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육종 기술이 아직 하나 더 남았어! 그런데 이게 ‘생물주권’과 관련이 있다고?
사회 시간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 ‘주권’이 여기서 왜 나와?!
교배육종은 아빠와 엄마의 특징을 물려받는데, 더 다양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생물을 만들고자 1966년 방사선 농학연구소가 설립됐어요. 여기서는 방사선을 이용한 육종을 연구해요. ‘방사선육종’ 기술은 식물체나 종자에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만드는 거예요. 예전에 방사선육종은 주로 쌀이나 콩처럼 새로운 식량작물을 만드는 데 이용됐어요. 2000년대 이후부터는 꽃과 나무 등 화훼작물이나 약재로 쓰이는 작물을 육종할 때 널리 쓰이며 기술이 활용되는 범위가 넓어졌지요.
육종을 통해 생물주권을 확보할 수 있어요. 생물주권이란 인간의 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모든 생물체, 유전자원 등을 뜻하는 생물자원에 대한 자국의 권리를 뜻해요. 1993년 만들어진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경우 이와 관련한 이익을 반드시 생물주권을 가진 주권국과 나눠야 하죠. 그래서 세계 각국은 이미 생물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민간요법에서 활용되던 ‘님나무’의 성분으로 미국 기업들이 특허를 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인도 지역에서 오랜 시기 사용된 점을 인정받아 미국의 특허가 인정되지 않은 적도 있죠. 반대로 우리나라는 구상나무나 청양고추와 같은 생물자원을 지키지 못한 역사가 있어요.
그래서 정부기관이나 민간에서는 생물주권을 지키고자 토종 종자를 모으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우리나라 생물종을 찾고 있어요.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모든 생물의 정보를 수집해요. 우리나라에 사는지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생물종을 찾는 거예요. 국립생물자원관은 지금까지 5만 종이 넘는 생물종을 찾았어요.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작은 생물, 심해, 동굴 등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생물 등을 계속 찾고 있지요.
민간에서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 1986년부터 ‘토박이씨앗살림’ 운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살림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재배됐던 토박이씨앗을 모아 농사에 활용하는 등 토종 작물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인터뷰
변혜우(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Q 얼마나 다양한 생물자원을 찾았나요?
우리나라에는 약 1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추정돼요. 작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동물, 식물, 미생물을 모두 포함해 총 5만 4428종에 대한 정보를 모았으니, 현재 절반 정도 확인된 상태지요. 앞으로도 생물자원을 찾아나설 거예요. 이처럼 다양한 생물자원을 찾는 건 생물주권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이로써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응할 수 있고, 바이오에너지 개발이나 지식재산권 확보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죠.
Q 생물자원을 찾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이 일을 하는 생물분류학자들은 진심으로 자기가 전공하는 생물이 그 어떤 생물보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파리를 전공한 사람은 파리가 제일 예쁘게 보이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생물을 채집하기 위해서라면 깜깜한 바닷속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도 그 속으로 들어가요. 그리고 새로운 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생물자원을 찾아가는 원동력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