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을 알고 있나요? 이그노벨(Ig Nobel)은 ‘품위 없는’ 이란 뜻의 ‘ignoble’의 앞 글자와 노벨상을 합친 단어예요. 중요하고 진지한 연구들이 많은 노벨상에 비해 쓸데없어 보이지만 재밌는 과학 연구에 상을 주는 일명 ‘괴짜 노벨상’이랍니다. 이 상은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과학 잡지인 가 1991년에 처음 만든 이후 올해로 27번째를 맞았어요. 평화, 사회학, 물리학, 문학 등 10개 분야로 시상하는데, 진짜 노벨상이 발표되기 보름 정도 전에 발표되지요.
올해는 지난 9월 14일에 수상자가 발표됐어요. 이중 한국인 수상자도 있었지요. 그 주인공은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교 물리학과에 재학 중인 한지원 씨예요. 한 씨는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약한 충격이 있을 때 커피가 넘치는 현상 연구’란 제목의 15쪽짜리 논문을 썼어요. 커피를 들고 움직일 때 어떻게 해야 덜 넘치는지 직접 실험하고 연구했지요.
이를 위해 우선 커피가 어떤 모양의 컵에서 얼마큼의 진동을 줬을 때 가장 잘 넘치는지를 알아봤어요. 실험 결과 원통형 머그잔의 경우 4Hz의 진동을 줬을 땐 커피가 밖으로 쏟아졌어요. 하지만 와인 잔에서는 같은 진동을 줘도 표면에 잔잔한 물결이 생길 뿐 넘치지 않았지요.
또 컵의 아래나 중간 부분보다 윗부분을 잡으면 커피가 밖으로 덜 튄다는 사실도 발견했어요. 윗부분을 잡으면 진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랍니다.
한 씨는 이 연구로 유체역학상을 받았어요. 시상식에서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며, “연구는 당신이 몇 살인지, 얼마나 똑똑한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말했어요. 이그노벨상 시상식의 전통에 따른 짧고 익살스러운 수상 소감이었지요.
한편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팀은 호주 원주민의 전통 악기가 코골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서 ‘평화상’을 받았어요. 또 영국의 의사인 제임스 히스콧은 나이가 들면 귀가 커지는 이유를 연구해서 ‘해부학상’을 받았답니다.
이처럼 이그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기준은 무엇보다 재미예요. 그래서 다소 우스꽝스러운 연구들이 많지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호기심, 그리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즐거운 과학 연구의 중요성이 담겨 있답니다.