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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캐고 지질학자] 아름다운 석회동굴은 지하수가 깎아 만든 작품!

 

저와 편집장님, 이창욱 기자가 함께한 백룡동굴 답사 후기, 재미있게 읽었나요? 
동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요? 깜깜하다? 무섭다? 
동굴에서 불을 끄면 정말 코앞의 내 손가락도 보이지 않아요! 바깥과는 전혀 다른 모험 가득한 세계지요. 그렇다면 동굴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석회부터 용암까지, 동굴은 종류도 다양해!

지질학에서 ‘동굴’은 지하에 자연적으로 생긴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곳을 말합니다. 따라서 토끼가 판 굴이나 사람이 파놓은 터널은 동굴이 아니에요. 또한, 동굴 속에는 빛이 전혀 들지 않아 항상 완전히 깜깜한 곳이 있어야만 해요. 안쪽 깊숙이 들어가 비를 피할 수 있지만 빛이 들어오는 바위 그늘은 동굴이라고 할 수 없지요.


빛이 없고 외부의 기상 현상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 동굴 내부 기온은 그 지역의 연평균 온도로 유지됩니다. 우리나라 동굴은 평균 온도가 보통 10~15℃ 정도지요.
동굴은 암석의 종류와 만들어지는 방법에 따라 분류합니다. 석회암, 사암, 바닷물이 증발해 만들어지는 석고 등 동굴이 생성된 암석의 종류에 따라 석회동굴, 사암동굴, 석고동굴이라 부르지요. 동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해요. 바닷가에서 파도에 의해 깎여 만들어지면 해식동굴, 화산폭발로 용암이 흐른 통로에 만들어지면 용암동굴이라 해요.


우리나라에는 석회암 지형이 많은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에 석회동굴이 많아요. 강원도 삼척의 환선굴, 충청북도 단양의 고수동굴이 유명합니다.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제주도에는 용암동굴이 많지요. 만장굴, 협재-쌍룡굴 등이 잘 알려졌지요.


그러면 우리나라에는 총 몇 개의 동굴이 있을까요? 놀라지 마세요.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전국에 무려 1500개 이상의 동굴이 있답니다. 저는 그중 절반 정도인 700여 개를 탐사했어요.

 

 

석회동굴에서 발견된 다양한 동굴생성물

 

 

석회동굴, 지하수가 오랜 시간 공들여 조각한 작품!

지난 7월 찾아간 백룡동굴은 석회동굴이에요. 석회암은 약산성인 빗물에 녹습니다. 지표에서 녹기도 하지만, 땅속에서도 녹지요.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 때문입니다. 지하수가 흐르는 곳과 흐르지 않는 곳의 경계를 ‘지하수면’이라 불러요. 땅을 파다 보면 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깊이가 바로 지하수면이지요.
특히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이면 땅속에 ‘공동’이 생겨요. 지하수로 채워진 공간이죠. 그런데 지각운동의 영향으로 산이 천천히 높아지거나 침식이 일어나면 지하수면의 높이가 달라질 수 있어요. 지하수면이 내려가게 되면 공동을 채우던 물이 빠져요. 그리고 빈 곳을 흐르는 물이 침식해 동굴의 폭이 점점 커지고 넓어져요. 이렇게 만들어진 동굴의 입구가 발견되면 석회동굴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죠. 우리 발밑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동굴이 잠자고 있을 수도 있는 거예요.


석회동굴 여기저기에는 신기하게 생긴 돌덩어리들이 자라고 있어요. 이들을 ‘동굴생성물’이라 부릅니다. 동굴을 흐르는 지하수는 땅속을 거치면서 많은 석회 성분(탄산칼슘)이 녹아 들어간 상태예요. 이런 지하수가 동굴의 천장에서 물방울로 떨어지거나 벽면이나 바닥을 흐르면 탄산염 광물이 자라게 돼요. 바닷물을 끓이면 소금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탄산염 광물은 위치와 조건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천천히 자랍니다. 천장에 물이 맺혀 있는 곳에는 종유관이 자라는데, 맺힌 물방울이 아래로 더 많이 떨어지게 되면 종유석이 됩니다.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의해 바닥에서는 석순이 자라지요. 종유석과 석순이 점점 크게 자라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만나면 기둥 모양의 형태가 됩니다. 이를 석주라고 부르죠. 그 외에도 조건에 따라 커튼, 동굴진주, 동굴산호, 석화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만들어집니다.


동굴생성물은 환경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달라요. 30cm 높이의 석순이 겨우 1000년 만에 자라기도 하고, 50만 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은 대부분 동굴생성물의 나이는 수백만 년을 넘지 않을 거로 추측하지요. 엄청나게 오랜 세월 같다고요?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에게 이 정도 기간은 엊그제처럼 느껴진답니다! 

 

 

필자소개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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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우경식 교수
  • 에디터

    이창욱 기자 기자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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