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의 토요일, 평소라면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탐정사무소가 분주합니다!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친구 앨리스를 만나 봄 소풍을 가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도시락을 싸는 도중,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앨리스가 도착한 걸까요?
“큰일 났어, 꿀록! 애벌레 아저씨가 쓰러졌어!”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애벌레 아저씨가 이상해요!
“어디? 어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만들던 도시락도 내팽개치고 앨리스를 따라 숲속으로 난 길을 달려갔어요. 애벌레 아저씨는 예전에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길을 잃었을 때 앨리스를 도와준 은인이랍니다. 몸이 작아진 앨리스에게 버섯 한쪽을 먹으면 키가 커진다고 알려주기도 했었죠. 정신없이 달린 끝에 셋은 버섯 숲에 도착했어요. 형형색색의 거대한 버섯들이 여기저기 솟아 있었죠. 앨리스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어요.
“항상 이 버섯 위에 앉아서 물담배를 피우고 계셨는데….”
“아, 저기!”
애벌레 아저씨는 버섯 아래에 떨어져 있었어요. 축 처진 모습이 한눈에도 어딘가 아파 보였어요.
“아저씨, 정신 좀 차려요!”
꿀록 탐정이 소리 지르자 애벌레 아저씨가 느릿느릿 말했어요.
“에구머니나! 넌…, 누구니? 앨리스야?”
애벌레 아저씨가 꿀록 탐정을 앨리스로 착각하자, 꿀록은 당황했어요.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그때 주변을 살피던 개코 조수가 소리쳤어요.
“여기, 버섯에 베어 먹은 자국이 있어요. 애벌레 아저씨가 이 버섯을 먹은 건 아닐까요?”
그 말을 들은 꿀록 탐정이 사태를 파악하고 소리쳤습니다.
“애벌레 아저씨가 환각을 일으키는 독버섯을 먹었나 봐요.
얼른 병원으로 데리고 갑시다!”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버섯, 균류가 만든 아름다운 작품
버섯은 동물일까요, 식물일까요?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있으니 식물 같지만, 버섯은 식물처럼 햇빛으로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 능력이 없어요. 과거 분류학자들은 버섯을 식물로 분류한 적도 있지만, 현재 버섯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류’로 분류됩니다. 균류는 엽록소가 없어 다른 생물에 기생하거나, 죽은 나무나 낙엽 등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고, 포자로 번식하는 생물이에요. 버섯은 물론, 곰팡이, 효모 등이 균류에 포함되지요.
버섯은 주로 습하고 햇빛이 강하지 않은 숲 바닥에서 자랍니다. 우리가 보통 버섯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사실 생식 세포인 포자를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번식기관인 ‘자실체’라고 불리는 부분입니다. 버섯 뿌리에 해당하는 부분인 균사체는 ‘균사’라는 미세한 흰색 섬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균사는 나무 그루터기나 낙엽, 흙 속 유기물을 분해하여 영양분으로 섭취하는 역할을 하지요. 식물로 비교하자면 자실체는 꽃에 해당하는 생식기관이고, 균사체는 잎과 줄기, 뿌리에 해당하는 영양기관인 거예요.
그렇다면 포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요리할 때 쓰는 양송이나 표고버섯의 갓을 따서 뒤집어 보면 미세한 주름이 촘촘하게 나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이 주름에서 버섯의 생식 세포인 포자가 나옵니다. 이 포자가 바람을 타고 흩어져 균사를 만들고 영양분을 흡수하며 자라죠. 즉, 버섯은 균사로 얻은 영양분으로 자실체를 만들고, 자실체에서 포자를 만들어 자손을 퍼뜨리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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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서로 전기로 대화를 한다?
땅속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균사. 균사가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4월, 영국 웨스트 오브 잉글랜드대학교의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버섯들이 땅속 균사를 통해 서로 복잡한 대화를 할지 모른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버섯의 균사는 땅속에서 다른 균류는 물론, 공생하는 식물들과도 복잡하게 이어져 있어요. 균류 연구자들은 이 균류 네트워크를 인터넷 서비스 ‘월드 와이드 웹(WWW)’에 빗대어 숲속의 네트워크란 뜻인 ‘우드 와이드 웹’이라 부르기도 했죠. 사람과 같은 동물은 신경계를 거치는 전기 신호를 통해 감각을 느끼고 몸을 움직입니다. 버섯을 포함한 균류는 신경계는 없지만 균사를 통해 미세한 전기 신호를 방출해 신호를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균사가 영양분을 찾으면 특정 전기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균사나 공생 식물이 공격을 당할 때는 다른 전기 신호가 나오지요.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버섯이 만드는 전기 신호를 단어라고 가정하고, 버섯이 얼마나 다양한 전기 신호를 만드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유령버섯, 팽이버섯, 치마버섯, 동충하초 등 네 종류의 버섯에 작은 전극을 꽂고 버섯에서 전달되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기록했지요.
그 결과, 버섯이 전기 신호로 만드는 단어는 최고 50개로 나타났습니다. 흔하게 나타나는 신호는 15~20가지였지요. 버섯들은 종류에 따라 다른 전기 신호를 만들었는데, 치마버섯과 유령버섯이 다양한 신호를 만들었고 동충하초와 팽이버섯은 적었습니다. 버섯의 전기 신호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의미지요.
그렇다면 이 다양한 전기 신호를 버섯이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요? 그렇게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이 전기 신호는 버섯끼리 나누는 대화일 수도 있지만, 단지 균사가 자라면서 자연스레 방출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앤드류 아다마츠키 교수는 “이 연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답니다.
에필로그
“어…, 여기가 어디지?”
여기는 응급실.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애벌레 아저씨에게 꿀록 탐정이 물었습니다.
“깨어났어요, 아저씨? 이제 제가 누구인지 알아보시겠어요?”
“넌 꿀록이 아니니?”
“다행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알고 보니, 버섯을 좋아하던 애벌레 아저씨가 환각 버섯을 식용 버섯으로 착각해 먹은 거였어요. 어지러운 상태에서 환각을 본 애벌레 아저씨는 꿀록 탐정을 앨리스로 착각한 거였죠. 앨리스가 애벌레 아저씨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절대 야생 버섯은 먹지 말기, 약속!”
개념 퀴즈
모든 균류가
버섯을 만들 수 있다.
( O , 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