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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각 태운다

초가삼간은 세 칸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집을 뜻해요.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까지 태운다는 속담은 작은 걸 없애려다가 큰 위험을 자초한다는 말이죠. 어쩌다 이런 속담이 생긴 걸까요?

 

빈대, 잡기도 어려워!

 

빈대는 주식인 피를 먹지 않고도 기온 23℃에서는 약 80일까지 살고, 13℃에서는 300일 넘게 살아요. 그래서 가방 등 밀폐된 공간에 오래 갇혀 있어도 굶어 죽지 않아 직접 죽여 처리해야 합니다.

 

지난 10월 질병관리청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빈대에 뿌리라고 안내했습니다.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곤충 세포막의 신경 자극을 전달하는 물질인 소듐 통로가 닫히는 것을 방해해 빈대를 꼼짝 못하게 하지요.

 

그런데 202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주현 교수팀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빈대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이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동두천 등 7개 지역에서 빈대를 수집한 뒤 빈대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소듐 통로 단백질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를 모든 빈대의 유전자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돌연변이가 있으면 소듐 통로 단백질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살충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요. 연구팀은 지난 10월 12일에 반날개빈대에서도 유사한 돌연변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은 11월 10일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빈대 방역용으로 긴급 승인했습니다. 김주현 교수는 “자주 사용하면 해당 살충제에도 저항성이 생길 수 있어 실험으로 계속 관찰 중”이라고 말했어요.

빈대, 물리면 정말 괴로워!

 

빈대는 주둥이를 사람 피부에 꽂아 피를 빨아들여요. 이때 피부를 마취하고 피가 응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침을 분비하죠. 침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빈대의 침이 피부에 들어오면 우리 몸을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염증세포가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요. 이 과정에서 히스타민은 피부를 붉게 만들고 두드러기와 가려움증을 유발하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는 “환자들이 모기보다 빈대에 물렸을 때 가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기는 물린 직후 바로 가려워지는데, 빈대는 보통 물리고 몇 시간에서 며칠이 지난 뒤부터 가려워진다”고 말했어요.

 

김혜성 교수는 “빈대에 처음 물린 사람보다 여러 번 물린 사람한테 알레르기 및 염증 반응이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빈대에 한 번 물리고 나면 몸이 빈대 침 속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물렸을 때 더 빠르고 강한 반응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어 김혜성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비염 등의 알레르기 질병이 있는 사람은 빈대에 물렸을 때 피부 발진과 가려움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알레르기 반응이 심할 경우 입술이 붓고 숨쉬기 어려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 2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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