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지난 3월 말, 우리동네 동물원 수비대(우동수비대) 대원 5명이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동물원인 에버랜드 주토피아에 다녀왔습니다. 자카스 펭귄(아프리카 펭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만들어보고 펭귄들에게 선물까지 했다는데요?
자카스 펭귄의 취향을 저격해라!
“처음 보는 동식물을 보여주면 어때요?”
“물고기를 엮어서 펭귄들이 쏙쏙 빼먹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현장교육에 앞서 3월 21일 동물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온라인 사전교육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교육을 맡은 에버랜드 송혜경 선생님의 행동풍부화 교육에 이어 우동수 대원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졌어요. 대원들은 자카스 펭귄의 생태를 공부하고, 펭귄들을 위해 어떤 풍부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을지 고민했지요.
“행동풍부화는 동물원에 사는 동물이 야생에서처럼 행동하거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이나 먹이, 장난감 등을 개발해 동물들에게 제공하는 동물복지 방법이에요. 여러분이 직접 풍부화 아이디어를 정한 뒤에는 각 아이디어를 실현할 방법을 논의해 주세요.”
그러자 우동수 대원들은 자카스 펭귄들이 미역 같은 구조물 사이를 헤엄칠 수 있도록 물에 뜨는 소재로 된 인공 미역을 만들고, 여기에 무거운 추를 달아 물속에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송혜경 선생님은 “펭귄들이 어떤 행동을 더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월 24일 오전, 5명의 대원들이 에버랜드 서비스 아카데미에 모였어요. 실제로 펭귄들에게 전해줄 인공 미역과 다양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촉감패드, 동식물 사진을 직접 만들어 준비했지요. 미역 끝에 물고기 모형을 오려서 매달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펭귄들을 위해 미러볼을 촉감 패드에 달았죠. 송혜경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새로운 풍부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와 똑같은 과정으로 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카스 펭귄, 내 선물을 받아줘!
“동물들은 새로운 물건을 궁금해하면서도 경계해요. 여러분이 만든 물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피할 수도 있으니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원들이 만든 행동풍부화 물품을 들고 다같이 펭귄들이 있는 ‘펭귄 아일랜드’로 이동하자, 펭귄을 담당하는 이지연 사육사가 당부했어요. 이어 이지연 사육사가 펭귄들 앞에 촉감 패드를 깔아주었습니다. 대원들은 펭귄들을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었죠. 송혜경 선생님은 “펭귄들의 반응 정도에 따라 0부터 3까지 기록해 보라”고 말했어요. 펭귄들은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을 낯설어하다가, 그중 한 마리가 인조잔디를 밟았습니다. 곧 다른 펭귄들도 뒤따랐죠. 하지만 색깔이 알록달록한 지압 패드는 시간이 흘러도 대부분 밟으려 하지 않았어요. 송혜경 선생님은 “동물들이 물품을 이용하지 않는 모습도 우리가 관찰하고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으로 이지연 사육사가 인공 미역들을 물에 던지자, 미역들이 충분히 가라앉지 못하고 수면으로 떠올랐습니다. 추의 무게가 충분히 무겁지 않았던 거예요. 이지연 사육사는 현장에서 인공 미역에 추를 더 달아서 물속에 가라앉도록 수정했습니다. 혼자 수영장을 헤엄치던 펭귄 ‘펭나리’는 처음 보는 인공 미역이 있는 쪽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했어요. 송혜경 선생님은 “동물들이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혜경 선생님은 교육을 마치며 “동물원 동물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오늘 배운 내용을 적용해보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김준희 대원은 “반려 강아지에게도 풍부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답니다.
●인터뷰
송혜경(에버랜드 주토피아기획그룹 프로)
“동물들을 배려해 기다려주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Q. 어린이들이 낸 행동풍부화 아이디어는 어땠나요?
인공 미역 아이디어는 이미 전문가들이 개발한 방법과 동일합니다. 추가로 물고기나 문어 등 바다생물의 모형을 달아준 것에서 어린이들의 창의성이 돋보였어요. 촉감 패드도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입니다. 다만, 패드의 일부인 인공 잔디의 길이가 길다 보니 펭귄들이 뽑아 삼킬 우려가 있어서 더 짧은 잔디로 수정할 예정이에요. 이 또한 행동풍부화의 개발 과정이랍니다.
Q.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행동풍부화물로 펭귄이 좀 더 행복해졌을까요?
어린이들이 풍부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그리고 그 즐거움이 펭귄들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이 매우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또, 일정상 펭귄들이 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을 오래 관찰하지 못했는데도 뿌듯해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동물들과 친해지려면 동물들이 적응할 때까지 배려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데, 성급하게 돌아서지 않고 기다려주는 인내의 태도를 볼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