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이에 스며드는 광고
가만히 있어도 더운 요즘, 자꾸만 그리워지는 계절이 있습니다. 바로 겨울이죠. 그런데 ‘겨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념일 크리스마스에 나도 모르는 광고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나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풍성한 흰 수염에 큰 선물 보따리, 그리고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는 사실 콜라 광고 때문에 자리 잡은 이미지예요. 1920년대까지만 해도 산타클로스는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었어요. 엘프의 모습이기도 하고 동물 가죽을 쓴 앙상한 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했죠. 그런데 1930년대에 식음료업 회사인 코카콜라가 일러스트레이터 해던 선드블룸의 산타클로스를 광고에 쓰기 시작하면서 산타클로스는 지금의 ‘산타 할아버지’ 모습으로 굳어졌어요.
당시 코카콜라는 겨울에도 콜라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게 할 방법을 고민했었어요. 아무래도 시원한 탄산음료가 생각나는 건 여름인데, 겨울에도 코카콜라가 생각나도록 하고 싶었던 거죠. 코카콜라에서 선택한 방법은 겨울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산타클로스에 코카콜라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더하는 거였어요.
선드블룸은 코카콜라의 의뢰에 따라 빨간 옷을 입은 친절하고 푸근한 할아버지가 콜라를 마시는 그림을 그렸어요. 이 산타클로스는 큰 인기를 얻었고 잡지 광고, 매장 홍보물, 달력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됐지요. 선드블룸의 산타클로스는 1931년부터 1964년까지 코카콜라 광고에 등장하며 전 세계적으로 코카콜라의 인지도와 판매량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답니다.
이처럼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우리 생각에 녹아든 광고 이미지는 아주 많아요.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브 등 광고라고 생각하지 못한 미디어에서도 점점 광고가 늘어가고 있지요.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면서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광고를 넘어 본질을 꿰뚫어 보기
광고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호감을 얻어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요. 버스 정류장의 광고판이나 TV에서 나오는 광고 말고도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에 광고가 숨어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은 처음부터 그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상품을 구매하도록 만들어진 광고이기도 해요.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장난감이나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거든요. 무심코 보는 미디어가 사실 나도 모르는 사이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고 있을지도 모르니 항상 주의 깊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해요.
TV,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는 만드는 데 많은 사람의 노력과 돈이 들어가지요. 이들은 콘텐츠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 광고를 활용해요. 물론 광고를 본다고 모든 물건을 사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제품을 광고하는 미디어를 자꾸 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물건이 갖고 싶어지거나 특별히 기능이 좋지 않은 제품에 좋은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어요. 그래서 미디어를 볼 때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쉴 새 없이 ‘사라’고 유혹하는 수많은 광고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해요.
오늘날 1인 미디어 시대의 광고는 훨씬 더 교묘하게 이용자들을 유혹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선망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대부분 돈을 받고 다양한 물건과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어요. 하지만 광고라고 표시하지 않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가진 물건을 따라 사고 싶어지거나 그 인플루언서가 방문한 가게에 가 보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에요. 또 인플루언서들의 일상 사진이나 브이로그에서 드러나는 제품은 언뜻 광고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기 쉽답니다.
꼭 유명한 사람만 광고를 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광고를 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기도 해요. 친구에게 게임이나 콘텐츠를 공유하고 포인트를 받을 때, 오랫동안 앱을 켜 놓고 활동할 때, 무료 앱으로 편집한 영상에 워터마크가 찍혀 나갈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주 저렴하게 기업의 광고를 하는 미디어가 되는 셈이죠.
미디어 시대의 광고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어요.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도 상업적인 의도가 들어 있지요.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잘 이해하고, 어떤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은 나를 속이고 있는지 구별하는 연습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