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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배양 접시 안에 있으리란 법은 없어. 때로는 칩 위에 올라가 회로에 연결되기도 하지. ‘기계’의 한 부분이 되는 거야!

 

오가노이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엔 ‘오가노이드 칩’도 등장했어. 오가노이드가 장기를 닮긴 했지만, 배양접시에 특정 장기 조직만 놓여있는 셈이라 혈관이나 면역세포 등에 둘러싸인 실제 생체 조직과 다른 점도 있거든. 예를 들어, 배양액 안에서 키우는 장 오가노이드에 성장을 유도하는 물질을 넣을 경우, 이 물질이 배양액 안에서 확산되며 오가노이드로 들어갈 거야. 그런데 이때, 오가노이드 속 세포에 따라 성장 물질의 영향을 먼저 받거나, 아니면 더 많이 흡수하는 등 차이가 생길 수 있어. 이는 배양액 안의 환경을 사람이 아주 미세하게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지. 그 결과 같은 환경에서 키워도 오가노이드의 크기나 모양이 다양해지는 문제가 있었어.

 


그래서 오가노이드를 칩 위로 옮겨오잔 아이디어가 나왔어. 대표적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허동은 교수팀은 장 오가노이드 주변으로 촘촘하게 혈관 구조가 있는 칩을 만들고 있어. 혈관으로 성장 물질 등을 흘려보냈을 때 장 오가노이드에 골고루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말이야. 

 


또 오가노이드를 기계 장치에 여러 개 연결하면 더욱 생체 환경과 유사해 약물 실험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한 예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초록 책임 연구원팀은 장, 간, 신장, 심장 4가지 오가노이드를 연결한 다중 오가노이드 배양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 보통 장기 칩 위에 올라가는 세포나 오가노이드의 크기는 100㎛ 수준이야. 분화 초기엔 오가노이드가 100㎛ 정도 크기일 수 있지만, 성숙해지면 0.5cm 이상으로 커져서 보통의 장기 칩에는 들어가기 힘들지.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 더 큰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 연구팀은 약 6cm의 배양접시 4개를 이어 붙이고, 이 접시들을 연결하는 관과 유속을 조절할 수 있는 펌프 등을 연결한 다중 오가노이드 배양 장치를 개발했어. 


정 책임 연구원은 “우리가 약을 먹으면 장으로 처음 흡수되고 간과 신장을 지나는데, 다중 오가노이드로는 이를 모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단다. 

 

 

● 인터뷰  "장기 칩 연구로 상도 받았어요!"

2010년, 세계 최초로 허파 꽈리 모양을 본 딴 장기 칩을 개발하고, 지금은 오가노이드칩도 연구하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허동은 교수를 화상 통화로 만나 보았어요. 

 

허동은(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Q세계 최초의 허파 장기 칩을 만드셨다고요?
사실 세포를 칩 위에 키운다는 아이디어는 오래 전부터 나왔어요. 전 이런 아이디어를 살려 2010년, 허파 꽈리 구조를 닮은 장기 칩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죠.
허파는 포도송이처럼 생긴 허파 꽈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칩 위에서 이런 모양을 구현했죠. 기체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 가까이 폐포 세포가 자라는 공간을 배치했고, 혈관이 폐포를 둘러싼 모양을 모사하기 위해 폐포 세포와 혈관 세포가 붙어 자랄 수 있도록 했어요. 두 종류의 다른 세포 사이는 얇은 막을 설치해 서로 물질 교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Q하지만 칩이 생체처럼 반응한다고 할 수 있나요?
요즘 코로나19가 유행이니, 폐렴을 예로 들어 볼게요. 당시 개발했던 허파 장기 칩에서 폐포 세포에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넣어 자극했어요. 염증이 생기도록 말이에요. 이때 혈관 세포 쪽에 있던 면역 세포가 염증이 생긴 곳으로 몰려들었지요. 배양접시에서 세포를 키울 때는 알아보기 힘든 복잡한 생체 반응을 장기 칩에서 구현할 수 있답니다.

 

 Q그럼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나요?
지난해 8월 발표한 ‘블링킹 아이 온 어 칩’은 눈물층과 눈꺼풀의 깜박임까지 재현했어요. 각막 세포를 칩 위에 키우면서 인공 눈물을 만들어내는 장치와 주기적으로 깜빡이는 장치 등을 더했죠. 덕분에 2018 러쉬 프라이즈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당시 토끼의 눈에 화학 물질을 시험하는 ‘블레이즈 테스트’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평을 받았답니다.

 

 Q오가노이드 칩도 연구하고 계시다고요?
논문으로도 발표할 예정이라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소장이나 폐 조직은 혈관, 면역세포 등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데, 이를 오가노이드칩으로 구현하려 해요. 소장이나 폐 오가노이드 주변으로 혈관 세포를 배치한 칩을 디자인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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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수빈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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