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에도 고정관념이 담겨 있다는 사실, 알고 있니? 장난감에 깃든 편견을 날려버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 들려줄게!
고정관념과 맞서 싸우는 장난감
바비 인형을 떠올려 보세요. 금발에 잘록한 허리, 흰 피부에 긴 다리,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그려지진 않았나요? 바비 인형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좁고 획일적으로 만든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지적받아 왔어요. 이에 인형에게도 다양한 모습을 담아 만들어달라는 움직임이 있었지요.
지난해 바비 인형 출시 60주년을 맞은 마텔사에선 ‘성 중립 바비 인형’을 만들어 판매했어요. 마텔사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인형에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을 다양하게 조립할 수 있는 인형을 제작했어요. 특정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인종 구별 없이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이런 기획을 했지요. 또, 여성의 비율이 낮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STEM 분야 컨셉을 가진 생태학자, 해양생물학자, 천체물리학자, 곤충학자 등의 인형을 만들고, 소방관, 우주비행사 등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바비를 만들어 선보였어요.
한편 2015년, 영국에선 장애아동을 둔 여성 3명이 ‘토이라이크미(ToyLikeMe)’라는 캠페인을 열었어요. 이 단체는 장애를 가진 어린이도 자신과 닮은 모습을 장난감으로 만날 수 있도록 완구 회사에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어요. 그 노력으로 인공와우나 의족을 한 장난감, 얼굴에 큰 반점이 있는 인형 등이 출시되었지요. 장난감으로 인식 변화를 이끄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답니다.
_미니인터뷰
리타 에벨(Die Lego Oma)
“레고, 휠체어 경사로로 변신했어요!”
독일에 사는 62세 리타 에벨입니다. 25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됐어요. 콜로플라스트라는 기업에서 발행한 하반신 마비에 관한 보고서를 읽다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레고로 경사로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 뒤, 프랑크푸르트 동네 주민들을 위해 레고로 경사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휠체어 사용자,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이 레고 경사로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고 있지요.
레고로 만든 경사로는 색깔이 화려해요. 눈길을 끄는 덕에 휠체어 사용자가 겪는 불편함에 대해 사람들이 한번 더 인지하게 돼요. 이는 곧 장애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레고로 휠체어 경사로를 조립하는 방법, 주의사항을 담은 자료로 만들었어요. 누구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즐겁게 경사로 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으니 함께 해 봐요!
장난감도 아프면 병원에 간다!
고장 난 장난감, 여러분은 어떻게 하나요? 인천에는 아픈 장난감들을 무료로 고쳐주는 ‘키니스장난감병원’이 있어 찾아가 봤어요. 이곳은 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연구하시던 김종일 교수님이 2011년 퇴임 후, 동료 교수와 대학 동기들을 모아 설립한 장난감병원이에요. 아이들이 물건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장난감 재사용을 통해 친환경적인 사회를 만들기 바라는 마음을 모은 곳이에요. 할아버지 의사 여덟 분이 동심을 지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요.
키니스장난감병원에선 진짜 병원처럼 진료 예약을 받아요. 장난감 보호자가 ‘입원 치료 의뢰서’에 증상을 작성하고, 병원으로 장난감을 입원시키면, 장난감 의사가 문진과 치료를 마친 뒤 퇴원시키는 과정을 거쳐요. 한 달에 1~2번은 직접 장난감 환자를 찾아 육아지원센터나 장난감 무료 대여소, 복지관 등으로 왕진을 떠나요. 매년 1만 점의 장난감을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기부, 후원하기도 한답니다.
_ 인터뷰
키니스장난감병원 장난감 의사
“저희는 365일 즐거움을 주는 산타입니다.”
Q 장난감 치료에 공학 전공이 도움 될 것 같아요.
장난감은 간단해 보여도 부품이 복잡한 경우가 많아 공학 지식이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금속 전공은 부식, 용접, 납땜에 유리하고, 전기 전자를 전공한 박사들은 전자회로에서 이상이 있는 부분을 잘 찾아내지요(웃음).
Q 장난감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저희는 장난감이 없던 시대에 태어나 정확히 장난감이 무엇인지 모르고 큰 세대예요. 하지만 이 일을 할수록 장난감의 가치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돼요. 요즘은 컴퓨터 게임도 많이 하지만, 화면으로 보는 것과 직접 만지며 노는 것은 달라요.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생긴 내 ‘재산’이고, 나만 갖고 놀 수 있는 ‘내 것’인 만큼 아이들에겐 더욱 소중하고, 애착의 대상이 되지요. 그만큼 정서적으로도 중요한 대상이에요. 이제는 장난감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없길 소망하며 봉사하고 있어요. 장난감이 퇴원할 때 좋아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