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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캐고 지질학자] 사라지는 지구의 역사를 지켜라! 지질유산

주왕산, 제주도, 한탄강, 성류굴…. 작년 1월부터 저와 함께 한 지질여행, 어떠셨나요?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시기에 만들어진 다양한 지질 현상의 증거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면 이런 증거들은 쉽게 훼손되고,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제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슬로베니아, 요르단 등 다른 나라를 찾아가는 이유도 지구가 오랜 시간 빚어낸 소중한 지질유산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지질유산, 지키지 않으면 파괴된다!

제가 한창 동굴을 탐험하며 연구를 수행할 때였습니다. 한 동굴에서 처참하게 훼손된 내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동굴 속에서 자라고 있던 수많은 종유석이나 석순 같은 동굴생성물이 무참히 부서지고 훼손되어 있었죠. 누군가 동굴생성물을 떼어내 팔아 돈을 벌려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천천히 자라며 지구의 역사를 간직해온 동굴생성물이 누군가의 이기적인 마음에 사라지고 만 것이죠.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지질과 지형의 다양한 증거들은 자연적으로 풍화되기도 하지만, 이처럼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훨씬 빨리 사라질 수 있습니다. 몰지각한 사람들만 암석이나 화석을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로를 짓는다고 연구 가치가 있는 지층을 깎거나, 새 건물을 짓는다고 소중한 발자국화석을 파괴하는 일도 허다하지요.


지층이나 암석, 화석에는 생명체의 진화나 암석의 생성 등 지구의 역사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지질학자가 지구에서 일어났던 현상을 이해하고 연구하려면 반드시 이런 중요한 증거들을 보전해야 합니다. 지질유산은 지구의 역사에 관한 소중한 가치를 지녀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특별한 지질 현상의 산물과 지형입니다.


이런 지질유산은 한 번 파괴되면 복원할 수 없고, 다시 만들기도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즉, 지질유산은 처음부터 파괴되지 않도록 보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지질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지질유산의 보호를 위한 국제프로그램

다행히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에서는 지질유산의 중요성을 알리고 보호하기 위한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세계자연유산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뛰어난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세계 국가가 보전하기로 합의한 장소입니다.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진 지역만을 지정하기 때문에 선정되기가 매우 어렵지요.


우리나라의 대표적 세계자연유산은 바로 제주도입니다. 저는 2001년부터 제주도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하였습니다. 제주도의 지형을 연구하고, 세계의 지질학자들과 만나 제주도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습니다. 많은 분들과 힘을 합친 결과, 2007년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지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작년에는 한국의 갯벌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가 되었습니다. 비록 지질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아쉬웠지만, 다양한 생물이 사는 중요한 장소로 인정받았지요.

 

 

 

세계자연유산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지질공원 역시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질유산 가치를 지닌 지역을 선정합니다. 세계지질공원은 우리나라에 네 곳이 있는데 제주도, 주왕산이 있는 경북 청송, 광주 전남의 무등산, 그리고 한탄강 유역입니다. 저는 제주도는 물론, 가장 최근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한탄강 유역의 세계지질공원 신청서를 작성하였지요. 지질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저를 좋게 봐준 것인지, 세계자연유산을 심사하는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는 2009년부터 제게 세계자연유산을 신청한 나라에 가서 직접 세계자연유산을 심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덕에 저는 전 세계의 지질유산을 보러 다녀올 수 있었죠.


위의 네 곳 외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지질유산이 국가적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땅이 좁은데도 한반도에 지질유산이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가 다채로운 지질학적 특징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지층에서는 화성암, 변성암, 퇴적암이 모두 나타나며, 이들이 만들어진 시기도 다양합니다. 고생대 전부터 중생대, 신생대의 암석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지질유산 보호는 이제 시작입니다. 지질유산을 알고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들의 소중함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관심에 달려 있어요. 이 글을 읽는 어린이 여러분이 우리나라의 지질유산을 보전하는 데 앞장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파고캐고 지질학자!>;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 

 

●유네스코(UNESCO) : 국제연합 교육 과학 문화 기구.

 

필자소개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명예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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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우경식 명예교수
  • 에디터

    이창욱 기자 기자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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