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들. 나는 어과동의 귀염둥이 과학 마녀 일리야. 오늘은 바다의 포식자 범고래 친구들을 만나러 미국에 왔어! 근데, 얘기를 나눠보니 의외의 모습이 많더라고. 마마보이부터, 할머니 범고래 이야기까지, 자세하게 들려줄게!
범고래, 너의 소개를 부탁해.
안녕. 나는 바다 위의 최고 포식자라 불리는 범고래야. 우린 엄청난 사냥 실력을 뽐내는 것으로 유명하지. 그래서 ‘킬러 고래’라는 별명까지 있단다. 상어나 돌고래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주로 먹는 식량은 ‘시눅 연어’라 불리는 엄~청 큰 크기의 연어야.
우리는 사람과 달리 수컷과 암컷의 수명이 꽤 달라. 수컷은 30년 정도밖에 못사는 반면, 암컷은 30~40살까지 출산을 하고, 이후 100살 무렵까지 살 거든. 하지만, 사람과 비슷한 점도 있어. 보통 동물들은 죽기 전까지 새끼를 낳고 살잖아. 하지만 범고래, 들쇠고래 등 일부 이빨을 가진 고래는 사람처럼 수명이 남아있어도 생식 능력을 잃는 폐경 현상이 나타난 채로 살아간단다.
인간과 닮은 듯 닮지 않았네. 또 다른 특징은?
다른 동물들은 우리 범고래를 보고 무서워하지만, 실은 상당히 엄마 껌딱지야. 2012년, 영국 엑서터대학교 대런 크로프트 교수팀이 북서태평양에 사는 범고래를 36년간 조사했는데, 폐경기가 지난 엄마 범고래를 떠나보냈을 때 자식이 1년 안에 죽을 확률은 암컷이 5.4배, 수컷은 13.9배나 높은 것을 확인했어.
한편, 2015년에 같은 연구팀이 35년간 범고래를 촬영한 영상을 분석했는데, 폐경 상태인 할머니 범고래가 무리를 이끄는 경우가 많았단다.
우와, 할머니가 무리의 리더셔?
응! 과학자들은 할머니 범고래가 가진 지혜가 범고래 무리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어.
지난해 12월 10일, 대런 크로프트 교수팀은 미국 워싱턴주와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 연안에 사는 범고래 700여 마리를 대상으로 36년간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어. 그 결과, 할머니가 있는 범고래 무리는 생존 확률이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
연구팀은 먹이가 많은 길목을 잘 아는 할머니 범고래가 무리에 있으면, 다른 범고래들이 굶어 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어. 폐경기를 갖는 것이 새로운 새끼를 낳는 것보다 범고래의 생존과 번성에 유리해 생식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해 진화했다고 봤어.
다른 이유는 없니?
연구팀은 할머니 범고래가 생식을 중단함으로써 딸과의 생식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또, 엄마 범고래가 먹이를 잡으러 가면, 할머니 범고래가 손자, 손녀들의 곁에 머물며 이들을 지켜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지. 아기 범고래가 있는 엄마 범고래와 달리, 할머니 범고래는 무리 안의 다른 범고래도 돌볼 여유가 있는 거야. 연어의 개체수가 적어 식량을 충분히 얻기 어려운 시기에 특히 지혜로운 할머니 범고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