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과 소나무가 조화롭게 펼쳐져 있는 숲 속. 소란스러운 새들의 수다로 주변이 시끌시끌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새들의 시끄러운 대화가 뚝 그쳤어요. 숨소리조차 안 들리는 숲 속.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순간‘삐이 —’ 하는 소리와 함께 새파란 하늘 위로 누군가가 등장합니다. 바로 새들의 왕자 매가 사냥을 위해 나타난 것이지요. 설령 매에게 꽁지라도 보일까 모든 새들은 꼭꼭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소심한 꿩 한 마리가 숨어 있는 곳이 불안했던지 자리를 옮기기 위해 날아 오릅니다. 날쌘돌이 매가 그 순간을 놓칠 리가 없지요. 무시무시한 속도로 꿩을 향해 돌진합니다. 꿩의 외마디 비명이 울리고 모든 동물들은 조용히 숨을 숙인 채 꿩의 최후를 지켜봅니다.
위 장면은 새 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멋지다는 매의 사냥 모습입니다. 약육강식의 냉철한 법칙이 펼쳐지는 야생의 한 순간이지요. 그런데 TV 프로그램‘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장면이냐고요? 아니랍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매사냥의 가장 멋진 순간이랍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매사냥
혹시 매사냥을‘매를 사냥하는 행동’으로 이해하는 친구들은 없겠지요? 매사냥은 매를 길들여 꿩이나 토끼 등을 잡는 걸 뜻합니다. 야생의 매가 날짐승이나 길짐승을 사냥하는 모습을 본 후 매를 잡아 길들여 사냥에 이용한 것이지요. 기원전 1000년 무렵부터 시작되었을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 되었고, 아시아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에 퍼졌다고 해요.
13세기 중국의 원나라에서 포로 생활을 했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시바의 왕 밑에는 1만의 매사냥꾼으로 편성된 군대가 있어 당시 그들이 사냥한 것으로 전 국민의 식량을 조달했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매사냥은 널리 행해졌답니다.
우리나라도 오랜 옛날부터 매사냥이 시작되어 고구려 고분 벽화나『삼국유사』, 『삼국사기』등에 매사냥 기록이 남아 있답니다. 초기에는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사냥이었지만 삼국시대 이후부터는 레저 스포츠화되어 왕실 및 귀족층만 즐길 수 있었다고 해요. 특히 고려 충렬왕 때에는 매 사육과 사냥을 관리하는 응방 제도를 만들었고, 그 전통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답니다. 그 후 임진왜란, 병자호란등 외세의 침입 때문에 궁중의 매사냥 전통은 사라졌으나, 오히려 일반 백성들에게 보급되어 매사냥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503/C200503N006_img_01.JPG)
‘시치미를 떼다’의 유래를 아시나요?
거짓말이 들통났는데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화가 날 때가 있지요. 그런데 혹시 ‘시치미를 떼다’란 말의 유래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한 적이 없었나요?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말은 바로 매사냥에서 유래했답니다.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표시하기 위해 매의 꽁지에 붙이는 도구입니다. 옛날에는 매사냥이 워낙 활발히 이뤄지다 보니 매를 훔쳐 가는 사람들이 많았대요. 그런데 매를 훔쳐간 사람이 그 시치미를 떼어놓고선 자기 매인양 주인 행를 할 때도 많았나 봐요.
결국 ‘시치미를 떼다’란말은 내숭을 떨거나 거짓말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표현하는 말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었어요. 이 외에도 우리가 흔히 쓰는‘매섭다’, ‘매몰차다’, ‘옹골차다’등의 단어가 매사냥에서 유래한 거랍니다. 지금은 낯설기만 한 매사냥이 실제로는 우리 문화 속에서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렇듯 우리 전통문화로써 서민의 삶과 함께하던 매사냥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답니다. 산업화로 인한 환경 파괴 그리고 쉽게 사냥할 수 있는 공기총의 보급 등이 그 이유였지요. 이제 매사냥은 그 맥이 끊길 위험이 가장 큰 전통 문화 중 하나가되어 버렸습니다.
![꿋꿋이 매사냥의 맥을 살려가고 있는 박용순 응사와 늠름한 자태를 자랑하는‘청’.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민족 전통의 복장을 하고 매사냥을 준비한다. 의상뿐만 아니라 매를 앉히는 장갑인 ‘버렁이’, 허리에 차고 있는‘먹이쌈지’,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까지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503/C200503N006_img_02.JPG)
매 사냥 지킴이
우리나라에서 현재 매사냥을 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아쉽게도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답니다. 게다가 매사냥의 대표
자로서 자주 TV에 등장했던 전북 진안의 전영태 할아버지는 고령의 나이로 인해 더 이상 매사냥을 할 수 없다고 해요. 더 안타까운 현실은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 기술을 전수해 줄 사람도 없다는 거예요. 1930년대 전국에 1,740명에 달하는 매사냥 기능자가 있을 정도였던 대중적인 문화가 너무도 짧은 기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지요.
