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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Go! 고고학자] 마룻바닥 밑에서 도굴품이 우르르?!

 

1964년 5월, 대구의 전기기술자 백승원 씨는 군부대에서 쓰고 있는 일본식 가옥의 전기 공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런데 공사를 하려고 마룻바닥을 뜯어내자, 아래에서 나무 상자 수십 개가 나오지 않겠어요? 상자에 든 것은 기와부터 도자기 등 130점에 이르는 한반도 유물들! 
이 유물은 누구의 것일까요? 왜 마룻바닥에 숨겨져 있었을까요?

 

오구라가 모은 도굴품, 컬렉션이 되다!


유물이 발견되자, 사람들의 시선은 집의 전주인에게로 쏠렸어요. 이 집의 전주인은 일제강점기 대구에 살았던 일본인 ‘오구라 다케노스케’. 그는 전기 사업으로 번 돈을 한반도의 유물과 미술품을 수집하는 데 썼어요. 물건만 좋으면 값을 따지지 않았고, 엄청난 양의 유물을 모았죠.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국이 해방되자, 오구라는 수집품 수천여 점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갔어요. 오구라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일본으로 가져간 유물 대부분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되었지요. 이것이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에 전시 중인 ‘오구라 컬렉션’이에요.


나머지는 개인 소장자나 국립경주박물관 등 여러 곳으로 흩어졌어요. 마룻바닥 밑에서 발견된 유물은 오구라가 숨겨놓고 미처 가져가지 못한 문화재 일부였던 것이죠.


문제는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수집한 문화재 상당수의 출처가 수상했다는 점입니다. 1920년대 한반도는 ‘대난굴 시대’라 불릴 정도로 도굴 사건이 자주 일어났어요. 경상북도의 고분군 대다수도 학술조사 이전에 도굴되어 온전한 부장품이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도굴된 것으로 알려진 문화재가 버젓이 오구라의 집에서 발견된 거예요. 오구라가 도굴품의 상당수를 사들였던 거죠.

 

▲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수집한 유물은 한국과 일본의 여러 박물관으로 흩어졌다. 그의 저택에서 발견된 ‘백자청화송하호작문호’는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갔다(①). 보물 제1421호인 ‘청자퇴화화문주전자 및 승반’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현재는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되어 있다(②). 삼국시대의 챙 달린 투구인 ‘차양주’는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다(③).

 

역사를 파괴하는 범죄, 도굴!


도굴은 허가 없이 유적을 파서 유물을 훔치는 범죄예요. 중국의 기록을 보면 이미 사람들은 2700년 전부터 황제의 무덤을 도굴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도굴은 지금도 여전히 성행해요. 지난해 11월 15일 자에서 소개한 경산의 ‘임당동 유적’은 1982년 도굴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지요. 그런데 지난 2014년에 또 도굴당했어요. 도굴꾼 일당은 아직 발굴되지 않고 인적이 드문 임당동 1호 고분과 인근에 있는 부적리의 고분을 노렸어요. 그들은 1~2월, 늦은 밤에 고분 측면에 5~10m 길이의 굴을 파 비싸게 팔릴 만한 유물을 훔쳤지요.


훔친 유물은 주로 유물을 불법으로 유통하는 사람들을 통해 개인 소장자들에게 넘어가요. 도굴꾼들은 이 과정에서 유물의 출처를 남기기는커녕 비싸게 팔릴 유물을 찾기 위해 다른 유물을 부수고, 이 과정에서 유적 자체도 파괴하기 일쑤죠.


즉, 도굴은 단순히 물건을 훔치는 이상의 범죄예요. 유물이 출토된 위치나 함께 발견된 유물 등, 발굴 순간 고고학자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역사적 맥락을 도굴꾼이 파괴해 버리는 것이지요. 만약 다음에 여러분이 박물관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전시된 유물의 출처를 확인해 주세요. 출처가 없는 유물은 도굴품일 수도 있거든요.

 

빼앗긴 유물들, 돌려받을 수 있을까?


도쿄에 있는 오구라 컬렉션은 고대 유물부터 도자기, 불상, 회화, 의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요. 우리나라 측에서는 이 유물을 돌려받으려 노력 중이지만, 1965년 한일회담 당시 일본 정부가 개인 소유라는 이유로 돌려주기를 거부했어요. 이후로 아직도 우리나라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답니다. 도굴당한 우리 문화재를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버젓이 전시까지 하다니 놀랍지 않나요?


전 세계 박물관에는 비슷한 이유로 고향을 떠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독일 베를린에는 이집트에서 빼내온 흉상이, 영국의 대영박물관에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통째로 뜯어온 대리석 조각이 전시되어 있죠. 약 200년 전에 훔쳐왔지만, 아직도 돌려주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만에 하나 도굴당한 유물을 되찾는다 하더라도, 도굴꾼들이 파괴한 역사는 영원히 복원할 수 없을 거예요. 이제는 오구라 컬렉션의 도자기가 누구 것인지, 이집트의 흉상이 발견된 장소는 어디인지 알 방법이 없거든요. 도굴꾼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것은 유물뿐만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인 것이죠. 
 

▲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아래). 영국 대사인 엘긴 백작은 1801년부터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한 조각을 뜯어 영국으로 가져왔다. 그가 가져온 파르테논 대리석 조각은 현재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위), 영국 측은 그리스에 유물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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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은별
  • 에디터

    이창욱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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