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동물 올림픽 2021! 저는 지금 ‘나무에서 균형 잡기’ 결승에 나와 있습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 여우청서 선수! 섬세한 균형 잡기에 이어 도약! 대단합니다!
이 선수의 비결, 대체 무엇일까요?
멋진 경기 잘 봤습니다. 소개를 부탁해요!
안녕! 나는 여우청서(Sciurus niger)야. 다람쥣과 청서속에 속하는 설치류야. 청서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청설모’를 다르게 부르는 표현이란다. 다람쥣과에는 우리 말고도 다람쥐, 하늘다람쥐 등이 있어.
우리는 북아메리카의 숲에서 널리 사는데 북아메리카 청서류 중 가장 커. 전체 몸길이 45~70cm, 몸무게는 0.5~1kg이지. 뛰어난 시력과 청각, 후각을 가지고 있고 나무를 잘 오르는 특징이 있어. 견과류를 즐겨 먹어서, 겨울을 대비해 저장해두는 습성이 있단다.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데는 전문가라면서요?
주 서식지가 숲이니 우리는 자주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닐 수밖에 없어. 우리가 어떻게 뛰어다니는지 궁금했던 미국 네브라스카대학교 생체역학과의 내대니얼 헌트 교수팀은 학교에 있는 숲에 실험 기구를 설치했어. 한쪽에는 발판 가지를, 한쪽에는 매달릴 수 있는 가지에 땅콩을 올려놨어. 여우청서가 뛰는 상황을 만들어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거지.
촬영하는 데 성공했나요?
응. 연구팀은 여우청서 12마리가 땅콩을 향해 뛰어오르는 장면을 96번 촬영하고, 이 영상을 분석했어. 예상대로 여우청서는 발판이 되는 나뭇가지가 약하거나 불안할수록 훨씬 조심스럽게 움직였어. 여우청서가 뛸지 말지를 결정할 때, 뛰어넘어야 할 거리보다도 발판의 안정성을 6배나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밝혀냈지.
연구팀은 여우청서가 쓰는 다른 기술도 알아냈어. 거리에 따라 앞발과 뒷발을 어떻게 쓰는지는 물론, 거리가 멀면 옆의 벽을 발로 차서 가지를 건넌다는 것도 알아냈지.
왜 이런 연구를 한 건가요?
생물학자들은 지금까지 도마뱀붙이, 바퀴벌레 등 다양한 동물의 움직임을 분석했어. 동물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이지. 마찬가지로 더 복잡하게 뛰어다니고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려면 더 복잡한 움직임을 분석해야 해. 연구팀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는 로봇 등에 여우청서의 움직임을 적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