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이 내 소식에 기뻐할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멀리 와서 그런 건가….
아니면 작년과 다른 곳으로 놀러와서?
2019년 10월, SNS에서 ‘독수리 통신 요금 보충하기’ 크라우드펀딩이 화제가 됐어요. ‘민(Min)’이라는 이름이 붙은 초원수리 한 마리의 자유로운 비행으로 인해 시작된 모금이었지요.
러시아맹금류연구보존네트워크 연구자들은 2018년 민을 포함한 13마리의 초원수리에게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통신 장치를 달았어요. 이 장치는 러시아 통신사(메가폰)를 통해 연구자에게 하루 네 번 문자로 초원수리의 위치를 보내줘요. 2018년 러시아 남부 하카스 지역에서 태어난 민은 그해 겨울, 남쪽으로 약 3000km 떨어진 인도 북부로 날아갔어요. 해가 바뀌고 다시 날씨가 따뜻해지자 북쪽으로 2500km를 날아 카자흐스탄에 도착했지요. 그러다 2019년 5월부터 민에게서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이전에도 통신 장치가 고장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민도 그런 경우일 거라 추측했지요.
그런데 10월, 민과 다시 연락이 닿았어요. 민의 위치 정보가 담긴 수백 통의 문자가 연구자들에게 도착한 거예요. 민은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 이란에서 지내고 있었지요. 카자흐스탄 외곽지역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메가폰이 로밍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곳이에요. 그러다 로밍을 지원하는 이란에 민이 도착하자 5개월 동안 발신하지 못했던 문자들이 한꺼번에 전송된 거예요.
민과의 연락이 다시 닿은 건 다행이지만, 연구자들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어요. 이란의 문자 요금은 1건 당 49루블(900원)로, 러시아 요금의 25배, 카자흐스탄 요금의 5배에 달했어요. 연구자들에게 청구된 요금은 10만 루블(183만 원)로 초원수리 13마리를 추적하는 데 쓰여야 할 연구비를 몽땅 쏟아부어야 했지요. 이들은 통신 요금을 메꾸기 위해 SNS에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BBC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고, 모금액은 일주일 만에 30만 루블(564만 원)이 모이며 목표액의 3배를 달성했지요. 메가폰은 초원수리의 13마리의 통신비를 탕감해주고, 앞으로 새에게는 더 저렴한 통신 요금을 매기기로 했답니다.
_INTERVIEW
엘레나 슈네이더(시베리아환경센터 연구원, 러시아맹금류연구보존네트워크
“아마 민은 전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초원수리일 거예요!”
Q 민은 지금 어디 있나요?
예멘에 있어요. 지난해에는 겨울을 인도에서 보냈는데, 그곳엔 저희와 함께 활동하는 사진작가님이 계셨어요. 그래서 민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진을 보내줬지요. 그런데 예멘은 저희도 예상치 못했던 월동지라서 아직 어떤 연구자도 민을 보지 못했어요. 추적기는 5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내년 여름에 다시 북쪽으로 돌아온다면 볼 수 있겠죠?
Q 모금액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모였어요!
러시아 언론에 처음 소개되고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어요. 모금액으로 앞으로 2년 동안은 통신비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민에게 통신 장치를 단 이유가 뭔가요?
우리는 맹금류에게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우고 있어요. 2013년부터 초원수리를 추적해 위협 요인을 알아내고 있지요. 송전선, 풍력 발전기, 사냥, 먹이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초원수리를 해치는데, 어떤 지역에 이런 요인이 있는지 조사해요. 매년 새로 태어나는 아기 초원수리 5마리에게 추가로 추적기를 달아주고 있답니다. 아기새는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배낭 매듯 추적 장치를 날개에 끼기만 하면 되지요. 민도 그중 하나였어요.
Q 민을 보호하려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단 평생에 한 번쯤은 수리류를 보는 경험을 해 보세요. 이렇게 위엄 있는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거예요. 그리고 과학에 관심있다면 새로운 기술이 생물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고민해 봐요. 현재의 송전선이나 풍력 발전기와 같은 기술은 새에게 안전하지 않아요. 커서 과학자나 사업가 등 무엇을 하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자연을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