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기자는 지금 고층 빌딩 맨 꼭대기 층을 향해 오르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뭔가 억울한 사연을 소리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저는 더 올라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 이대로 인터뷰는 실패인가요?
그런데 제 마음을 읽은 듯이 까마귀가 콧방귀를 한 번 뀌고 푸드득 지상으로 날아오는군요. 다행이에요. 어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헉헉! 죽을 뻔 했어요. 다시는 높은 곳에 올라가지 말아주세요. 그건 그렇고, 제가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는 걸눈치채고 아래로 내려와 준 건가요?


맞아요. 올라오면서 눈이 커지고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데 척 보면 다 알죠. 그래서 불쌍한 사람 한명구하는 셈 치고 이렇게 제가 내려왔어요.

사람들은 흔히 머리가 나쁜 사람을‘ 새머리’나‘ 새대가리’라고 불러요. 그런데 당신을 보니 그 말이 옳지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제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을 하다니! 제가 이렇게 빌딩 위에서 항의를 하고 있던 것도 바로 그 말 때문 이었어요. 저는 태평양에 사는 ‘뉴칼레도니아 까마귀’예요. 사람들이 저를 놓고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다시는 새가 머리가 나쁘다는 말을 하지 못할 거예요.

그 연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의 러셀 그레이 교수 연구팀이 뉴칼레도니아 로열티 섬에서 우리가 도구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지 관찰했어요. 그 결과 우리가 어떤 작업을 하기 위해 그 일에 딱 맞는 나뭇가지를 고른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사람이 순서대로 일을 하듯 논리적으로 일을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뿐만 아니라 도구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답니다.

와! 도구까지 만든다고요? 생각보다 머리가 더 좋으시네요!

그 ‘생각보다’라는 말도 이제는 수정해야 할 거예요. 우리는 도구 만드는 능력을 새끼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거든요. 연구팀이 나무 구멍에 우리가 좋아하는 물건을 넣어 두고 도구를 만들어 꺼내도록 하는 실험을 했어요. 그랬더니 어미가 새끼에게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줬답니다. 물론 아직도 이 연구 결과가 우연이라며 믿지 못하는 사람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적어도 새라고 무조건 멍청하다고 놀리는 건 그만둬 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