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호랑이가 몸을 가린 이유
꿀록 탐정의 말에 호랑이가 울먹거리면서 말했어요.
“탐정님,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오늘은 다른 이유로 꽁꽁 싸맨 거예요….”
호랑이가 어찌나 낙심해 보였던지 개코 조수도 나와 호랑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호랑이는 머리를 감싸고 있던 천을 살짝 풀어서 얼굴을 보여주면서 말했어요.
“옛날 옛적 환웅이 이 땅에 내려와 살던 시절에 제가 인간이 되고 싶어서 곰과 함께 마늘과 쑥을 먹다가 실패하고 곰만 사람이 된 걸 기억하시죠? 저도 죽기 전에 한 번쯤은 성공하고 싶어서 ‘인간되는마늘쑥즙’을 구매했어요. 그런데 그만…. 귀는 호랑이 그대로인데 이목구비는 인간처럼 변하고 몸도 뒤죽박죽이 됐어요. 어떡하죠?”
과연, 호랑이는 코가 오똑해지고 얼굴에 털이 모두 사라져 인간처럼 변했지만, 귀는 그대로 동그랗고 쫑긋한 모양이었어요. 꿀록 탐정은 더 귀여워졌다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는 것을 참아내고 호랑이가 ‘인간되는마늘쑥즙’을 샀다는 상점으로 갔어요. 이름하야 ‘웅녀의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술마트’.
상점에 들어서자 온갖 종류의 신비한 약물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인간이 되는 마늘쑥즙은 물론이고 토끼로 변하는 풀떼기즙, 고양이로 변하는 고등어즙, 심지어 귀신으로 변하는 빨간휴지파란휴지즙까지 있었지요. 개코 조수가 킁킁 사기꾼의 냄새를 맡자 꿀록 탐정이 자신이 ‘웅녀’라고 주장하는 사장에게 따져 물었어요.
“이 약물들이 도대체 어떻게 동물을 변신시킨다는 거죠?”
“우웅~. 어려운데 이해할 수 있겠냐웅~? 신비의 즙을 마시면 작은 즙알갱이들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 DNA를 예쁜 모양으로 바꾸고, 예뻐진 DNA가 원하는 모습으로 외모를 만드는 거라웅~! 내가 사람으로 변해봐서 안다웅!”
“흥! 용어만 붙이면 다 과학인 줄 아세요? DNA부터 아셔야겠군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DNA는 우리 몸을 어떻게 만들까?
키, 체질 등 부모의 특징이 자식에게 전해지는 현상을 ‘유전’이라고 해요. 또 유전 정보를 담은 가장 작은 단위의 물질을 ‘유전자’라고 하지요. 부모는 자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주며 자신의 특징을 전해줘요. 사람의 유전물질을 조사하는 게놈* 프로젝트 결과, 사람에게는 약 2만 개의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2013년 밝혀졌어요.
이처럼 많은 유전자는 우리의 세포핵 속 ‘DNA’라고 불리는 유전 물질에 차곡차곡 쌓여있어요. DNA는 길게 늘이면 약 2m에 달하는 가닥으로 평소에는 두 가닥이 나선형으로 결합해 있어요.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을 하지요.
유전자는 어떤 형태로 DNA에 저장돼 있을까요? 모든 DNA 가닥에는 ‘염기’라고 불리는 네 종류의 물질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요. 이 물질의 이름은 각각 ‘A’, ‘T’, ‘C’, ‘G’인데, 사람마다 배열된 순서가 달라요. 이렇게 염기가 배열된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지지요. 즉,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염기 배열 순서가 ‘유전자’인 셈이에요.
그럼 DNA는 어떻게 사람의 몸을 만들어낼까요? 이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돼요. 먼저 세포핵 속에 있던 DNA가 자신의 정보를 담은 mRNA를 복제해요. mRNA는 DNA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한 가닥으로 이뤄져 있지요. 이 과정을 ‘전사’라고 불러요. 이어서 mRNA가 세포핵 밖으로 나오면 세포 소기관인 리보솜이 mRNA의 유전 정보에 따라 단백질을 만들어요. 이를 ‘번역’이라 한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유전자 치료로 '베토벤 생쥐' 청력을 되찾다!
18세기 독일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20대 후반부터 청력을 잃는 장애를 얻었음에도 좋은 곡을 많이 만들었어요. 이런 베토벤의 일화에서 이름을 얻은 생쥐가 있어요. 바로 유전자 결함으로 베토벤처럼 서서히 청력을 잃는 ‘베토벤 생쥐’예요.
6월 4일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과 하버드대학교, MIT 브로드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베토벤 생쥐의 청력을 찾아주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어요. 동물은 귓속 달팽이관의 감각수용기관인 ‘유모세포’가 소리 정보를 뇌로 전달해 청각을 느껴요. 실험에 사용된 쥐는 생후 4주쯤 유모세포가 퇴화하며 청력을 심하게 잃었어요. 쥐의 ‘Tmc1’이라는 유전자가 일부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지요.
연구팀은 청각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염기 편집’이라는 기술로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를 교정했어요. ‘염기 편집’이란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 중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만 콕 집어서 올바른 염기로 바꾸는 기술이에요. 마치 맞춤법 검사를 해 오타를 바로 잡아주는 것과 비슷하지요.
실험에 참여한 브로드연구소의 데이비드 류 교수는 2016년 시험관 속에 고립된 DNA와 세포에 각각 염기 편집 기술을 처음 시도해본 연구자이기도 해요. 이전에 유전자를 교정하기 위해 사용되던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 전체를 DNA에서 잘라낼 수 있었을 뿐, 특정한 염기를 하나만 콕 찝어 교정하기는 힘들었어요. 류 교수는 유전자 가위에서 DNA를 자르는 기능을 없애고 대신 특정 염기를 바꾸는 기능을 넣어 실험에 성공했지요.
그동안 베토벤 생쥐의 청력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는 여럿 발표됐지만, 염기 편집 기술을 이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다만 한계는 이번 실험에서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교정된 세포는 전체의 25%에 불과했다는 점에 있어요. 실험에 참여한 보스턴어린이병원의 제프리 홀트 연구원은 “그래도 유전자 교정에 성공한 세포는 자신의 기능을 100% 회복했다”며, “이 기술이 널리 쓰이려면 기술의 효율성을 높여 성공적으로 교정될 세포 수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 에필로그
“동화나라 동물 여러분, 이제 아시겠어요? 웅녀가 파는 즙을 마시면 소장에서 소화되어 흡수될 뿐 세포핵 속 DNA까지 들어가지는 않아요. 게다가 DNA를 교정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요!”
꿀록 탐정의 말에 상점에 모인 동물들이 웅성대기 시작했어요. 웅녀에 대한 성토가 빗발치자 웅녀가 짐을 잽싸게 싸고 소리쳤어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서 떠납니다. 여러분도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으세요!”
용어정리
*게놈 :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 ‘유전체’라고도 한다. 사람의 경우 DNA를 구성하는 모든 유전 정보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