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신경과학회(NCS)는 ‘2019년의 최고의 착시’ 작품을 선정해 공개했어요. 미국신경과학회는 뇌가 지각하는 방식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매년 착시 현상 공모전을 열고 있거든요. 1위로 뽑힌 작품은 미국의 게임개발자 프랭크 포스가 만든 ‘이중 중심축 착시(아래 사진)’예요.
작품 영상에는 물고기 모양의 선이 왼쪽으로 회전해요. 선 사이에 세로 방향의 중심축을 칠하면 왼쪽으로 도는 게 더 명확하게 보이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물고기가 오른쪽으로 회전하기도 하고, 가로 방향의 중심축을 칠하면 회전 방향이 위·아래로 바뀌기도 해요. 이렇게 물고기의 회전 방향이 다르게 보이는 건, 눈에서 착시가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착시란 눈이 인식한 물체의 모습이 실제 모습과 다르게 보이는 것을 말해요. 뇌는 물체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 주변 상황을 함께 인식해서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각 정보에 변형이 생겨요. 착시로 인해 실제로 없는 점이 보이거나 선들이 휘어져 보이기도 하죠. ‘이중 중심축 착시’의 경우, 선이 회전하며 ‘교차점’이 여러 개 생기는데, 우리 눈이 어떤 교차점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회전 방향이 다르게 보이는 거랍니다.
신기한 착시 현상을 체험해 보자, ‘일루젼 사이언스’
일루젼 사이언스는 신기한 착시 현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실험 키트예요. 스프링 노트에는 착시 그림 20개가 담겨 있어요. 착시 그림을 보면 점이나 선, 도형들이 움직여 보이기도 하고, 하나의 그림인데 보기에 따라 여러 개로 보이기도 하지요. 먼저 그림을 요리조리 보며 착시를 체험해 보세요. 그런 다음 그림 아래의 설명을 보면 왜 착시가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색 착시를 일으키는 ‘벤함의 팽이’도 있어요. 팽이의 원판에 흰색과 검정색 도형으로만 이뤄진 종이를 끼우고 손가락으로 힘껏 돌려보세요. 그럼 빠르게 회전하면서 원판이 연한 파스텔 톤의 노란색 혹은 초록색 등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일 거예죠. 그 이유는 색을 인지하는 원뿔세포가 착시를 일으켰기 때문이에요. '
원뿔세포는 우리 눈의 망막에 위치해 색을 인지하는 역할을 해요. 빨강과 노랑, 파랑 세 종류의 수용기로 이뤄져 있는데, 이 수용기가 각각 자극을 받는 비율에 따라 다양한 색을 구분할 수 있지요. 그런데 검정색과 흰색이 교차로 나타나는 자극이 세 수용기를 조금씩 다르게 흥분시켰고, 이로 인해 전혀 다른 색을 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 거예요. '
이 현상은 1838년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페히너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어요. 이후 영국의 과학자 벤함이 팽이를 이용해 설명했지요. 이 때문에 ‘페히너의 주관색’ 또는 ‘벤함의 팽이’라고 불리게 되었답니다. 팽이의 색과 도형을 다르게 바꾸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다양하게 체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