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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과학] 호박 화석, 연구 윤리 문제에 휘말리다?!

올해 3월, 특이한 노란색 호박 화석 하나가 학술지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했어요. 이 호박 화석 안에 들어있던 조그만 동물 머리 하나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작은 공룡의 머리라는 연구 때문이었죠. 그런데 최근 ‘오쿨루덴타비스 카운그라에’라는 이름이 붙은 이 화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어요. 만약 이 화석이 공룡이 아니라 도마뱀이라면요? 심지어 이 호박 화석이 불법으로 채굴되었다면요?

 

논란  ①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룡, 알고 보니 도마뱀?

 

논란이 된 연구를 발표한 곳은 중국지질과학대학교의 리다 싱 교수와 중국과학원 척추고생물학 및 고인류학연구소 징마이 오코너 교수팀이에요. 그들은 미얀마에서 채굴된 약 9900만 년 전 백악기 초기의 호박에 든 두개골을 찾았어요. 겨우 1.4cm 정도로 벌새보다 더 작았죠. 연구팀은 부리를 닮은 뾰족한 주둥이와 원시 조류를 닮은 이빨을 보고 화석의 주인공을 원시적인 조류라고 추측했어요. 그리고 ‘눈과 이빨이 있는 새’라는 뜻의 ‘오쿨루덴타비스 카운그라에(Oculudentavis khaungraae)’라는 학명을 붙였지요. 공룡에서 조류가 진화했으니 이 화석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룡으로 알려졌지요.


그런데 오쿨루덴타비스 화석은 두개골만 남아있어 정확하게 종을 분류하기에 증거가 모자랐어요. 실제로 많은 고생물학자가 오쿨루덴타비스가 공룡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지요. 서울대학교 고생물학연구실의 박진영 연구원은 “오쿨루덴타비스가 공룡이 아니라는 여러 증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뺨에 있는 ‘방형협골’이라는 뼈가 없다는 것”이라며, “도마뱀과 뱀을 포함하는 파충류 무리인 ‘유린류’는 방형협골이 없으며, 이는 오쿨루덴타비스가 도마뱀으로 분류될 수 있는 증거”라고 밝혔지요.


결국 7월 22일, 징마이 오코너 교수팀은 자신들이 발표한 논문을 철회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오쿨루덴타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이것 말고도 한 가지가 더 남아있어요. 바로 미얀마에서 호박 화석을 캘 때 일어나는 도덕적 문제죠.

 

‘호박’은 나무의 송진이 땅속에 묻혀 굳어진 누런 광물이에요. 투명한 데다 아름다운 노란 빛을 띠어 고대 그리스 이전부터 보석으로 사랑받았지요. 고생물학자에게 호박은 보석이 아니라 화석 보관 창고로 더 친숙해요. 가끔 나무 주변의 생물이 끈적한 송진에 파묻혀 굳으면 호박 속 화석으로 발견되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송진에 파묻힌 생물은 깃털과 피부 등 부드러운 조직은 물론, 심지어는 세포 단위의 조직이 보존되기도 해요. 고생물학자에게 호박 화석이 소중한 이유지요.


호박 화석은 크게 세 지역에서 많이 발견돼요. 1600~2000만 년 전 신생대의 호박이 발견되는 도미니카 공화국, 약 4000만 년 전 신생대의 호박이 발견되는 유럽 발트해 지역, 그리고 바로 미얀마 북부예요.


미얀마 호박 화석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우선, 미얀마 호박은 약 9900만~1억 년 전 백악기 초기에 만들어졌어요. 당시 미얀마 지방은 해변을 접한 따뜻한 기후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어요. 미얀마 호박은 중생대 생태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단서지요. 


또한, 미얀마에서 발견되는 호박 화석은 다른 곳보다 훨씬 커요. 어떤 호박은 거의 멜론 크기에 달하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미얀마 호박에서는 곤충보다 더 큰 생물도 발견돼요. 도마뱀, 새, 뱀, 작은 공룡 등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는 호박으로 보존되지 않은 생물이 다수 발견되었어요.

 

논란 ② 호박 화석이 전쟁 무기를 사는 데 쓰인다?

 

 

문제는 호박 화석이 채굴되는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서 내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미얀마는 다수를 차지하는 ‘버마족’과 나머지 소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동안 미얀마에서는 버마족을 우대하는 정부의 차별 정책에 반발한 여러 소수 민족이 수십 년간 정부군과 내전을 치러왔어요. 카친주에 사는 ‘카친족’은 지난 1961년부터 ‘카친독립군’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미얀마 정부군과 싸우고 있어요. 잠깐 멈추었던 이 내전은 2011년부터 다시 시작되어 현재도 진행 중이지요. 그 와중에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1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카친주 산악 지대는 호박은 물론, 질 좋은 옥과 루비 등 다양한 보석의 산지예요. 전쟁이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보석을 팔면 막대한 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국제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유경 기자는 “카친주의 ‘타나이’ 지역 일대에서 호박이 발굴되는데, 2019년 8월 이후로 정부군이 이곳을 차지했다”고 밝혔어요. 그로 인해 호박 채굴로 얻는 이익을 정부군이 차지하게 되었을 것이라며 “카친족 분쟁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의 성격이 강하며, 귀중한 자원이 싸움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지요.

 

과학자들, 호박 화석 연구를 거부해야 할까?

 

미얀마 호박 화석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2019년 들어서예요. 소중한 연구 자료인 호박 화석에 얽힌 비극이 드러나자 고생물학계는 난처한 입장이 되었어요. 미얀마의 분쟁을 막기 위해 모두 합심하여 호박 화석을 사지 않고 연구도 하지 말아야 할까요?


이에 관해서는 연구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요. 2020년 4월, 고생물학자들의 모임인 척추고생물학회에서는 논문을 발표하는 학술지에 “미얀마 호박 화석을 이용한 연구를 발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편지를 썼어요. 비슷한 시기, 고생물학 연구를 다루는 두 학술지도 “앞으로는 미얀마 호박 화석을 연구한 논문은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지요.


하지만 징마이 오코너의 연구팀처럼, 미얀마 호박 화석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들도 있어요. 호박은 연구 자료인 동시에 보석으로 쓰여서 지금도 많은 수집가가 과학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호박 화석을 사고 있거든요. 그러니 수집가의 손에 들어가 사라지기 전에 고생물학자가 조금이라도 연구 가치가 있는 호박 화석을 사는 게 더 좋다는 뜻이죠.


과연, 미얀마 사람들의 땀과 피가 묻어있을지도 모르는 호박 화석을 계속 연구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호박 화석 연구를 중단하는 것이 좋을까요? 고생물학자들은 여전히 이 복잡한 문제를 고민 중이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런 상황에서 호박은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은 노동자들이 채굴한 후 중국으로 밀수돼요.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호박도 중국에서 사들인 것들이에요. 연구의 대상인 호박이 온통 윤리적 문제에 연루된 것이죠.

 

 

2020년 1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기자 기자
  • 도움

    박진영(서울대학교 고생물학연구실 박사과정 연구원), 이유경(국제 분쟁 전문 기자)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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