 범인으로 추측되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했다.
“옷 좀 보여 주실 수 있나요?”
명 탐정의 말에 따라 용의자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찾았다.
“어? 제 옷이 사라졌어요.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분명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놨는데!”
내가 나설 차례였다. 나는 용의자의 냄새를 맡은 후 킁킁거리며 산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때, 세탁기 안에서 용의자와 같은 냄새가 났다.
“왈왈왈!”
명 탐정과 이 프로가 세탁기 뚜껑을 열고 흙이 묻은 바지와 상의를 꺼냈다.
“이 옷 맞죠? 옷의 모습을 보아하니 진흙에서 뒹군 모양이군요.”
명 탐정이 옷을 꺼내며 용의자를 향해 말했다.
“아, 아닙니다. 저는 밤이나 새벽에 밖에 나간 적이 없어요.”
명 탐정의 말을 들은 용의자는 옷을 보며 표정이 즉시 일그러졌다.
“왜 제 옷에 흙이 묻어 있는 거죠?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누군가가 제 옷을 입고 밖에 나갔다 온 게 분명해요.”
용의자의 말을 들은 명 탐정은 옷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바지에는 허리띠가 없었다. 나는 다시 코를 킁킁거리고 돌아다녀 산장 거실의 쓰레기통 속에서 허리띠를 발견했다. 용의자의 허리띠에는 흙이 묻어 있지 않았다.
용의자의 옷을 펼쳐놓고 살펴본 이 프로가 명 탐정에게 말했다.
“정말 이상한 점이 있네요. 이 옷은 옷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입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