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4년 전 울산에 위치한 고래연구센터 뒷마당에 묻혔어. 이후 4년 동안 이곳에서 잠자고 있었지. 누가 대체 왜 날 이곳에 묻었냐고?
4년간 묻혀 있던 참고래, 빛을 보다!
지난 3월 14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뒷마당에 연구원들이 모였어요. 4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던 참고래 골격을 꺼내기 위해서지요. 연구원들이 직접 삽을 들고 흙을 파자 묻혀 있던 참고래의 골격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발견한 건 목재 틀이었어요. 목재 틀을 부수자 그 안에서 커다란 두개골이 나왔지요. 이후 아래턱뼈인 하악골과 어깨뼈인 견갑골을 꺼내고, 척추뼈와 꼬리뼈들도 차례로 꺼냈어요. 참고래 골격이 망가지지 않도록 연구원들이 직접 조심스럽게 작업했고, 묻어 있는 흙은 솔로 일일이 털어냈어요. 아쉽게도 이번에 작업하는 참고래는 지느러미뼈와 갈비뼈가 없는 상태였답니다.
참고래는 왜 땅속에 묻혔을까?
참고래는 지구상의 동물 중 대왕고래 다음으로 큰 몸집을 지닌 대형 포유류예요.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도 포획을 하지 않고 있지요.
그런데 지난 2014년 5월 17일 전북 군산시 해상에서 어류를 잡기 위해 친 그물에 참고래가 우연히 걸려 잡혔어요. 혼획된 참고래의 몸길이는 14m였어요. 성체로 다 자라면 27m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한참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기의 참고래였지요.
과학자들은 혼획된 참고래를 골격표본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어요. 골격표본은 종의 특성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자료이기 때문이에요. 고래연구센터 이경리 연구사는 “고래 골격표본은 고래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어요.
또 골격표본은 참고래의 실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요. 우리가 참고래를 직접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물을 내뿜는 일부 모습만 보는 정도거든요. 이경리 연구사는 “골격표본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참고래의 실제 크기를 느낄 수 있고, 이렇게 큰 생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어요.
현재 고래연구센터 뒷마당에는 혹등고래와 밍크고래가 참고래처럼 골격표본이 되는 날을 꿈꾸며 잠들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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