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오후 2시, 서강대학교 R관 바이오계면연구소로 4명의 어과동 기자단이 출동했어요.
신관우 교수님의 초청을 받아 ‘켐봇(로봇팔)과 함께하는 화학 실험’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죠. 기자단 친구들은 화학 실험실에 나타난 로봇을 직접 작동해 실험해 보기로 했어요. 로봇으로 화학 실험이 가능할까요?
“로봇으로 화학 실험이 가능할까요?”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승연 석사과정 연구원이 실험실을 찾은 기자단 친구들을 반갑게 맞으며 질문을 던졌어요. 공민호 독자기자가 “사람처럼 구동할 수 있다면, 실험이 가능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이승연 연구원이 웃으며 답했어요.
“로봇이 사람처럼 실험하려면 먼저 물건을 쥐고 이동할 장치가 필요하겠죠? 로봇팔 끝에 달린 물건을 잡는 장치 ‘그리퍼’가 그 역할을 할 거예요.”
기자단 친구들은 두 집게가 달린 그리퍼를 만지며 처음엔 잠시 어색해 하더니, 금세 컴퓨터로 그리퍼가 집게를 벌리는 정도와 힘의 크기를 조작해 물건을 들어보였어요. 처음에는 서정우 독자기자가 그리퍼에 힘을 너무 세게 가해 물건에서 ‘뽀각’하는 소리가 났어요. 힘을 약하게 주면 물건이 그리퍼에서 빠져나가 떨어졌죠. 적당한 힘을 줄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그리퍼에 익숙해진 뒤, 기자단 친구들은 미니로봇 크로마토그래피 실험●을 했어요. 사인펜을 손에 쥔 미니로봇에게 종이 위 같은 위치에 점을 반복적으로 찍게 하고, 문어 빨판처럼 생긴 진공 그리퍼로 종이를 물컵까지 이동하도록 교육시키는 미션이었죠.
“사인펜은 한 가지 색처럼 보여도 잉크 속에 사실 여러 색소 입자가 섞여 있어요. 색소들이 물에 녹아 종이 위로 천천히 이동할 텐데, 입자마다 이동 속도가 달라 색소들이 분리되어 나타나지요.”
이승연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독자기자들은 두 명씩 팀을 이뤄 미니로봇을 가르쳤어요. 조민서 독자기자가 사인펜으로 종이에 점을 찍도록 로봇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미니로봇이 살짝 미끄러지는 실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재빨리 계획대로 종이에 점을 찍게 교육하고, 로봇이 이를 반복하도록 구동시켰어요. 이때 로봇의 움직임에 모두가 웃음을 빵 터뜨렸어요. 로봇이 실수로 바닥을 쿵 찍었던 움직임까지 기억해 반복했거든요. 그러나 이내 로봇이 점을 찍었던 바로 그 위치로 정확히 이동해 점을 덧칠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 감탄했답니다. 미니로봇은 약 1mm 내외의 오차범위 내에서 원하는 위치로 정확히 구동하는 정밀한 모습을 보였거든요!
●크로마토그래피 실험 : 물이 이동하면서 혼합물 속 분자를 분리하는 실험.
날 대신할 로봇 화학자!
“다음은 우리나라 최초로 화학 실험실에 설치된 로봇 ‘켐봇’을 보여 줄게요. 직접 실험하지 않아도 원격으로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신관우 교수님 안내로 독자기자들은 옆 방에 숨어 있던 켐봇을 관찰했어요. 이날 켐봇은 앙금 생성 반응 실험●을 진행했어요. 은 이온(Ag+)은 염화 이온(Cl-)과 만나면 하얀색의 염화은(AgCl)을, 아이오딘화 이온(I-)과 만나면 노란색 아이오딘화은(AgI)을 만들어요. 바다에 녹아 있는 칼슘 양이온과 탄산 음이온이 만나 조개 속 진주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지요.
로봇팔이 비커가 있는 위치로 향하도록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을 한 뒤, 구동 버튼을 누르자 로봇이 명령에 따라 실험을 시작했어요. 켐봇은 회전 축이 6개로 이뤄져 좌우, 앞뒤, 위아래로 관절에 따라 움직였어요. 켐봇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실험하는 장면에 기자단 친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집중했지요.
켐봇은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와 화학과가 공동연구해 만든 로봇이에요. 화학과 기계, 로봇은 전혀 다른 분야인 것 같지만, 함께 발전하고 서로 도움을 주며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지요. 기계공학과 이에드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화학자가 실험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 기계공학자가 로봇을 만들고, 로봇이 이해할 수 언어인 코딩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프로그래밍한다”고 설명했어요.
신 교수님은 로봇팔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이며 어과동 독자들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셨어요.
“예전엔 우주인들이 우주선 수리가 필요할 때 밖으로 나가는 대신 로봇팔을 이용해서 고쳤어요. 로봇팔의 시작이죠. 요즘은 로봇팔이 의사를 대신해 환자에게 정밀한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공장형 로봇에서 나아가 지금은 로봇과 컴퓨터 인공지능이 결합해 자율성도 얻었어요. 화학 실험은 사람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나요? 미래엔 인공지능이 실험에 활용돼 예상 못한 상황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로봇이 나올 거예요. 지금 그 첫걸음을 뗀 것이랍니다!”
●앙금 생성 반응 실험: 양이온과 음이온이 만나 물에 녹지 않는 앙금을 만드는 화학 반응.
어과동 기자단
취재하고 기사 쓰면 글쓰기 실력이 쑥쑥!
기사1 켐봇과 함께하는
화학 실험실에 다녀왔습니다! 공민호
로봇이 실험을 하려면 화학 물질을 인식할 센서, 물질이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카메라를 가져야 하고 오차 없이 움직이도록 모터에게 명령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크로마토그래피 실험으로 혼합물을 분리하고 켐봇을 이용해 양이온과 음이온이 만나 물에 녹지 않는 앙금을 만드는 실험도 해서 흥미진진했지요. 마지막엔 켐봇으로 실험용 플라스크 옮기기를 해 봤는데 조종이 조금 어려웠지만 성공해서 뿌듯했습니다. 아직 작동이 사람처럼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면 인간이 하는 많은 일을 로봇이 대신하며 우리가 더욱 편리한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래를 기대하게 됐답니다.
기사2 화학이 로봇과 결합하면?
서강대로 출동! 서정우
화학이 로봇과 어떻게 함께할까 궁금했는데, 강의와 실험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크로마토그래피 실험은 종이에서 분자가 분리되는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코로나19 진단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신기했어요. 사람의 움직임을 기억해 반복 작동되는 미니로봇도 흥미로웠습니다.
이어 조개 속 진주가 탄산 이온과 칼슘 이온이 결합해 만든 앙금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로봇팔이 앙금을 직접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초로 공개되는 화학 실험실 로봇팔이라 감동이었습니다. 교수님 외에도 기계공학을 전공하신 선생님들도 함께해 더 뜻깊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