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은 매년 노벨상이 발표되기 2주 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시상식이 열려요. ‘이그노벨’이란 명성에 걸맞게 절대 평범한 시상식은 아니랍니다. 이그노벨이 무슨 뜻이냐고요?
마음껏 웃어라! 하지만 곧 곰곰이 생각하게 될걸?
“지루하니까 제발 그만해요!” 찬사 대신 야유가 난무하고, 수상자의 소감이 길어지면 한 소녀가 뛰어나와 소리를 질러요. 미국 유머과학잡지 <;기발한 연구 회보>;에서 개최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시상식의 풍경이지요.
이그노벨은 ‘말이 안 되지만 진짜로 존재하는’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Improbable Genuine’의 앞 글자와 ‘노벨’을 더해 만들어졌어요. 올해로 28번째를 맞은 이 상의 수상 기준은 독특해요. 우선 황당하고 기이하며, 웃긴 연구여야 해요. 하지만 오로지 웃기기만 해서는 이그노벨상을 받을 수 없어요. 웃음과 동시에 사람들이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거리를 제공해야 하지요.
이그노벨상의 창시자인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그노벨상은 어떤 연구가 최고냐를 따지지 않는다”며, “획기적인 연구는 처음엔 무시받거나 우습게 여겨졌다”고 의도를 밝혔어요.실제로 이그노벨상을 받은 여러 연구와 연구자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2009년 이그노벨상을 받은 ‘브래지어 방독면’은 특허를 받았지요. 또 2000년 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 부양시키는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안드레 가임 교수는 2010년 그래핀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해 최초로 이그노벨상과 노벨상 모두를 수상한 과학자가 되었지요.
올해의 괴짜 연구들을 소개합니다!
이그노벨상의 수상 분야는 해마다 조금씩 바뀌어요. 올해는 의학상, 인류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의학교육상 등 10개 분야에서 시상이 이뤄졌어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훨씬 황당할 테니, 기대해도 좋아요.
[경제학상] 상사가 스트레스를 줄 땐, 저주인형을 푹푹! 찔러 보세요.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어 대학교 연구팀은 195명을 대상으로 회사 상사와의 안 좋았던 경험을 떠올리게 했어요. 그리고 한 집단은 가만히 있게 하고 다른 집단은 저주인형 사이트에 접속해 상사의 이름을 적고 다양한 도구로 저주인형을 1분 동안 찌르도록 했지요. 이어진 심리 검사 결과 가만히 있었던 집단은 평소보다 두 배의 스트레스를 받은 반면, 저주인형을 쓴 집단은 평소와 비슷했어요. 즉, 저주인형만으로도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요.
[의학교육상] 대장내시경, 이제 스스로 하세요!
일본 고마가네시 종합병원 호리우치 아키라 의사는 앉은 자세에서 스스로 엉덩이에 내시경을 넣어 대장을 살펴보는 검사법을 개발했어요. 대장내시경은 환자를 옆으로 눕히고, 의사가 호스를 넣어 화면을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혼자서는 검진할 수 없었던 거예요. 호리우치 박사가 개발한 셀프 대장내시경은 오른손으로 장비를 넣고 왼손으로는 버튼을 눌러 방향을 조작한답니다.
● 동물원에선 침팬지가 사람을 따라할까, 사람이 침팬지를 따라할까? - 가브리엘라 알리나(스웨덴 룬드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침팬지가 사람을 따라하며 노는 모습을 우연히 관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연구를 하게 됐어요. 총 21일, 52시간 동안 스웨덴 푸르비크 동물원에 침팬지를 보러 온 만 여명의 관광객과 5마리의 침팬지 행동을 관찰했지요. 녹화한 영상을 분석했더니 전체 행동 중 9.37%는 사람이 침팬지를, 9.41%는 침팬지가 사람을 따라했어요. 침팬지와 사람이 각각 서로를 따라한 비율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거예요. 또 저희 팀은 이번 연구에서 종종 사람 표정을 따라하는 침팬지의 행동도 발견했어요. 현재는 종마다 지닌 음악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침팬지도 리듬을 인식하고, 사람처럼 몸을 움직여 리듬을 타기도 하지요. 이그노벨상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좋은 축제라고 생각해요. 친구들도 상자 안에 만 머물러 있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고 상자 밖으로 나와 창의적인 생각을 해 보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