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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배양접시와 칩을 오가며 바쁜 이유는 동물을 살리기 위해서야. 오가노이드가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는 건 결국 실험에 희생되던 동물의 수를 줄이는 일이거든. 

 

 

뱀을 살리는 오가노이드


2020년 1월 30일, 네덜란드 휘브레흐트 연구소 한스 클레버스 그룹 리더팀이 실험실에서 뱀독을 만들어내는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어.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해 뱀에 물렸다가 독이 퍼져 죽는 사람이 무려 8만 1000~13만 8000명 정도라고 해. 이처럼 피해가 큰데도, 지금까지 뱀독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어. 뱀독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독뱀을 잡아 실험실에서 키우며 독을 추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지. 이 때문에 클레버스 그룹 리더팀은 실험실에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뱀독을 생산할 방법을 생각한 거야.  

 


클레버스 그룹 리더팀은 코브라과와 살무사과 뱀 9종의 태아에서 독샘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다양한 호르몬과 성장 인자를 넣으며 배양했어. 일주일 정도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키우자, 약 0.5mm 크기의 세포 덩어리로 자라났어. 그 뒤 여기에 상피세포로 분화하도록 만드는 물질을 넣어 뱀독을 분비하는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 


오가노이드에서 분비된 독은 실제 뱀독과 비슷했어. 실험용 쥐의 근육 세포에 오가노이드가 분비한 물질을 넣자 근육 세포가 마비됐지. 

 


또, 연구팀은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독샘 세포의 위치에 따라 만들어내는 독의 종류가 다르단 사실도 확인했어. 독샘 하나에서 다양한 독이 분비되는데, 지금까진 그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거든. 
연구팀은 다른 위치에 있던 줄기세포로 독샘 오가노이드를 만들었어. 그 결과 독샘의 가운데와 가장자리에 있던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 서로 다른 독 성분이 만들어진단 걸 알아냈지. 
앞으로 연구팀은 뱀의 다양한 독 성분을 연구할 수 있도록 ‘뱀독 오가노이드 은행’을 만들 계획이야. 50종의 뱀에서 독샘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얼려두면, 뱀을 잡지 않고도 뱀독을 연구할 수 있겠지? 


연구를 이끈 클레버스 그룹 리더는 “앞으로 이 은행을 이용해 뱀독을 해독하기 위한 항체나, 진통제, 고혈압 치료제 등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 

 

동물 실험 줄이는 오가노이드

 

 

오가노이드가 동물 실험을 대체할 거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실제로 일부 연구소에서는 동물 실험 시설의 규모를 줄이고 있어.


예를 들어 2019년 5월 16일엔 영국의 웰컴생어연구소가 13년간 운영해오던 동물 실험 시설을 폐쇄할 것이라고 공지했지. 물론, 동물 실험을 완전히 그만두겠단 뜻은 아냐. 당시 웰컴생어연구소는 동물 실험 시설을 수 년에 걸쳐 서서히 없애겠다고 공지하면서 “대안 기술이 많이 쓰이는 만큼 실험용 쥐가 이전만큼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지. 

영국 웰컴생어연구소 마이크 스트라톤 이사는 연구소 내부의 동물 실험 폐쇄 공지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도 “이게 인류의 건강과 자연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어. 

 

2020년 0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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