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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 불면증에 걸린 공주

“따르릉~! 따르릉~!”

한가로운 저녁, 갑자기 꿀록 탐정 사무소의 전화가 울렸어요.

“안녕하세요. 개코 조수입니다.”

“저 필립 왕자인데요, 꿀록 탐정님과 함께 오로라 공주 성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급한 일입니다!”

필립 왕자가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잠들고 싶은 오로라 공주의 고민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바로 성으로 향했어요. 왕자의 안내를 받아 공주의 방에 들어간 꿀록 탐정은 깜짝 놀랐습니다. 

“양 하나, 양 둘, 양 셋”

다크 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오고, 눈이 빨갛게 충혈된 오로라 공주가 침대에 누워 양을 세고 있었어요.

“공주님, 무슨 일인가요?”

꿀록 탐정이 물었습니다.

“지금은 저주가 다 풀렸지만, 제가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잖아요. 한번 잠이 들면 다시 못 깨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잠을 자기가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잠이 오는 걸 참다 보니 오히려 불면증이 생겼어요.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불리던 제가 불면증이라니”

오로라 공주가 힘없이 대답했어요. 필립 왕자도 걱정 어린 표정으로 공주를 쳐다보았죠. 

“불면증을 극복하려면 마음의 문제부터 해결해야겠군요. 잠을 잘 때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알면 공주님의 걱정과 불안이 해결될 거예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잠을 자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긴 하루를 보내고 밤이 되면, 우리는 잠을 잡니다. 사람은 하루에 약 8시간을 자면서 지쳤던 몸을 회복해요. 하지만 자는 중에도 우리 뇌는 쉬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뇌의 활동을 나타내는 전기신호인 뇌파를 분석해 잠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첫 번째는 잠에 들기 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단계예요. 눈꺼풀이 무거워져 눈이 감기고, 심장 박동과 호흡이 느려집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둔하게 반응하죠. 다만 아직 완전히 잠든 상태는 아니기에 조금만 큰 소리가 나거나 누군가 몸을 흔든다면 곧바로 깰 수 있습니다. 이때 나오는 뇌파는 알파파라고 해요. 눈을 감고 쉴 때 편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뇌파죠.

 

이 단계가 지나면 우리 몸은 얕은 잠에 듭니다. 이때는 심장 박동과 호흡이 더 느려져요. 눈도 움직이지 않고 근육이 풀리며 체온은 낮아지죠. 뇌파는 점점 느려져 세타파가 나타납니다. 간혹 실이 감겨 있는 것처럼 촘촘한 뇌파가 나타나기도 해요. 이 같은 얕은 잠은 20~30분 동안 이어집니다.

 

매우 느린 뇌파인 델타파가 나타나는 깊은 잠에 접어들면, 우리 몸은 가장 중요한 일을 시작합니다. 피로를 회복하는 거죠. 세포가 재생되고 뼈와 근육도 성장해요. 특히 어린이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됩니다. 지금까지의 수면 단계를 모두 합쳐 비렘수면이라고 해요.

 

그런데 느리고 규칙적이던 뇌파가 갑자기 빨라지는 순간이 옵니다. 이 단계를 렘수면이라고 합니다. 눈꺼풀은 내려가 있지만, 눈이 빠르게 움직이고 심장 박동과 호흡도 빨라져요. 마치 깨어 있는 상태처럼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꿈을 꾸기도 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 이런 수면 단계가 4~5번씩 반복돼요. 깊은 잠과 렘수면 단계가 길수록, 다음날 개운함을 느낄 수 있죠. 

 

잠은 우리 몸과 뇌가 발달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충분히 자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미국수면의학회는 특히 만 6~12세 어린이의 경우 하루 9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자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사람처럼 자는 문어, 꿈도 꿀까?

 

동물도 사람처럼 잠을 자고, 꿈을 꿀까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잠을 자고 꿈을 꿀 수 있는 건 사람뿐이라고 추정했어요. 하지만 연구를 통해 거의 모든 동물이 잠을 자고, 포유류와 조류 등 많은 동물이 사람처럼 렘수면과 비렘수면을 번갈아 겪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문어가 사람과 비슷한 수면 패턴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를 모았어요.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원 연구팀은 라케우스 문어 29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문어가 잠자는 동안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했어요. 가만히 잠을 자던 문어는 갑자기 피부색을 바꾸고, 눈과 다리를 움직이며 호흡이 빨라지는 등 변화를 보이다가 다시 조용한 상태로 돌아갔어요. 이런 모습은 약 1분간 지속됐고, 1시간 간격으로 반복됐습니다. 

 

연구팀은 또 잠든 문어를 수조 속에 넣고 고무망치로 수조를 두드렸어요. 그 결과, 잠든 문어는 때로는 소리에 반응을 보였지만 어떤 때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어가 사람처럼 얕은 잠과 깊은 잠을 자고, 깊은 잠을 잘 때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거예요. 

 

연구팀은 문어의 수면 상태를 조용한 잠과 활동적 잠으로 구분하고, 각 상태에서 뇌 활동을 분석했어요. 문어가 조용한 잠을 자고 있을 때 문어의 뇌에서는 사람의 비렘수면 상태와 비슷한 활동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활동적 잠을 잘 때는 사람의 렘수면처럼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뇌파가 관찰됐죠.

 

문어는 깨어 있을 때 피부색을 다양하게 바꿔요. 다양한 환경에서 자신을 숨기거나 위장하고, 다른 문어와 소통하기 위해서죠. 연구팀은 인간이 렘수면을 통해 뇌의 기억을 강화하는 것처럼 문어도 깨어 있을 때의 경험을 자면서 학습해 피부색을 바꾸는 연습을 할지도 모른다고 추정했어요. 문어도 사람처럼 꿈을 꿀 가능성이 있는 셈이지요.

 

연구를 이끈 샘 레이터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원 컴퓨터신경윤리학부 교수는 “사람은 잠에서 깬 뒤 어떤 꿈을 꿨는지 이야기할 수 있지만, 문어는 꿈을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다”며 “앞으로 문어가 꾸는 꿈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답니다.

 

 

# 에필로그

 

“꿀록 탐정님의 설명을 들으니 불안함이 조금 사라졌어요. 이제 안심하고 잘 수 있겠어요.”

오로라 공주가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겁니다. 빛에 노출되면 잠드는 데 방해가 되니까요.”

꿀록 탐정이 공주 옆에 놓인 스마트폰을 슬쩍 치우며 말했습니다. 그날 밤, 마음이 편해진 오로라 공주는 오랜만에 깊게 잠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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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5호) 정보

  • 오혜진 객원기자
  • 에디터

    백창은 기자
  • 일러스트

    박정제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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