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저장 장치는 지금보다는 미래에, 지구보다는 지구 밖에서 더욱 필요한 기술이야. 바로 내가 있는 달 도서관 같은 곳에서 말이야. 그 이유를 알려줄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보관하려면?
2018년 IT분야 분석 기관인 국제데이터코퍼레이션(IDC)은 인류가 만든 모든 정보의 용량이 2025년 기준 175ZB(제타바이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어요. 정보가 늘어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죠. 최영재 교수는 “모든 정보가 인공지능의 학습에 쓰이는 등 사람들에게 이득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보를 지우기보다 가능한 한 저장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늘어나는 정보는 보관할 장소를 마련하기 어려울뿐더러 에너지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지구 전체 전력 소모의 1%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어요. 데이터가 늘어나면 이 비율도 점점 증가하지요. 최 교수는 “데이터센터에 있는 저장 장치는 늘 전원이 연결된 상태로, 정보가 변형되거나 손실되지 않도록 항상 검사 프로그램이 작동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장된 모든 정보를 자주 꺼내 보는 것은 아니에요. 최 교수는 “5년 이상 확인하지 않고 장기 보관하는 ‘콜드 데이터’의 비율이 전체의 20~25%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관용 데이터를 DNA로 저장하면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보관에 필요한 에너지도 줄일 수 있지요.
인류의 지식을 우주나 다른 행성으로 들고 가야 할 때도 DNA 저장 장치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류태훈 대표는 “우주선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들고 갈 때는 DNA 저장 장치가 유리할 것”이라며 “DNA는 안정적인 물질이어서 극지방이나 지구 밖의 극한 환경에서 정보를 보관하기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답니다.
●인터뷰
“DNA 저장 장치는 기존 저장 장치와 공존할 것입니다”
Q DNA 저장 장치도 해킹할 수 있나요?
_류태훈(ATG라이프텍 대표)
DNA를 합성할 때는 정보가 있는 부분 앞에 프라이머라고 하는 특정 염기서열을 추가합니다. 이 배열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정보를 읽어낼 수 없어요. 길이가 20 염기쌍 정도 되는데 이 정도만 해도 경우의 수가 1조가 넘습니다. 게다가 DNA는 해킹을 시도하면 그 DNA를 더 이상 쓸 수 없기 때문에 DNA 저장 장치는 보안이 강력한 편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DNA가 우리 일상의 저장 장치를 대체할까요?
_최영재(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
DNA는 정보를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는 읽기쓰기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그래서 꼭 보관해야 하지만 자주 확인할 필요 없는 자료를 보관하는 데 적합해요. 매번 수정해야 하는 정보는 계속 기존 저장 장치가 담당할 거예요. DNA 저장 장치는 미래에 기존 저장 장치와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