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고 바이오해킹 하고?!
집에서 요거트를 즐겨 먹는 친구들, 지금 바이오해킹 중입니다! 해킹이란 단어에 놀랐다면 진정하세요. 바이오해킹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구실을 벗어나 생명체에 직접 유전자 변형을 가하는 기술이에요. 과학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하는 바이오해커가 될 수 있죠. 그뿐만 아니라, 식습관 조절 등을 통해 내 몸의 미생물 구성을 바꾸는 것도 넓게 보면 바이오해킹에 속해요. 집에서 간단하게 요거트나 청국장을 만들어 먹는 것도 미생물의 자연적인 분해 기능을 ‘해킹’한 바이오해킹인 거죠.
2016년, 미국 바이오해커 조슈아 제이너는 짧은 다큐멘터리를 발표했어요. 이 다큐멘터리 속에서 조슈아 제이너는 호텔 방에 앉아 항생제를 먹어요. 자신의 장내 미생물을 파괴하기 위함이었지요. 그리곤 건강한 사람에게 기증받은 장내 미생물을 자신의 몸에 주사해요. 그는 바이오해킹이 안전한 걸 증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왼쪽 팔에 근육을 강화한다는 유전자 조작 약품을 직접 주입하기도 했어요.
바이오해킹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유전자 변형을 시도하는 경우 실험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생길 수 있어요. 미생물이나 유전자 정보를 안다고 사람이 병에 걸리는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크지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약물을 주입하는 바이오해킹은 너무 무섭다고요? 그렇다면 블루베리를 많이 먹는 바이오해커는 어떨까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블루베리 프로젝트의 경우, 수백 명의 바이오해커가 블루베리를 많이 먹은 결과 인간의 기억 능력이 1% 상승했다는 연구를 발표했어요. 이처럼 특정 음식을 먹거나, 종합비타민을 섭취하거나, 산책하거나, 수면 시간을 측정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몸을 실험하는 것도 바이오해킹의 일환이랍니다.
●인터뷰
최인걸(고려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전 세계 바이오해커가 한 자리에!”
Q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 생명자원연구소 소장과 생명공학과 실험실을 맡고 있는 최인걸 교수입니다. 고려대학교 학부생의 바이오해킹 동아리 ‘KUAS’도 지도하고 있죠. KUAS는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바이오해킹 대회인 아이젬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Q바이오해킹 대회라니, 정말 신기하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바이오해킹 연구는 무엇인가요?
타이레놀을 이용해 식수가 중금속에 오염됐는지를 측정하거나, 대장균으로 진주를 만들려는 시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는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개구리를 구하기 위해 항아리곰팡이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유전 회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항아리곰팡이는 양서류 표면에 기생해 동물 피부 바깥쪽의 ‘케라틴’을 먹고 살아요.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에게 치명적이죠. 실제로 항아리곰팡이로 인해 지난 50년간 양서류 501종의 개체 수가 감소했어요.
Q아이젬 대회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나요?
아이젬 대회의 백미는 ‘잼보리’ 행사예요. 전 세계에서 모인 참가팀이 미국 보스턴의 컨벤션센터에 모여 함께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평가가 끝나면 축제처럼 댄스파티를 열기도 하죠.
아이젬 대회에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참여한답니다. 생물안전과 생명윤리를 홍보하고, 혹시 학생들의 연구가 위험하지 않나 감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아쉽게도 코로나19 탓에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지요.
Q앞으로 바이오해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바이오해킹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DNA를 원하는 대로 조작하는 행위나 기술이에요. 그래서 전문 기관에 속하지 않은 시민과학자들도 바이오해킹으로 생명과학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거예요. 최근 생물시스템을 주문제작하는 플랫폼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요. 생물학 전문가와 시민과학자가 함께 노력한다면 앞으로 바이오해킹 기술이 더욱 발전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