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서가 쏜 화살이 천장의 검은 형체에 정확히 꽂혔다. 그러자 검은 형체가 괴성을 지르며 꿈틀거리더니 천장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벗어난 귀신은 다시 잡힐까봐 잽싸게 이준에게 붙었다.
검은 요괴를 완전히 봉인하라!
“고마워, 너희는 내 은인이야. 나는 지난 1000년 동안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어.”
이준의 어깨에 붙은 채 귀신이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준은 여전히 무서워하는 기색으로 내려와서 말해주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귀신은 꼼짝도 않은 채 다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저 바닥을 봐.”
검은 형체가 흘러내린 마룻바닥에 웬 사각형이 보였다.
비밀번호를 맞혀라!
빨간 막대기로 사각형을 4등분하자 바닥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부신 섬광이 사라진 자리에 숫자열이 나타났다. 어느새 이준의 머리로 옮겨간 귀신이 숫자열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을에서 탈출하는 진짜 문은 여기야. 하지만 비밀번호는 몰라. 너희가 찾아야 해.”
예서가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규칙을 찾아줘. 입력은 내가 할 테니!”
벽돌의 개수를 맞혀라!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바닥이 열렸고, 예서와 이준은 아래로 추락했다. 한참 어둠 속으로 떨어지던 이준은 자신이 어딘가에 착지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 주위에는 높고 거대한 정육면체 벽돌이 성처럼 쌓여 있었다.
“예서 누나! 어딨어? 괜찮아?”
벽돌 기둥의 뒤에서 예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난 괜찮아! 그런데 너를 못 찾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