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과학기술 업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건수는 22만 7천 건, 피해 금액은 1조 6천억 원에 달해요.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20억 원이 넘는 수준이죠. 경찰대학 서준배 교수는 “보이스피싱은 모바일뱅킹, 스마트폰 등이 막 사용되던 2006년에 등장했다”며 “과거에는 범죄를 하려면 절도나 주거 침입처럼 물리적으로 피해자와 접촉해야 했지만, 기술 발전으로 범죄도 시공간을 초월하게 된 것”이라 했어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어요. 카이스트 김용대 교수는 “보이스피싱범은 대부분 중국, 필리핀 같은 해외에 콜센터를 두고 한국으로 해외 인터넷 전화를 걸었지만, 해외 인터넷 전화가 휴대폰에 표시되자 심박스를 이용해 한국인 것처럼 속였다”고 했습니다. 유심카드를 심박스에 꽂아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010’으로 바꾸며 우리나라에서 전화한 것처럼 속였지요.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훔쳐 작성하는 맞춤 시나리오까지 등장했어요. 특정 앱을 깔도록 유도하는데, 악성 코드가 설치되면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마음대로 피해자의 명의로 결제하거나, 금융 정보 등을 빼앗아 갈 수 있어요. 또 하이재킹 기능으로 모든 통화를 제어하기도 했어요. 김 교수는 “이 경우 피해자가 아무리 은행, 경찰, 검찰, 금감원에 전화해도 모두 보이스피싱 해외 콜센터로 연결돼, 의심해도 속수무책”이라고 했어요. 또 “인터넷 IP주소로 범죄자들이 있는 위치를 찾으려고 해도, 위치를 숨기는 기술들이 상당히 발전해 찾기 쉽지 않고, 다른 국가 경찰의 협조도 받아야 해서 검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