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수많은 생명이 내는 소리로 가득해요. 동물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지구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요. 주변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부터 들어볼까요?
새 소리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은 게 언제인가요? 새들의 지저귐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어요. 번식기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고, 먹이를 찾거나 적의 공격을 알릴 때도 소리를 내지요. 그런데 최근 새의 울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어요.
2022년 국제 학술지 ‘생태와 진화’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인해 건조해진 환경이 새 소리가 줄어든 원인일 수 있어요. 연구팀은 가상의 야생 환경에서 기후 위기가 새들의 목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어요. 그 결과, 덥고 건조한 곳에 사는 새들은 습한 곳에서보다 노래를 덜 부르거나, 아예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연구팀은 덥고 건조한 공기가 새들의 성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처럼 생물의 소리를 관찰하는 것은 기후 위기가 생물의 번식과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에요. 소리를 통해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인류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과학자들은 새뿐만 아니라 개구리의 울음소리, 돌고래의 초음파 소리 등을 조사하며 기후 위기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소리가 생물과 가까운 거리에서 기후 위기의 신호를 알려준다면, 영상은 보다 먼 거리에서 오랜 시간에 걸친 생태계의 변화를 한눈에 알려줘요. 1880년부터 2015년까지 지구의 온도 변화를 보여주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영상이 대표적인 예지요. NASA는 전 세계 6300개 기상 관측소가 온도를 측정한 값을 모아 135년에 걸친 지구 평균 기온의 변화를 영상으로 보여줬어요. 지구 온난화가 시작되기 전인 1951년부터 8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보다 높은 곳은 주황색으로, 낮은 곳은 푸른색으로 표시했어요. 처음에는 푸른색이었던 지구가 점점 주황색으로 덮이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영상 데이터는 시간에 따른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 기후 위기의 영향을 추적하는 데 유용해요.
데이터로 생물 다양성 지킨다
생물들은 각기 다른 모습, 다른 방식으로 살지만 서로 먹이사슬 등으로 연결돼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곤충이 꽃을 수분하고 그 꽃이 열매를 맺으면, 그 열매는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지요. 각 생물이 사라지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기 쉬워요. 이를 두고 ‘생물 다양성’이라고 해요.
과학자들은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소리 데이터와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생태계를 이루는 각 종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지요. 프랑스 스타트업 그린 프락시스 소속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 보르네오섬의 밀림에 사는 생물들의 소리를 녹음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평가하고 있습니다.
생물의 소리는 높낮이, 즉 주파수를 통해 구분할 수 있어요.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각각 고유한 주파수를 갖고 있어 소리만 듣고도 어떤 동물이 내는 소리인지 알 수 있지요. 연구팀은 보르네오섬 밀림을 여러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의 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해 어떤 생물들이 소리를 내는지 확인합니다. 이 과정을 수년간 반복하면 밀림의 어느 구역에서 어떤 생물들이 사라지고 생겨나는지 알 수 있어요.
인공위성에서 보내온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생태계의 변화를 포착하기도 해요. 지난해 4월, 인공위성 전문 기업 나라 스페이스는 1990년과 2023년 베트남 코 찌엔 강의 맹그로브 숲을 촬영한 위성 영상을 비교해 총 3만 7900ha(헥타르)의 숲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밝혔어요. 33년간 서울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이 사라진 것이지요. 맹그로브 숲은 열대우림의 6배가 넘는 탄소를 저장해 환경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숲 가까이서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으로 보면 시간에 따른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인공위성이 관측한 데이터는 산불,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을 줘요. NASA가 발사한 모디스 인공위성은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지표면의 열을 감지해요. 이를 통해 산불이 발생하거나 확산하는 초기 단계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지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공위성이 수집한 방대한 양의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면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답니다. 내가 모은 소리와 영상이 어떻게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며 그 방법을 찾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