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부푼 마음을 안고 서울에서 1만 km나 떨어진 캐나다로 향했어요.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최고의 천문 현상인 오로라와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서지요. 지금부터 저의 특별한 여행기를 들려줄게요!
필자소개
밤하늘을 수놓는 신비로운 민트색
옐로나이프에 도착한 첫날,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오로라 빌리지로 출발했어요. 오로라 빌리지는 옐로나이프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요. 주변에 나무나 높은 건물이 없고, 도심의 불빛과도 차단되어 있어 하늘을 관측하기 좋은 장소지요.
밤 9시 30분, 오로라 빌리지 주변의 하늘에는 구름이 걷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오로라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요. 실제로 본 오로라는 그동안 사진에서 봤던 짙고 선명한 초록색이 아니라 흐릿한 민트색에 가까웠어요. 이번 여행에 함께한 천체 사진가 권오철 작가는 “오로라를 실제로 볼 때 사진과 다른 이유는 카메라와 사람 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사람의 눈에는 색깔을 보는 원추세포와 밝기를 감지하는 간상세포가 있어요. 어두운 밤에는 원추세포보다 간상세포가 민감하게 반응해요. 그래서 밝고 어두운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색깔은 구별하기 어렵죠. 하지만 카메라는 희미한 빛에 담긴 색도 구분할 수 있어 우리 눈보다 오로라를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답니다.
오로라와 함께 춤을!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는 ‘오로라 댄싱’을 보는 거였어요. 밤하늘에서 오로라가 춤을 추듯 움직이는 모습을 실제로 볼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지요. 둘째 날 밤, 저는 두꺼운 옷과 신발을 단단히 챙겨 입고 텐트에서 오로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답니다.
기다린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요? 오로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전날보다 훨씬 오로라의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물감이 퍼지듯 하늘에서 오로라가 내려오면서 커튼처럼 겹겹이 펼쳐졌어요. 그러더니 바람에 일렁이듯이 오로라가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때로는 피아노 건반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정말 멋진 춤이었답니다. 셋째 날엔 오로라 댄싱은 물론, 하늘 전체를 오로라가 뒤덮는 장관도 펼쳐졌어요. 제 주변을 오로라가 감싸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공간감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거예요.
코로나, 홍염 그리고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며 태양을 완전히 가릴 때 일어나요. 태양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달의 본그림자●가 지나가는 지역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지요. 이번 개기일식은 4월 8일 멕시코, 미국을 지나 캐나다 동부를 가로지르며 진행됐어요. 4월 8일 캐나다 토론토의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도착하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개기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모여 있었어요.
오후 2시를 넘어서자, 태양의 한쪽이 조금씩 가려지는 부분일식이 시작됐어요. 3시 15분이 되자 달이 태양을 거의 완전히 가려 주변이 급격히 어두워졌어요. 그리고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기 직전, 달 가장자리 사이로 태양의 마지막 빛이 새어 나오는 ‘다이아몬드 반지’ 현상이 나타났어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자 사방에 노을이 지고 하늘에 별도 나타나면서 가로등도 켜졌답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4분 26초 동안, 검은 태양에서 일렁이는 코로나와 붉은 홍염을 볼 수 있었어요. 이번 여행에 함께한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는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시간은 지구에서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설명했어요. 평소 코로나는 태양 표면의 밝은 빛에 가려져 지구에선 관측할 수 없거든요. 달이 태양의 밝은 빛을 가리면 코로나가 태양을 둘러싼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지요. 검은 태양의 가장자리에서 일렁이는 코로나와 불꽃 모양의 가스인 홍염을 보고 있으니 정말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답니다.
완전히 가려졌던 태양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이 이전처럼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지구가 태양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이토록 선명하게 느낀 건 처음이었답니다. 여러분은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때 오로라를 보러 가고 싶나요? 아니면 2026년 스페인 인근에서 있을 개기일식을 보러 가고 싶나요? 제 여행기를 읽고 최고의 우주쇼를 뽑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