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주요기사][우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천문학자] 왜 지구를 떠나십니까?

‘우리가 달에 간 것은 그저 우리가 원해서였다. 우리가 화성에 간 것은 다른 방법이 없어서였다’. 한 외국 SF 드라마의 광고 포스터 문구예요. 왜 화성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가야만 했을까요? 지금도 가끔 머릿속에서 이 질문이 꿈틀대곤 합니다.

 

달에 찍힌 첫 발자국은 자존심 때문?

 

인류가 달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를 통해서였습니다. 이때 달에 간 것은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당시는 미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나라들과, 지금은 러시아인 소련과 같은 공산주의 나라들이 서로 누가 더 우월한지 다투던 시기였어요. 누가 더 힘이 세고 돈이 많은지, 누가 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는지, 누가 더 과학기술이 훌륭한지 같은 것으로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8년 전인 1961년,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지구 바깥을 탐험했습니다. 이 일로 미국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이걸 회복하고자 무조건 1970년 이전에 사람을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했죠. 그 약속을 지키려고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달에 가려는 이유가 그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함이라, 정작 한 번 달에 다녀온 후에는 미국도 소련도 다시 달에 갈 이유가 없어졌어요. 아폴로 계획은 그로부터 3년 뒤인 1972년에 끝났고, 그 뒤로 5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지구 밖의 별에 직접 발을 딛지 못했죠.

 

비록 사람은 직접 타지 않았지만, 최근 여러 나라에서 달에 우주선을 보내고 있어요. 러시아와 미국뿐 아니라, 2013년부터는 중국이 창어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고 2023년에는 인도도 찬드라얀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어요. 올해는 일본이 만든 우주선 SLIM이 달에 착륙했지요. 착륙선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2022년에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를 쏘아 보내서 달 주위를 돌며 정보를 모으고 있어요.

 

여러 나라가 다시 우주로 향하게 된 건 분명합니다.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 전담 기관인 우주항공청을 만든 우리나라도 물론이고요.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사람을 달로, 아니면 화성까지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2016 National Geographic

➊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의 SF 드라마 시리즈 ‘더 마스’의 포스터. ‘우리가 화성에 간 것은 다른 방법이 없어서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➋ 우리나라가 쏘아 올린 달 탐사선 다누리호의 모습.

 

NASA/Neil A. Armstrong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간 미국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과 달 표면에 꽂힌 미국 국기.

 

 

달이나 화성으로 이사를 간다면?

 

아폴로 계획처럼 다른 행성에 몇 번 갔다 오는 정도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달이나 화성에 가서 머무를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달이나 화성에 사람이 가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겠죠.

 

우선 달에는 금속 등 여러 종류의 자원이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채굴하기 어려운 ‘헬륨3’ 같은 자원들도 있죠. 또 달에는 공기가 없고 중력도 적어서, 표면에 망원경이나 로켓 발사 기지를 세울 수도 있어요. 한편 화성은 지금은 영하 60캜로 매우 춥지만, 수십억 년 전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돼요. 물이 있었다면 생명체가 있었을 수도 있죠. 이 추측이 옳은지 제대로 알아보려면, 사람이 직접 화성에 가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거예요.

 

그러나 저 정도 이유로 드라마 광고 문구처럼 ‘다른 방법이 없어서 간다’고 말하긴 어렵겠죠. 만약 여러분과 가족, 친구들이 달이나 화성에 꼭 가야 할 일이 일어난다면, 과연 어떤 상황일까요? 지구가 환경오염이나 전쟁으로 살기 어려워진다면, 지구를 떠나 달 또는 화성으로 이사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를 위해선 ‘테라포밍’이 필요할 겁니다.

 

테라포밍은 다른 행성의 환경을 지구처럼 바꾸는 일입니다. 공기가 없는 달보다는 공기가 있는 화성이 테라포밍 대상으로 더 자주 언급되죠.

 

하지만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은 아직 어렵습니다. 지구의 환경과 같아지도록 중력과 기온,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에요. 현재의 기술로는 수백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 혹시라도 화성에 이미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이 화성 생명체에게는 지구인들의 테라포밍이 생존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환경파괴가 되겠지요.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보단,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여러모로 훨씬 쉬워요. 달이나 화성에 사람이 가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미래의 인류가 부디 ‘다른 방법이 없어서’ 먼 행성으로 떠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Daein Ballard(W)

화성의 환경을 지구처럼 바꿨을 때의 변화를 상상한 그래픽.

 

NASA/JPL-Caltech

지난 10월 1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가 찍은 화성의 풍경.

 

필자소개

홍성욱(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주론과 외계생명 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로, 우주의 가장 큰 구조물인 우주거대구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의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4년 12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23호) 정보

  • 홍성욱(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에디터

    조현영
  • 디자인

    최은영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