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춥다! 추워~.”
매서운 겨울바람에 온몸을 잔뜩 웅크리고 생활한 지 어언~ 한 달. 꿀록 탐정의 뱃살이 삼겹살에서 오겹살로 변신했어요. 걷기 힘들 지경에 이른 꿀록 탐정은 몸과 마음을 함께 수양하기 위해 활쏘기 클럽을 찾았어요. 들어서자마자 신궁의 포스가 철철~ 넘치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어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새로 만든 활과 화살에 적응이 안 돼요
남다른 포스의 남자는 주몽이었어요. 주몽은 고구려 활쏘기의 신화라 불리며 이름마저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고주몽 님 맞죠? 저는 탐정 꿀록이라고 합니다. 혹시 활쏘기 한 수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아, 잘못 보셨어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평소 활쏘기 마니아였던 꿀록 탐정은 다시 봐도 주몽이 틀림없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극구 부인하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며, 힐끗힐끗 그를 훔쳐 봤어요.
‘흠, 정말 내가 알던 주몽이 아닌가? 활 쏘는 솜씨가 나 못지않게 형편없는 걸….”
“아, 나 고주몽이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되었지? 내 활과 화살만 도둑맞지 않았어도….”
주몽의 혼잣말을 놓치지 않은 꿀록 탐정이 조심스레 주몽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주몽 님이 맞으시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이래 봬도 제가 어떤 일이든 척척 해결하는 명탐정이랍니다.”
꿀록 탐정의 말에 고주몽이 한숨을 내쉬었어요.
“아, 실은 그게…. 얼마 전 제 활과 화살을 도둑맞았어요. 그 후로 아바마마께 새 활과 화살을 하사받았지만 제대로 쏠 수가 없어요. 분명 최고의 신소재로 활과 화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이런 상태입니다. 숨어서 연습 중이지만 나아지지가 않아요. 이 사실을 누가 알게 되기라도 하면….”
“일단 다시 한번 활을 쏴 보시겠어요? 제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활쏘기는 역학적 힘의 종합 선물 세트
활은 어떤 원리로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과녁에 명중할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활쏘기 과정에 작용하는 힘들에 대해 알아봐요.
활을 쏘기 위해서는 활을 활시위에 올리고, 힘껏 잡아당겨야 합니다. 그리고 활시위가 팽팽하게 늘어난 순간, 손을 탁~ 놓아 활이 날아가도록 하지요. 이때 활시위를 잡아당긴 힘을 ‘외력’이라고 해요. 활시위는 외력에 맞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탄성력’을 갖고 있죠. 활시위를 놓는 순간 탄성력이 화살의 운동에너지를 증가시켜 화살이 날아가는 거예요.
이때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은 직선이 아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요. 그래서 궁수가 멀리 떨어진 같은 높이의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활을 살짝 하늘을 향하게 쏘아야만 하지요. 날아가는 화살에는 ‘중력’과 ‘공기의 저항’이 작용하기 때문에 화살은 점점 아래로 꺾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거든요.
여기에 하나 더!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은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듯 좌우로 흔들리며 날아가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관성’ 때문이에요. 관성은 물체가 기존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로 질량에 비례해 커져요. 그런데 화살은 앞부분인 화살촉이 무거워 뒷부분에 비해 관성이 크지요. 즉, 화살대가 화살촉보다 빠르게 움직이려고 해 화살이 휘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흔들리며 날아가면 화살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기 힘들어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화살 깃이에요. 화살 깃이 화살의 흔들림을 잡아주거든요. 화살 깃은 화살대와 평행하지 않고 1~3°정도 휘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화살 깃 위, 아래로 통과하는 바람의 속도가 달라져요. 그 결과 화살이 회전하게 되죠. 화살은 회전하며 회전축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힘이 생겨요. 그래서 화살이 흔들리지 않고 날아갈 수 있는 거예요. 마치 빠르게 회전하는 팽이가 흔들리지 않고 잘 도는 것처럼요.
통합과학 넓히기
강철보다 강하면서 탄성력이 좋은 활과 화살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활과 화살은 대나무나 동물의 뿔 등 탄성력이 있으면서도 강도가 강한 재료로 만들어졌어요.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떨까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혼성 양궁팀이 ‘로빈 후드 화살’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어요. 과녁에 꽂혀 있는 화살을 다른 화살로 맞히는 명장면에 많은 사람이 감탄했었죠. 그런데 이때 화살이 부숴지면서 검은색 파편들이 튀어나왔어요. 이 파편의 정체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이에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은 탄소섬유가 포함된 플라스틱의 일종이에요. 높은 강도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활이나 화살을 만드는데 외에도 항공기, 우주선, 풍력발전기 날개, 고성능 자동차 등에 널리 쓰이고 있어요.
그런데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의 단점은 제조 비용이 높다는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의 주재료인 고가의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AN) 대신, 화석 연료나 식물 유래 폐기물과 같이 저렴한 원료를 사용해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또한 2022년 11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을 활용해 기존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걸리던 시간을 3~4시간에서 10분 이내로 단축시켰어요. 이 방법을 활용하면 원래 단단했던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이 더욱 단단해져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무게는 기존의 89% 정도로 가벼워져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이남호 소장은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은 활과 화살을 만드는 데 외에도 자동차 산업, 항공, 국방, 해양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어요.
에필로그
“아, 전보다 활과 화살이 가벼워진 게 문제였군요!”
“하나 더! 혹시 최근에 팔을 다친 적이 있으신가요? 팔이 매우 가느시군요.”
꿀록 탐정의 말에 주몽은 놀란 표정을 지었어요.
“아, 요즘 근육남보다 슬림남이 대세라고 해서 운동을 자제했더니….”
“현재 활은 활시위의 탄성력이 크기 때문에 더 무거운 화살까지 사용해 활을 쏘려면 큰 힘이 필요해요! 즉, 팔 힘이 좋아야 한다고요!”
꿀록 탐정의 지적에 주몽의 표정이 불타올랐어요.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군요. 불타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