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에 진화를 일으키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의 진화’를 연구한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 미국 미주리대학교 조지 스미스 교수, 그리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그레고리 윈터 교수에게 돌아갔어요.
이중 아널드 교수는 생물의 유전자에 조금씩 돌연변이가 일어나며 진화하는 과정을 ‘효소’에 적용한 공로를 인정받았어요. 효소는 생물체 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단백질이에요. 우리의 침 속에 있는 소화 효소 아밀라아제가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만드는 일부터 유전자 복제까지 우리 몸 안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화학반응에 효소가 관여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생명체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효소도 함께 진화해 왔어요. 예를 들어 코알라는 오랜 기간 동안 유칼립투스 잎을 주식으로 먹으면서 유칼립투스의 독을 해독하는 효소 유전자를 갖도록 진화했지요.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아널드 교수는 이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효소의 진화에서 힌트를 얻어, 실험실에서 효소의 진화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개발했답니다.
그 결과 아널드 교수는 인위적으로 효소의 유전자에 여러 가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이 중에서 원하는 효소를 찾아낼 수 있게 됐어요. 이후 이 기법은 계속해서 개량됐고,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답니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단백질 공장
한편 스미스 교수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원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찾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 기술은 ‘박테리오파지’라고 불리는 바이러스가 특정 단백질을 표면에 내보이도록(디스플레이) 만든다는 뜻에서 ‘파지 제시법’ 또는 ‘파지 디스플레이’라고도 불리지요.
파지 디스플레이는 본래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개발됐어요. 박테리오파지의 표면을 만드는 유전자 옆에다가 미지의 유전자를 끼워 넣으면, 표면엔 미지의 유전자가 만들어낸 단백질도 나타나겠지요. 그러면 이 박테리오파지를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는 항체에 뿌리는 거예요. 이중 만약 항체와 결합하는 박테리오파지가 있다면, 그 박테리오파지에 끼운 미지의 유전자가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 냈다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박테리오파지 기술이 더욱 빛을 발한 건 그레고리 윈터 연구원이 다르게 활용하면서 부터였지요. 윈터 연구원은 특정 단백질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찾는 데 박테리오파지 기술을 썼어요. 다양한 항체들이 섞여있을 때, 이들 중 특정 단백질과 잘 붙는 항체들을 골라내기 위해 이 기술을 쓴 거예요. 덕분에 암세포에만 달라붙는 항체 약물을 개발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