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발견한 공룡의 이름은 ‘금빛 도마뱀’이라는 뜻의 ‘블랙스톤사우루스’입니다. 원래 ‘갈비만두사우루스’였는데 이름을 바꿨어요.” 지난 8월 15일, 서울대학교 고생물학 연구실에서 김재영 학생의 발표가 시작되자 학생들과 연구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오늘은 지난 7월부터 진행된 탐험대학 공룡 팀의 마지막 수업 시간!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종합해 발표도 하고, 고생물학 연구실에 보관된 진짜 화석을 보존 처리하는 체험도 했지요. 탐험대학 학생들과 함께 중생대의 열기 속으로 돌아가 볼까요?
내가 직접 공룡 이름을 짓고 발표한다!
지난 7월 11일, 공룡 팀의 첫 수업에서 멘토인 서울대학교 고생물학 연구실의 박진영 연구원과 이성진 연구원은 탐험대학 학생들에게 공룡 뼈 화석 복제품을 하나씩 나눠주었어요. 네 번의 수업 동안 이 화석을 직접 연구하여 어떤 종류의 공룡인지 밝혀내는 것이 숙제! 학생들은 첫 수업에서 배운 공룡의 골격 구조를 토대로 자신이 받은 뼈가 어느 부위이고, 어떤 종류의 공룡이었을지 추측했어요. 이후 자 신이 추측한 모습의 공룡을 철사와 지점토로 직접 만들어보고 이름도 붙였지요.
마지막 수업은 학생들이 이름 붙인 공룡을 발표하는 자리로, 멘토인 박진영, 이성진 연구원은 물론 어류 연구자 김수환 연구원과 각룡류를 연구하는 손민영 연구원까지 참관했어요. 마치 실제 학술 발표 현장처럼, 연구원들은 학생들의 발표를 경청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어요. 정동건 학생이 자신의 화석을 ‘갑옷공룡 안킬로사우루스 종류’라고 발표하자 이성진 연구원은 “잎사귀 모양 이빨을 보고 초식공룡이라 유추했는데, 잎사귀 모양 치아를 가진 다른 초식공룡은 무엇이 있나?”라고 질문하기도 했지요.
모든 발표가 끝나자, 박진영 연구원은 학생들이 만든 신종 공룡을 분기도에 그렸어요. 분기도는 특징에 따라 어떤 생물이 진화적으로 가깝고 먼 관계인지 나타내는 그래프예요. 박진영 연구원은 분기도를 그리는 ‘TnT’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했어요. “TnT는 많은 생물학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여기에 여러분이 찾은 공룡의 특징을 입력 하면 자동으로 분기도를 만든다”고 설명했지요.
진짜 화석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이제 고생물학 연구실 탐방 시간! 박진영 연구원은 먼저 고생물학 연구실의 보관함에 들어있는 화
석을 소개했어요.
“한번 만져봐요! 어떤 화석일까요?”
탐험대학 학생들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화석을 쓰다듬었어요. 옆으로 뾰족한 이빨이 튀어나온 화
석은 보기보다 묵직하고 차가웠지요.
“이 화석은 포항의 신생대 지층에서 발견된 강돌고래 화석입니다. 당시 포항 일대가 지금보다 훨
씬 따뜻한 기후였음을 추측할 수 있지요.”
박진영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도 화석이 발견되는 지역이 많지만, 연구자가 적어 제대로 된 발굴을 통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어요. 우리가 자주 접하는 거대한 공룡화석의 경우 몽골 등 해외 발굴을 통해 수집하고 연구한다고 말했지요.
“와, 이 커다란 화석은 누구 것인가요?”
옆방에는 해외 발굴 조사 때 찍은 사진이 벽에 걸려있고, 책상에는 연구 중인 화석이 놓여 있었어요. 박진영 연구원은 학생들이 가리킨 커다란 두개골 화석이 갑옷공룡 ‘사이카니아’의 것이라고 알려주었어요. 그러면서 “해외 박물관 측으로부터 연구에 필요한 화석을 빌리기도 한다”며, “지금 보는 사이카니아 두개골은 몽골 측에서 받은 복제품”이라고 설명했지요.
내 손으로 직접 화석 보존 처리를 해보자!
“지금부터는 직접 화석 보존 처리를 해보죠!” 박진영 연구원을 따라 도착한 지하의 화석 보존처리실은 화석에서 떨어진 모래와 흙으로 바닥이 온통 지저분했어요. 이성진 연구원이 한쪽 벽에서 사람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상자를 꺼내 열자, 크고 길쭉한 화석이 나타났죠.
“이 화석은 목긴공룡 티타노사우루스류의 갈비뼈 화석이에요. 이 화석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우선 화석에 붙어있는 돌덩어리를 떼야 하죠.” 학생들은 화석 처리용 드릴로 뼈에 붙은 돌덩어리를 조금씩 깎아내기 시작했지요. 조용하던 지하실이 순식간에 드릴과 돌 먼지를 빨아들이는 펌프의 소리로 가득 찼어요.
“아, 팔 아파! 생각보다 힘들어요.”
이령각 학생의 말에 박진영 연구원은 “화석 보존 처리는 화석에 따라 몇백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죠.
탐험대학 학생들이 보존 과정을 체험하니 어느덧 오후 6시. 정동건 학생은 “TnT로 분기도를 그린 수업이 가장 신기했다”며, “공룡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어요. 박진영 연구원은 “공룡은 생물학과 지질학 등 많은 공부를 해야 연구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는 소감을 밝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