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의 뺨에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어요.
그런데 그때 바람 사이로 누군가가 한탄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탐정님, 억울한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난 잘 안 들리는데….”
“제가 이름이 개코지만 코만 좋은 게 아니라 귀도 좋다고요!”
개코 조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휘잉~ 부는 바람 사이로 희미한 음성이 들렸어요.
“시합에서 진 것도 속상한데, 이제는
내가 하는 일도 빼앗네….”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태양도 바람을 분다?
숨죽이고 소리를 듣던 꿀록 탐정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어요.
“혹시, 바람이신가요? 해와 나그네 옷 벗기기 내기를 했던….”
“맞아요. 온 힘을 다해 바람을 불었지만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데 실패했었지요.”
바람은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듯, 꿀록 탐정의 주변을 맴돌았어요.
“그 뒤로 많이 반성했어요.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지금은 엄청 부드러운데요! 겨울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이 보드라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외투를 벗고 싶네요.”
개코 조수의 칭찬에 바람은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았어요.
확실히 힘으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지요.
그런데 이런 바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해가 요즘 이상해요. 분명 저한테는 힘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더니,
이젠 자기가 동네방네 힘자랑을 하고 다닌다고요.”
바람의 말에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따뜻한 온기의 대명사 해가 힘자랑이라니…?
“시합 때는 분명 자기는 따뜻함을 담당한다고 해놓고!
이제는 태양풍이라면서 이 세상에서 제가 하는 역할을 빼앗으려고 하잖아요!
대체 저는 뭘 하고 살라는 거죠, 흑흑.”
바람의 고민을 들은 꿀록 탐정은 빨리 이 오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진정하세요! 태양풍이 뭔지 일단 정확하게 아셔야죠.”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신비로운 현상이 가득한 태양
태양은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전체 질량의 약 99.86%를 차지해요.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빛과 열로 내뿜는데, 그 양은 대략 1초에 약 383자(자, 1024으로 조, 경, 해 다음 단위)J*에 이르지요. 집에서 사용하는 LED 전구가 초당 약 10J의 에너지를 생산하니, 태양 에너지는 얼마나 큰지 상상이 되죠?!
태양 에너지의 근원은 핵에서 수소를 합쳐 헬륨으로 만드는 핵융합 반응이에요. 핵융합 반응은 두 개의 가벼운 핵이 융합하여 하나의 다른 무거운 핵이 되는 과정을 말해요. 태양에서는 1초 동안 수소 6억 5700만t(톤)을 합쳐, 헬륨 6억 5300만t으로 만들어요. 이 과정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복사층을 통해 대류층으로 전달된답니다.
또 태양 내부에서 뜨겁게 데워진 물질이 표면으로 올라왔다가, 식어서 다시 내부로 들어가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요. 이는 태양이 고체가 아니라 물질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유체로 돼 있기 때문이에요.
태양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 시기에는 광구에서 빛이 번쩍 나는 플레어나, 내부에서 물질이 분출하는 홍염같은 현상이 많이 보여요. 태양에서 고속으로 물질을 방출하는 태양풍도 강해지고요.
태양풍의 속도는 초속 40km 정도로, 전기적 성질을 띠어요. 이 때문에 태양풍이 강해지면 인공위성이나 지상의 전파장비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태양 사진으로 만든 우표 출시!
지구를 환하게 비추는 태양은 무슨 색일까요? 태양을 주로 빨간색으로 칠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한낮에 태양은 흰색으로 보여요. 실제로 태양광은 빨강, 파랑, 노랑 등 셀 수 없이 많은 색깔의 빛이 모여 있는 ‘백색광’이랍니다.
미국연방우체국(USPS)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태양의 흑점과 플레어 등 다양한 모습을 담은 기념 우표를 발간했어요. 우표에는 총 10개의 태양 활동이 있는데, 각기 다른 색으로 표현했지요. 예를 들어 플레어 현상을 담은 우표는 파란색과 녹색, 코로나 는 빨간색, 흑점은 주황색이에요. 같은 태양을 촬영한 사진인데, 왜 색이 다 다를까요? 그 이유는 다양한 파장으로 태양으로 관측했기 때문이에요.
태양은 표면의 온도가 5500℃나 될 정도로 뜨거운 열을 내뿜어요. 에너지가 높을수록 파장은 짧아지고, 주파수는 높아져요. 전자기파 중에서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을 가시광선이라고 하는데, 가시광선으로 볼 수 있는 태양은 ‘광구’라고 불리는 표면이에요. 태양의 대기는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더 높은 극자외선이나 X-선 등의 파장을 이용해 관측해야 하지요.
이번에 우표에 사용된 태양의 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010년에 발사한 태양 활동 관측 위성(SDO, Solar Dynamics Observatory)으로 관측한 자료예요. SDO에는 가시광선과 자외선, 극자외선 등 여러 파장을 통해 태양을 촬영할 수 있는 탐사 장비와 도구가 탑재돼 있어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채층과 코로나, 흑점 등 다양한 태양 활동을 관측할 수 있었지요. 형형색색 아름다운 태양의 여러 모습을 감상해 보세요!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에필로그
“휴, 해가 제 역할을 빼앗으려 한 게 아니었네요.”
바람이 안도하며 말했어요.
“맞아요. 이름을 태양‘풍’이라고 붙였을 뿐,
지금 바람 씨가 하는 역할과는 전혀 다른 일이랍니다.”
꿀록 탐정이 차근차근 알려준 덕분에 바람은
자신이 여전히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감사한 마음을 표하며,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의 곁을 떠나갔답니다.
“고마워요, 꿀록 탐정! 앞으로도 힘내서
좋은 바람을 불게 할게요~!”
용어정리
* J: 줄. 에너지와 열량의 단위. 1J은 1N(뉴턴)의 힘으로 물체를 1m 이동시킬 때 필요한 에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