➊ 매튜 울러 교수와 매머드 상아의 크기 비교. ➋ 매머드 상아를 세로로 쪼갠 모습. 전체 길이는 약 1.7m다. ➌ 매머드 복원도.
1만 7100년 전, 북아메리카 대륙의 북쪽 끝자락 알래스카. 거대한 수컷 매머드 한 마리가 언덕 주위를 배회하다 주저앉습니다. 28년 동안 지구 두 바퀴에 달하는 먼 거리를 여행하다 결국은 영양 부족으로 쓰러진 것입니다.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학교의 매튜 울러 교수팀이 재구성한 수컷 매머드의 일생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매머드의 삶을 추적한 걸까요?
연구팀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매머드의 상아를 세로로 길게 쪼갰습니다. 매머드의 상아는 평생 꾸준히 자라는데, 상아에 나이테처럼 생장선이 새겨집니다. 이때, 매머드가 머무르는 지역의 풀에 포함된 산소와 스트론튬 동위원소도 그대로 새겨지지요.
연구팀은 지역에 따라 산소와 스트론튬 동위원소의 비율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이를 매머드 상아의 동위원소 비율과 비교한다면 매머드가 움직인 지역을 추적할 수 있지요. 연구팀은 지역에 따른 동위원소 비율을 알아내기 위해 각 지역에 사는 설치류의 이빨 화석을 분석했어요. 설치류는 평생 한 지역에서 살아 이빨에 새겨진 동위원소 비율이 일정하거든요.
분석 결과, 이 수컷 매머드는 알래스카의 유콘강 하류에서 태어났습니다. 15~16살 때부터 갑자기 이동 거리가 늘어나는데, 연구팀은 이 시기부터 원래 살던 무리에서 나와 혼자 살았기 때문이라 분석했습니다. 현생 코끼리 사회에서도 수컷이 독립하는 현상이 관찰되거든요. 죽기 직전에 자란 상아에서는 질소 동위원소가 늘어났는데, 연구팀은 포유류가 영양 부족을 겪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밝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