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어서 오세요~, 꽁꽁부동산입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꽁.” (제가 사는 논이 개발 예정이어서 이사 갈 곳을 알아보고 있는데요.)
“맹.” (걱정하지 마세요. 원하는 조건만 알려주시면 다~ 맞춰서 찾아 드릴게요!)
돌, 나무 밑 맹꽁이가 좋아하는 곳은?
맹꽁이를 잘 지키려면 먼저 맹꽁이가 살고 있는 서식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맹꽁이가 어디에 사는지, 서식지의 규모와 환경은 어떤지 알아야 적합한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맹꽁이가 어떤 장소에 있는지 없는지 아는 것부터가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거예요.
맹꽁이는 장마철에 산란을 하러 나왔을 때만 볼 수 있어요. 그 외에는 돌이나 나무 밑, 흙 속에서 생활하고 이동을 별로 하지 않거든요. 그러다 번식기가 되면 비가 많이 내리는 저녁부터 우렁차게 울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때야 이 지역에 맹꽁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성체가 되면 안 보이는 곳에 숨어버리고 올챙이 때는 청개구리나 참개구리 올챙이와 섞여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어려우니 특정 지역에 맹꽁이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 상태에서 개발이 일어나면 맹꽁이는 보전 활동을 펼칠 틈도 없이 서식처를 잃게 되지요.
공사 과정에서 직접 다치지 않아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예요. 맹꽁이는 행동 영역이 500m 정도로 굉장히 좁은 편인데, 이 때문에 주변 서식지가 파괴되면 남아 있는 맹꽁이들은 지리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어요. 작은 규모의 격리된 개체군 안에서 번식이 반복되면 돌연변이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요. 유전적 다양성이 낮으면 질병에 잘 걸리고 생존력이 약해지죠. 오랫동안 맹꽁이를 연구해 온 고상범 박사는 “고립된 맹꽁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환경변화에 적응을 못 해 사라질 확률이 무척 높다”고 설명했어요.
잘 살 수 있는 대체서식지 찾아야
현대 사회에서 모든 개발을 멈추는 것은 어려워요. 따라서 개발과 보존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방법을 고민해야 하죠. 생물학자들은 이 문제의 대안으로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요. 특정 생태계를 훼손할 때 파괴된 만큼의 서식지를 다른 위치에 보상하는 방식이지요.
멸종위기종의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생물다양성을 지키려는 시도는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인천 청라를 시작으로 맹꽁이 대체서식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조성 이후의 주기적인 관찰과 연구가 충분히 진행된 사례는 아직 없어요. 2012년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곳의 맹꽁이 대체서식지 중 맹꽁이가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살고 있는 곳은 2군데에 불과했어요. 다른 곳에서는 이주시킨 맹꽁이들이 발견되지 않거나, 맹꽁이가 있더라도 서식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죠.
애써 조성한 대체서식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대상 종이 좋아하는 자연 서식지의 특성, 먹이원, 활동 범위 등 생태적 특징은 물론 이주 후 예상되는 위협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요. 장이권 교수는 “그 생물에 대해 잘 알고 서식지를 조성하지 않으면 오히려 죽음의 덫이 된다”며 “대체서식지를 만든 뒤 주기적으로 관찰해야 종 보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인터뷰
고상범 (제주대학교 관광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
Q.맹꽁이를 연구할 때 어려운 점은?
맹꽁이 연구는 주로 비가 많이 오는 날 밤에 이뤄져요.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물이 불어나 위험에 처하기도 하죠. 한번은 조사지로 가는 중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물에 잠겼어요. 망설이다가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건넜죠.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그날 정말 많은 맹꽁이를 봤어요. 수백 마리의 맹꽁이가 산란지로 이동했거든요. 장애물에 개의치 않고 꿋꿋이 나아가는 맹꽁이가 대단하게 느껴졌고 연구하는 보람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