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거침 없이 쏟아지던 6월 22일, 국립공원공단과 시민과학자인 지구사랑탐사대 12기 대원 147명이 북한산, 태안 해안 등 전국의 8개 국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우리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식물을 없애기 위해서였죠.
돼지풀을 뽑자!
북한산국립공원 곳곳에는 생태계 교란 식물인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이 성인의 허리 높이만큼 자라 있었습니다. 생태계 교란 식물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식물 중 우리나라 고유 식물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식물을 말해요. 우리나라 식물의 개체 수를 줄이기도 하고, 감자와 같은 작물이 자랄 때 햇빛을 가려 영양분을 받지 못하게 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생태계 교란 식물은 싹이 올라올 때부터 정기적으로 제거해 줘야 합니다. 국립공원공단 김나영 주임은 “지금은 돼지풀이 자손을 퍼트리기 직전이기 때문에 돼지풀을 뽑아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어요.
최대 1.8m까지 자라는 돼지풀은 번식력이 강해 다른 토종 식물을 잘 자라지 못하게 하고, 꽃가루가 인간에게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생태계 교란 식물이에요. 김나영 주임은 “돼지풀은 쑥과 달리 잎의 뒷면에 털이 있다”고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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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풀과 이름이 비슷한 단풍잎돼지풀은 잎이 돼지풀보다 크고, 손가락 모양처럼 잎이 3~5갈래로 갈라지는 게 특징이에요. 돼지풀처럼 빨리 성장하고, 번식력이 강해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져 살지 못하게 방해해요. 역시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 식물에 속하지요.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3팀씩 3구역으로 나뉘어,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을 뽑았어요. 양손 가득 돼지풀을 뽑은 하쿠나마타타 팀 손민서 대원은 “생태계 교란종의 종류와 모양을 직접 보고 뽑을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커다란 돼지풀을 뽑다가 넘어지기까지 한 여원이네 팀 정여원 대원은 “돼지풀의 뿌리가 넓고 깊게 퍼져 있어서 우리나라 식물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어요. 이어 “우리나라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풀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생태계 교란 식물 대신 토종 나무!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은 북한산국립공원뿐만 아니라 월악산국립공원, 설악산국립공원 등 전국 국립공원 8곳에서 생태계 교란 식물을 뽑았어요. 충북 제천에 있는 월악산국립공원에는 지사탐 대원 7팀이 모였습니다.
지난 4월 국립공원공단은 월악산국립공원이 사들인 밭 곳곳에 참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참나무의 이파리가 나기도 전에 우선관리외래식물인 미국가막사리와 외래식물인 개망초가 자리잡았지요. 둘 다 북미에서 들어온 식물로, 이들로 인해 참나무가 제대로 햇빛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사탐 대원들은 미국가막사리와 개망초 뽑기에 나섰어요. 국립공원공단 임우찬 계장은 “농약을 뿌려 외래식물을 없애는 건 국립공원에 살아가는 곤충, 동식물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손으로 외래식물을 뽑아 고유 생태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활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지사탐 대원들이 국립공원 8곳에서 뽑은 외래식물과 생태계 교란 식물은 모두 13종입니다. 설악산국립공원에서는 외래식물을 뽑은 자리에 주변 식물과 잘 자랄 수 있는 신갈나무를 심기도 했지요. 국립공원공단 최유화 과장은 “자연에 관심이 많은 지사탐 대원들이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이 돋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국에 있는 지사탐 대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있는 국립공원에서 생태계 교란 식물을 뽑은 것도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지요. 최 과장은 “앞으로 지사탐 대원이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태계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전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