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어린이과학동아는 어떻게 시작했을까요?
어과동을 처음 만들었던 편집부와 만화 작가님이 들려주는 생생한 창간 이야기를 함께 해요!
Q. 어과동은 어떻게 처음 만들어지게 됐나요?
2004년 6월, 어린이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전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 만화 잡지를 만들기로 했어요. 만화 담당 기자가 과학 학습 만화를 기획했고, 과학 기자가 ‘스타 과학자 인터뷰’ 코너 등 재밌는 과학 기사를 진행했지요. 당시 5일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일 정도로 힘을 쏟아서, 그해 10월에 어린이과학동아가 세상에 나오게 됐답니다.
Q. 어과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나요?
안형준 기자의 ‘우주인 도전기’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06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최한 우주인 선발대회에 어과동의 안형준 기자가 직접 참가해 최종 후보 30명 안에 들었어요. 이소연 박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비행사로 뽑혔던 그 대회예요. 선발대회 과정 자체를 직접 체험하고 취재해, 아주 재미난 기사가 나왔지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는 무엇인가요?
‘꿈꾸는 아인슈타인’이요. 물리학을 전공한 제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만화로 그려보자고 제안했고, 22쪽이나 되는 만화를 연재했어요. 지금도 물리학자 시리즈 책을 쓰고 있어요. 지금까지 어과동과 관련된 일이 이어진다는 점이 신기해요.
Q. 어과동 20주년을 축하해 주세요!
30주년, 40주년이 될 때까지 제가 축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어린이들이 어과동을 보길 바랍니다.
Q. 어과동 만화의 1등 공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창간호 만화는 모두 제가 챙겼어요. 어과동에 합류하자마자 캐릭터를 귀엽게 그리는 만화 작가부터 섭외했어요. 그 결과 당시 학습 만화 분야에서 유명했던 강경효, 홍승우, 석동연 작가님 등이 어과동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저는 작가님과 함께 과학을 만화에 어떻게 녹일지 소통하면서 어과동 스타일을 만들었어요.
Q. 어과동 스타일의 학습 만화는 어떤 건가요?
과학 30%, 재미 70%가 적절히 섞인 과학 학습 만화예요. 예를 들어 ‘꿈꾸는 아인슈타인’ 31쪽을 보면 ‘게당케 인’이라는 주문이 나와요. 생각으로 들어간다는 뜻인데, 말의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돼지코를 만들고, 한쪽 팔을 올리면서 소리치게 했죠. 만화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재미있게 만드니 동작이 독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는 무엇인가요?
2014년 연재한 ‘다운이 가족의 생생 양자역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양자역학을 만화로 전달한다면 어린이에게 유익하면서 재밌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데 당시에 편집부에서 양자역학을 만화로 만들기는 어렵다며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밀어붙였죠. ‘다운이 가족의 생생탐사’에 나온 다운이 가족이라는 익숙한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이억주 편집장님이 글을 맡아서 만화를 시작했어요. 다행히 단행본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어요.
Q. 어과동 20주년을 축하해 주세요!
어과동은 어린이들의 필독서입니다. 이 잡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이 감사합니다. 어과동 덕분에 과학과 만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만화가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과학이 어린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었지요. 100주년까지 쭉쭉 나오길 바랍니다.
Q. 어과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가 있나요?
홍승우 작가님의 ‘다운이 가족의 생생탐사’요. 어과동이 만들어지기 전, 국내외 탐사를 다니면서 편집부에서 ‘생생탐사’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그 책을 만화로 만든 게 ‘다운이 가족의 생생탐사’죠. 현장의 감동을 만화로 표현하니 가슴이 뭉클했어요. 홍 작가님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표현을 잘하셨죠.
Q. 섭섭박사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과학 실험을 좋아하고, 손으로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기자 시절에 실험 코너를 담당했어요. 그러다 직접 실험을 하는 캐릭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6차원에서 온, 항상 과학을 더 알고 싶어하는 캐릭터인 섭섭박사가 탄생했어요. 이후 전국 어디든 어린이에게 섭섭박사가 찾아가 실험을 함께했답니다. 지금도 섭섭박사로 변신해 지구사랑탐사대(지사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지사탐의 시작도 어과동이라고요?
12년 전 어과동 편집장을 맡았을 때, 동물행동학자인 장이권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정보가 많지 않아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연구를 돕기 위해 독자 가족으로 구성한 ‘수원청개구리 탐사대’를 만들고, 전국의 수원청개구리 소리를 수집했어요. 그 후 다양한 종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서 ‘지구사랑탐사대’로 이름을 바꾸고 탐사 활동을 넓혔습니다. 신종 생물도 발견하고, 관련 논문도 8편이나 나왔답니다.
Q. 어과동 20주년을 축하해 주세요!
창간을 준비하면서 밤새운 때가 벌써 20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당시 어과동을 봤던 어린이가 지금은 지사탐 연구원이나 어엿한 과학자가 되기도 했어요. 앞으로 어과동이 여러분의 꿈을 키우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어과동에서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일간지인 한겨레 신문에 ‘비빔툰’을 연재하고 있을 때, 정영훈 부편집장이 비빔툰에 나오는 ‘다운이 가족’이 생태 탐험하는 만화를 그리자고 제안했어요. 그게 ‘다운이 가족의 생생탐사’예요. 마침 저도 과학을 좋아했고, 잡지 만화 작가가 되는 것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어요. 다운이 가족이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Q. 과학 만화를 그리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표현하는 것이 쉽진 않아요. 예를 들어 양자 중첩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기자님들이 준 자료와 책 자료를 공부하면서 최대한 틀리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지요. 원자를 사과로 비유해서 표현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만들기도 했어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독자들이 재밌게 읽어줘 뿌듯했죠.
Q. 어과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뉴칼레도니아섬에서 진행한 어과동 탐사 활동에 참여했어요. 저는 그 섬의 산호초, 카구새와 같은 생물을 보고 현장에서 그렸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 독자 친구들이 옆에 와서 그림을 그려 달라고 말하더라고요. 인기가 정말 좋았어요. 동물 그림 그리는 방법도 알려주면 독자 친구들이 따라 그리기도 했어요. 만화로 만나던 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반응도 바로 오니까 색다른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Q. 어과동 20주년을 축하해 주세요.
20년 동안 어과동에서 만화를 연재할 수 있었던 힘은 모두 어린이 여러분에게서 왔습니다. 제가 만든 캐릭터들부터 아주 사소하게 그린 부분까지 깔깔 웃으며 크게 반응해 줬습니다. 지금까지 큰 사랑을 줘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만화를 그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