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구를 위한 과학] 고기를 만나러 강으로 갈까나~♪♬ 성무성, 김정훈 연구원

“가슴장화 착용, 족대 장착 완료! 강으로 입수!” 따뜻한 햇살이 하천 위로 부서지던 지난 9월 29일, 사계절 내내 민물고기를 만나러 전국을 누비는 젊은 연구자들을 만났어요. 민물고기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뛴다는, 두 명의 연구자를 만나 볼까요?

 

 

 

꾸구리의 최대 서식지, 섬강을 찾다! 


“섬강으로 초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의 질문에 성무성 연구원은 한 치의 주저도 없이 곧장 대답했어요.


“꾸구리가 사는 곳이거든요!”


꾸구리는 전세계적으로 한강과 금강 수계에만 서식하며, 주로 수서 곤충을 먹어요. 빛의 세기를 감지해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는데, 어두운 곳에선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가 밝은 곳에선 고양이처럼 세로로 길쭉해진답니다. 


김정훈 연구원은 하천 한 구석을 가리켰어요.


“저기 자갈이 깔려 있고 물살이 빠른 여울에서 아마 수많은 꾸구리가 헤엄치고 있을 거예요.”

 


꾸구리는 최대 서식지인 섬강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사실 그 수가 빠르게 줄고 있는 멸종위기종이에요. 


“2009년 중학생 때 이포에서 꾸구리를 처음 만났어요. 그로부터 몇 달 뒤, 4대강 사업으로 그곳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꾸구리를 지키기 위해 공사장을 찾아가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소용없었어요. 어른들도 저처럼 ‘생명은 소중하다’고 배웠을 텐데, 생물의 서식지를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걸 보고 화가 났지요. 얼마 전 우연히 그때 기록했던 꾸구리의 개체 수와 크기 자료를 다시 보게 됐는데, 꽤 오랜 시간 동안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꾸구리 수난은 계속되고 있어요. 이날 김정훈 연구원은 자갈에서 죽어 있는 꾸구리를 발견했지요.


“최근 섬강엔 땅과 하천을 달리는 오프로드 자동차가 자주 찾아와요. 얕은 수심에 사는 꾸구리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요. 자갈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겨울엔 피해가 더 커요. 이제 겨우 서식지를 찾은 꾸구리를 사람들이 한 번 더 죽이는 거예요.”

 

 

 

생태 조사를 통해 민물고기를 지킬 거예요!


2016년 김정훈 연구원은 양서류, 거미 연구를 하는 친구들과 강원도연합생태동아리(FIMP)를 만들었어요. 강원도 인근의 생물상을 기록해 생태계 기초 자료를 만들고 있지요. 또 탐사에서 채집한 생물을 함께 공부도 하기도 해요.


“한번은 동아리에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던 춘천 강촌천을 찾았어요. 그런데 바닥은 전부 포크레인으로 헤집어져 있고 물가엔 콘크리트가 채워져 있었어요. ‘강촌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하천을 파괴하는 사업이었지요. 그곳에 살던 쉬리와 참중고기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돼 마음이 아팠어요. 이런 소규모 하천이 또다시 피해 받는 일이 없도록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공사 이전과 후의 상태를 더 꼼꼼히 기록했어요.”


두 연구자는 얼마 전까진 전라도의 농수로를 조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하천과 논을 이어주는 농수로가 물고기의 또 다른 서식지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였지요. 


“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엔 족대를 물 밖으로 꺼내자마자 얼고, 물고기를 담는 통엔 10초 간격으로 살얼음이 꼈어요. 한편 이번 여름엔 물에 빠진 것 마냥 가슴장화 속 온몸이 땀으로 젖었답니다. 고됐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물고기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웠어요.”

 

 

 

김정훈 연구원의 최애어, 묵납자루


각시붕어가 물고기에게 빠지게 된 계기라면, 묵납자루는 민물고기의 매력에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었지요. 수묵담채화와 같은 은은하고도 깊은 색이 정말 매력적이랍니다. 실제로 이 녀석을 찾기 위해 7년 동안 돌아다녔어요. 실제로 만났을 땐 좋아하던 연예인을 만난 기분이었지요.

 

 

 

성무성 연구원이 가장 보고 싶은 버들가지


우리나라에 사는 물고기 중 약 10종의 물고기를 빼고 다 봤어요. 아직 못 본 물고기 중 버들가지가 가장 보고 싶어요. 이 물고기는 강원도 고성 최북단에 사는데, 이곳이 민간인통제구역이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지요.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버들가지를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 연구자와 탐험가로 앞으로도 함께 할 거예요!

 

Q 언제부터 물고기를 좋아했나요?


어릴 때 우연히 서점에서 ‘우리나라 민물고기 도감’을 봤어요. 그 책을 여는 순간, 바로 물고기들에 마음을 뺏겼답니다. 


10살 때 처음 각시붕어를 길렀어요. 가만히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지요.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처럼 각시붕어의 생태에 대해 알아갈수록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졌답니다.

 

Q 올해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올해 4월부터 민물고기들의 무게를 측정하고 있어요. 벌써 5000여 마리의 데이터를 모았지요. 부족한 우리나라 민물고기의 크기와 무게에 관한 자료를 채우는 ‘민물고기 데이터 수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자연 속에 있는 물고기, 즉 가장 물고기스러운 순간을 담는 수중촬영에 빠졌어요. 물속에서 서로 어울리고, 먹이를 먹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아름다워요. 영하의 날씨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물속에 손을 담그고 몇십, 몇백 장을 찍은 적도 있답니다. 기회가 되면 <;어린이과학동아>;에 사진들을 소개하고 싶네요.

 

Q 두 분 다 생태 교육에 관심이 많죠?


사람으로 인해 민물고기 서식지가 파괴되고, 또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민물고기를 다른 하천으로 옮겨 생태계가 망가졌어요. 민물고기를 잡아와 집 주변 하천에 놓아 주는 행동이 생태계에 이입종을 추가해 새로운 문제를 낳는 거죠. 민물고기를 보호하는 바른 인식을 생태 교육으로 전하고 싶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를 먹는 것으로만 생각해요. 이름부터가 ‘물’에서 나는 ‘고기’잖아요. 어린 친구들이 물고기를 한 종이라도 더 알게 되면 물고기를 우리의 친구이자, 지켜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 


Q 앞으로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가요?


저는 평생 탐사를 다니는 민물고기 탐험가가 꿈이에요. 우리나라 물고기에 대한 정보를 늘려 나가고 싶어요. 5대 목표도 정해 놨어요. ➊기록 노트 10만 건, ➋생물종을 기록하는 네이처링 앱 기록 100만 건, ➌하천 지도 따라 점 찍기, ➍측정 데이터 1000만 개체, ➎물고기 지느러미 DNA 표본 만들기. 


내년부터는 대학원 실험실에서 민물고기 유전적, 생태적 연구를 할 예정이에요. 물고기를 지키고 싶어도 정식 연구자가 아니라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당당하게 물고기를 지킬 수 있는 연구자가 될게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8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기자
  • 사진

    이서연 작가(AZA 스튜디오)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수산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