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이가 확실하구나!”
가을은 야생 버섯에게 축제와도 같은 계절입니다. 저 같은 버섯 덕후들에게는 다채로운 버섯들을 만날 수 있는 값진 기간이고요. 추석을 앞두고 강렬한 풍미를 지닌 능이를 만나고 싶었어요. 온갖 장비를 둘러멘 채 깊은 산속을 몇 시간을 수색하던 찰나, 눈앞에 큼지막한 버섯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 애타게 찾던 능이였죠.
아무데서나 자라지 않아 귀한 공생균
능이나 송이는 귀한 버섯이에요. 개성 있고 강렬한 풍미를 지닌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대로 재배할 수 없기 때문이죠. 두 버섯은 험준하고 깊은 산 속에서만 채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버섯은 재배할 수 있고, 어떤 버섯은 재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고버섯, 팽이버섯, 느타리버섯과 같이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버섯들이 재배할 수 있는 버섯들입니다. 이를 부생균이라고 하죠. 부생균은 스스로 영양분을 분해하며 섭취하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등 적절한 환경만 맞춰주면 배지●에서도 쑥쑥 잘 자랍니다.
반대로 능이나 송이 같이 재배할 수 없는 버섯들은 부생균과 다르게 영양분을 분해하며 살아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살아 있는 나무와 공생하며, 나무에게서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아가요. 따라서 큰 나무가 필요해 실내에서 재배하기 까다롭죠. 이렇게 나무와 공생하는 버섯들을 ‘공생균’이라고 합니다.
●배지: 식물이나 세균, 세포 등을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액체나 고체.
공생균과 나무는 한집살이 중
능이버섯과 같은 공생균은 땅속에서 버섯 몸체를 이루는 실 모양 세포인 ‘균사’를 멀리 뻗어가며 공생할 나무를 찾습니다. 공생하기 좋은 적당한 나무를 만나면 균사가 나무 뿌리를 휘감습니다.
균사는 뿌리를 휘감으며 서서히 나무 뿌리를 감싸는 층인 ‘균투’를 형성하죠. 균사는 뿌리 속 세포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하티그 망’이라는 그물무늬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때부터 나무와 버섯의 본격적인 공생관계가 시작되죠.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탄수화물 중 남은 몫을 버섯에 제공해 줍니다. 그럼 버섯은 나무에게 무엇을 줄까요?
흔히 곰팡이라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먹을거리를 부패시키고 가구를 부식시키는 존재라고만 생각하지요. 버섯도 곰팡이에 속하니, 혹시 버섯들도 나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요? 이런 걱정과는 달리, 버섯은 숲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매년 쌓이는 낙엽과 죽은 나무들을 분해해 거름으로 만들고, 나무 뿌리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신하며 나무가 필수 영양소들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버섯과 나무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관계인 거죠. 다음 화에서는 부생균과 공생균에 이어 기생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그럼 다음 화에서 다시 만나요!
●필자소개
박상영(생태사진작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버섯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 속에 담아내는 청년 생태사진작가. 한국농수산대학 버섯학과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한 후 국립수목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충북대학교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