전통적일 뿐 아니라, 가장 자연 친화적인 사냥. 잔인한 살육이 아닌 멋과 운치가 있는 문화인 매사냥은 결국 없어지고 마는 것일까요? 하지만 꿋꿋이 자기 길을 가고 있는 매사냥의 지킴이가 있어서 희망은 있답니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힘든 현실 속에서도 매사냥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 주인공은 무형문화재이자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박용순 응사랍니다. 충남 금산에 그 옛날의 응방을 복원해 놓고 직접 매를 기르면서 매사냥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분이시죠.
한겨울의 매서운 공기를 가르며 다시 한번 힘찬 비상을 꿈꾸는 매들과 박용순 응사. 그들의 본격적인 매사냥 이야기가 펼쳐지는 다음 호를 기대해 주세요.
![“사냥감이 어디 숨어 있나?”어딘가를 매섭게 노려 보고 있는 매의 날카로운 모습. 주위의 공기마저 긴장한 듯 느껴진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503/C200503N006_img_03.JPG)
위 장면은 새 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멋지다는 매의 사냥 모습입니다. 약육강식의 냉철한 법칙이 펼쳐지는 야생의 한 순간이지요. 그런데 TV 프로그램‘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장면이냐고요? 아니랍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매사냥의 가장 멋진 순간이랍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매사냥
혹시 매사냥을‘매를 사냥하는 행동’으로 이해하는 친구들은 없겠지요? 매사냥은 매를 길들여 꿩이나 토끼 등을 잡는 걸 뜻합니다. 야생의 매가 날짐승이나 길짐승을 사냥하는 모습을 본 후 매를 잡아 길들여 사냥에 이용한 것이지요. 기원전 1000년 무렵부터 시작되었을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 되었고, 아시아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에 퍼졌다고 해요.
13세기 중국의 원나라에서 포로 생활을 했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시바의 왕 밑에는 1만의 매사냥꾼으로 편성된 군대가 있어 당시 그들이 사냥한 것으로 전 국민의 식량을 조달했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매사냥은 널리 행해졌답니다.
우리나라도 오랜 옛날부터 매사냥이 시작되어 고구려 고분 벽화나『삼국유사』, 『삼국사기』등에 매사냥 기록이 남아 있답니다. 초기에는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사냥이었지만 삼국시대 이후부터는 레저 스포츠화되어 왕실 및 귀족층만 즐길 수 있었다고 해요. 특히 고려 충렬왕 때에는 매 사육과 사냥을 관리하는 응방 제도를 만들었고, 그 전통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답니다. 그 후 임진왜란, 병자호란등 외세의 침입 때문에 궁중의 매사냥 전통은 사라졌으나, 오히려 일반 백성들에게 보급되어 매사냥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시치미를 떼다’의 유래를 아시나요?
거짓말이 들통났는데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화가 날 때가 있지요. 그런데 혹시 ‘시치미를 떼다’란 말의 유래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한 적이 없었나요?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말은 바로 매사냥에서 유래했답니다.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표시하기 위해 매의 꽁지에 붙이는 도구입니다. 옛날에는 매사냥이 워낙 활발히 이뤄지다 보니 매를 훔쳐 가는 사람들이 많았대요. 그런데 매를 훔쳐간 사람이 그 시치미를 떼어놓고선 자기 매인양 주인 행를 할 때도 많았나 봐요.
결국 ‘시치미를 떼다’란말은 내숭을 떨거나 거짓말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표현하는 말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었어요. 이 외에도 우리가 흔히 쓰는‘매섭다’, ‘매몰차다’, ‘옹골차다’등의 단어가 매사냥에서 유래한 거랍니다. 지금은 낯설기만 한 매사냥이 실제로는 우리 문화 속에서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렇듯 우리 전통문화로써 서민의 삶과 함께하던 매사냥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답니다. 산업화로 인한 환경 파괴 그리고 쉽게 사냥할 수 있는 공기총의 보급 등이 그 이유였지요. 이제 매사냥은 그 맥이 끊길 위험이 가장 큰 전통 문화 중 하나가되어 버렸습니다.
매 사냥 지킴이
우리나라에서 현재 매사냥을 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아쉽게도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답니다. 게다가 매사냥의 대표
자로서 자주 TV에 등장했던 전북 진안의 전영태 할아버지는 고령의 나이로 인해 더 이상 매사냥을 할 수 없다고 해요. 더 안타까운 현실은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 기술을 전수해 줄 사람도 없다는 거예요. 1930년대 전국에 1,740명에 달하는 매사냥 기능자가 있을 정도였던 대중적인 문화가 너무도 짧은 기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지요.
전통적일 뿐 아니라, 가장 자연 친화적인 사냥. 잔인한 살육이 아닌 멋과 운치가 있는 문화인 매사냥은 결국 없어지고 마는 것일까요? 하지만 꿋꿋이 자기 길을 가고 있는 매사냥의 지킴이가 있어서 희망은 있답니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힘든 현실 속에서도 매사냥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 주인공은 무형문화재이자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박용순 응사랍니다. 충남 금산에 그 옛날의 응방을 복원해 놓고 직접 매를 기르면서 매사냥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분이시죠.
한겨울의 매서운 공기를 가르며 다시 한번 힘찬 비상을 꿈꾸는 매들과 박용순 응사. 그들의 본격적인 매사냥 이야기가 펼쳐지는 다음 호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