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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벌거벗은 임금님> 더위를 피하려던 임금님, 사기 당하다?

 

“임금님은 아무것도 안 입으셨네요!”

푹푹 찌는 더위가 계속되던 어느 날, 뻘뻘 땀을 흘리며 행차하는 동화마을 옆 어떤 임금님을 향해 한 소년이 소리쳤어요. 소년의 외침에 주변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죠.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벌거벗은 임금님의 사연

 

탐정사무소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도 소리가 나는 곳으로 자연스레 시선을 옮겼어요.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임금님의 얼굴을 본 꿀록 탐정은 무언가 사건이 터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죠.

“헉, 임금님! 옷은 어쩌고무슨 일이신가요?”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꿀록 탐정은 다급히 물었어요.

“일단 자리부터 옮기시는 게 어떨까요?”

개코 조수가 주변을 의식한 듯 속삭여 말했어요. 걸음을 재촉해 왕궁에 돌아온 임금님은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어요.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더니 조심스레 그간의 일들을 설명했지요. 

“어느 날 세계 제일의 옷을 만들 줄 안다고 주장하는 재단사가 찾아왔소. 이 무더위를 견딜 수 있는 특수 옷감을 준비했다며, 거액을 요구했지. 그런데 구제불능의 멍청이에게는 안 보이는 옷감이라나아무나 입을 수 없다며 마치 날 시험하듯 말했소.”

임금은 재단사가 의심스러워 평소 믿었던 신하도 보냈지만, 옷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달받았어요. 하지만 재단사를 직접 찾아가 확인해 보니, 그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죠. 임금은 사람들이 자신을 멍청이라고 손가락질할 것이 두려워 아름다운 옷이라고 극찬하며 오늘, 그 옷을 입는 행세를 하고 거리 행차를 나간 거예요. 

“신하도,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도그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못한 거네요.”

꿀록 탐정이 몹시 안타까워하며 임금을 위로했어요.

“다 내가 어리석어 속았던 게 아니겠소? 그런데 꿀록 탐정. 이렇게 벌거벗었는데도 왜 이렇게 날씨가 더운 것이오? 비도 오지 않고 며칠 전엔 산불이 나서 한참 진화 작업을 벌여야 했소.”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엘니뇨, 가뭄과 폭우, 폭염을 유발한다?

 

지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스스로 회전하는 자전 운동을 합니다. 이로 인해 지구에는 열대 태평양을 따라 동에서 서로 향하는 바람인 편동풍, 일명 ‘무역풍’이 붑니다. 무역풍은 전 지구에 걸쳐 부는 큰 규모의 바람으로, 동태평양의 바닷물을 서쪽으로 옮기는 역할을 해요.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수심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차가운 물(심층수)이 동태평양 표면을 채우게 됩니다. 덕분에 동태평양의 수온은 서태평양과 비교해 차가운 상태를 유지해요. 반대로 서태평양의 바닷물은 무역풍을 따라 이동하며 태양 빛을 받아 따뜻해집니다. 

 

그 결과, 서태평양 주변의 공기는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하늘 위로 올라가는 상승 운동을 하게 돼요. 반면 수온이 낮은 동태평양 바다 위의 주변 공기는 무거워져, 하강 운동을 하지요. 이러한 공기의 흐름으로 인해 동태평양과 서태평양 사이에는 거대한 대기 순환이 생깁니다. 이를 ‘워커 순환’이라고 하지요.

 

엘니뇨 현상은 평소보다 무역풍이 약하게 불 때, 즉 워커 순환이 약할 때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뜻해요. 주로 크리스마스 전후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 남자 아이’를 뜻하는 ‘엘니뇨’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구름이 만들어지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기상 현상은 해양과 대기의 순환 덕분에 일어나요. 이 때문에 바닷물의 온도는 주변 기상 현상에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동태평양 지역에선 상승 기류가 강화돼, 큰 구름이 생기고 많은 비가 내립니다. 반대로 서태평양 지역은 공기가 냉각돼 하강 기류가 만들어져 구름이 잘 생기지 않고, 심할 경우 가뭄이나 폭염 같은 현상이 이어지게 된답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올여름 슈퍼 엘니뇨, 폭염과 폭우 몰고 올까?

 

지난 4월, 스페인의 기온은 40℃, 태국은 45℃에 육박하는 등 전 세계 곳곳이 폭염으로 신음했어요. 중국은 5월인데도 35℃를 웃도는 폭염에 시달렸지요. 올 하반기에는 강력한 엘니뇨로 이러한 기상이변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엘니뇨는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는 걸까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는 ‘엘니뇨 감시구역(위도 5캳-5캮, 경도 170캷-120캷)’을 설정해 매달 바다의 수온을 살피고 있습니다.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과 비교했을 때 0.5℃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정의하죠. 온도 편차에 따라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이 평년보다 0.5~0.9℃ 높아질 때 ‘약 엘니뇨’, 1~1.4℃ 높아질 때 ‘중 엘니뇨’, 1.5℃ 이상이면 ‘강 엘니뇨’, 2℃ 이상일 때 ‘슈퍼 엘니뇨’로 강도를 분류합니다.

 

최근 기상청은 올해 4월~7월 사이 엘니뇨가 시작돼, 9월 이후엔 2℃ 이상 수온이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슈퍼 엘니뇨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면 지구 곳곳에서 가뭄과 홍수로 몸살을 앓는 기상이변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어 우려되고 있지요.

 

통계에 따르면 엘니뇨가 나타나는 해에 우리나라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자주 내립니다. 하지만, 슈퍼 엘니뇨의 경우엔 비가 줄고 고온 현상이 나타난 전례도 있어요. 바다와 대기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날씨가 나타나는 만큼 뚜렷한 경향을 지금부터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수천 년간 번갈아 이어져온 자연적인 현상이에요.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엘니뇨와 라니냐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어요. 특히 지난해까지는 3년 동안 라니냐가 지속되는 ‘트리플 딥 라니냐’가 관측됐는데, 이는 70여 년간 단 두 차례만 발생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답니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보다 1.5℃ 이상 오르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온난화 추세라면 5년 안에 이 한계선을 돌파할 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요.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이변의 빈도를 낮추는 방법은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유일한 해법으로 꼽히고 있답니다.

 

 

#에필로그

 

“우리 마을 백성들이 폭염에 고통받을 때재단사에게 속아 그 큰 돈을 갖다 바쳤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소.”

자책하는 벌거벗은 임금의 말에, 꿀록 탐정이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임금님, 올해 슈퍼 엘니뇨가 온대요! 후회할 시간에 이 마을 백성들이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비하는 게 어떨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꿀록 탐정의 제안에 만회의 기회를 찾은 벌거벗은 임금은 의심의 눈초리로 말했어요.

“꿀록 탐정도 날 속이고, 한탕 챙기려는 것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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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란 기자 기자
  • 일러스트

    박정제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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